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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
미나토 쇼 지음, 황누리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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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023년에 <여명백식>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한국에서는 24년 7월 필름 출판사에서 <네가 유성처럼 스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운명이었다>로 번역 출간되었어요.

'여명백식'은,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인 리이가 앓고 있는 질환의 이름이에요.

'余命100喰' 나에게 남은 생명의 시간은 앞으로 100번의 식사까지, 100번의 식사를 마치면 잠을 자듯 편안하게 죽음을 맞게 되는 희귀성 불치병이에요.


"우리는 분명 다른 사람의 눈에 연인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정체는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여자와 날 수 없는 스노보드 선수.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여행하는 여자와 그 여행에 동반자로 나선 남자라는 기묘한 조합. "


토우야와 처음 만났을 때 리이에게는 아흔 두끼가 남아 있었고 둘의 여정이 마지막 끼니에 이를 때까지 기적을 바라면서도 그럴 일은 없겠지, 앞으로 아흔 두 끼 앞으로 스물세 끼 앞으로 여섯 끼‥‥‥이렇게 마음 졸이며 달려온 이야기가 리이가 살아남는 기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너무 허무하잖아 하는 양가적인 마음에 슬픔이 차올랐다가 내려갔다 했어요.

마치 토우야가 리이의 '여명백식'을 부정했다가 받아들였다가 했던 것처럼요.

그만큼 이 이야기에 진심으로 빠져서 읽었어요.

우리 모두 언젠가는 남은 시간이 백 끼니를 앞두고 있을 날이 온다는 옮긴이의 말이 참 와닿아요.

'여명백식'은 작가가 만들어낸 병이지만, 옮긴이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여명백식'의 잠복기에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앞으로 백 번의 식사를 마치고나면 잠을 자듯 죽는다는 걸 알게 된다면 리이처럼 매순간을 만끽하며 죽을 때를 기다릴 수가 있을까요.

삶을 긍정한다는 건 말은 쉽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당장 오늘 하루도 아, 즐겁다거나 행복을 느낀 시간보다 해야할 일들의 목록, 걱정거리,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시간들에 대한 답답함들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밥을 먹을 때만이라도 아, 맛있었다 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하루 중 세 번은 꼭 행복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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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에서 완성까지, 캐릭터 줄거리 단계별 가이드 - 웹소설·웹툰·드라마 작가를 위한 ‘5억 뷰 스토리’의 비결
김사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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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르의 작법을 관통하는 'A라인'과 '최애캐'의 비결.

-4단계로 기획 의도 쓰는 법.

-이야기의 핵심 'A라인' 만들기.

-'회별, 파트별 시놉시스 작성법.

-한 줄의 멋진 로그라인 쓰기.

-모티브 캐릭터 추출 및 활용법.

-캐릭터를 디벨롭하는 '셀프 딥러닝'.

-말투 하나로 캐릭터 디테일 살리기.


"제가 진짜 많은 작법서를 사서 봤는데···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어요. 제가 이 책을 사면 뭐가 달라질까요?"

이 책의 내용을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했을 때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라고 하는데, 저도 비슷한 질문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뭘 써야 할까요?"

아무도 뭔가를 써 내라고 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든 지어낸 환상적인 이야기든 뭔가를 써서 남기고 싶은 욕망이 있잖아요.

나름 문학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이후 전문 교육원에서 작가 수업을 받기도 했던 터라 그 욕망은 다른 사람들보다 곱절은 많은데 아직 글 그릇이 차지 않았다는 핑계를 댈 뿐이죠.

어느 작가님의 인터뷰에서 세상에 내놓을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거라고, 이야기가 차고 차서 꺼내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그런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거라는 말을 듣고서.

나는 아직 세상에 내놓을 이야기가 없어서, 쉰 살에 첫 소설을 쓴 작가도 있는데 하며 게으르기만 했어요.

<아이디어에서 완성까지 캐릭터 줄거리 단계별 가이드>에서는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도, 누구도 생각 못할 특별한 캐릭터를 창조하지 못해도 '철수와 영희'가 재회하는 단 한 장면으로도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요.

'연습하기'에서 작가님이 내주는 과제를 따라 빈 종이에 마구잡이로 적었는데 중심 플롯인 A라인과 서브 플롯 B와 C라인까지 만들어져 있었어요.

나도 웹소설이나 웹툰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쓰고 있잖아!

물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였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 한 편의 극 줄기가 만들어져 있어 놀라우면서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북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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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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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전부를 걸고 경계 너머 자유를 향해 떠나는 세 청춘의 성장 소설.

정수윤 작가님이 만난 북의 청소년과 청년을 바탕으로 창조한 세 명의 10대 인물들이 가족과 고향을 떠나기로 선택하며 마침내 바다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까지 어떤 이별을 경험하고 어떤 비인권적 처우를 당하는지 그리고 있어요.

반복되는 시련과 목숨을 건 탈주를 하면서 '탈북'이라는 소재를 넘어 자유에 대한 의미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세 주인공의 성장소설입니다.


7월 14일,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에 관한 기사들을 보다가 탈북한 한 학생의 인터뷰 글이 눈에 들어왔어요.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더 힘들었어요."

자유를 찾아 자신의 생을 걸고 물질적인 경계를 넘었는데, 맞닥뜨린 혐오와 차별이란 비물질적 경계 앞에서 좌절했을 학생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보니 사람이 사람에게 무관심한 일이 인한 일이 될 수도.

그래서 정여울 작가님이 추천사에서 "모두들 알 것 같지만 사실은 거의 모르는 세계를 그리는 용기는, 경계 바깥의 존재들에 대한 깊고 강렬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작가 정수윤은 바로 그런 깊고 강렬한 사랑을 뜨겁게 실천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어요.

설, 광민, 여름이라는 세 인물의 서사가 '탈북'이라는 소재 앞에 있어요.

그들이 북한이탈주민이란 설명을 넘어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작가님의 말대로 어쩌면 그게 나였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먼저입니다.

설, 광민, 여름이 남쪽에 잘 도착해 정착하는 것으로 결말이 맺어지지 않아서 참 다행이에요.

바다에서 다시 시작될 세 청춘의 찬란하게 빛날 미래를 기대할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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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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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소개합니다.

도저히 이 책에 대해서 내용에 대해서, 평범한 문장들로 정리할 자신이 없으므로 출판사 리뷰에서 간략히 발췌해 전달하려고 해요.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아야미와 그가 만나는 사람들, 암에 걸린 독일어 선생 여니와 폐관으로 여니와 같은 실업자 된 극장장, 소설을 쓰기 위해 난생처음 서울을 방문한 독일인 볼피 간에 이뤄지는 사건이 서사의 표면적인 중심이 됩니다.

출판사 리뷰에서조차 '다른 배수아의 소설이 그러하듯 주요한 스토리 라인을 요약하려는 시도를 부질없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하니, 이 책을 정의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음을, 사실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오히려 모든 상황과 언어와 인물에서 의미 찾는 것을 체념함으로써 더 무한한 세계를 그릴 수 있었어요.

취미는 글쓰기, 배수아 작가를 소개합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서도 배수아 작가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1990년대 뿐만 아니라 어느 작가님과도 그룹으로 묶을 수 없는 이질적인 느낌으로, 그의 프로필 사진은 보고서는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를 부른 한영애 가수가 떠올랐고, 비로소 종잡을 수 없었던 작가님의 이미지를 그릴 수 있었어요.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 작가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어요.


감상평

이야기는 반복되고 변주되면서 확장되는데, 마치 똑같은 한 장면을 카메라가 여러 각도에서 되풀이해 찍는 것처럼 보입니다.

카메라가 놓이는 각 각도들은 더 세밀하고 정교하게 포커스를 조정하여 다른 각도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을 찾아내고 있어요.

그리하여 같은 문장을,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데자뷔라고 생각할 뿐, 이전에 인물들에게 있었던 동일한 장면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읽으면서 두 편의 연극이 떠올랐어요.

극장장과 아야미가 주고받는 대화를 읽으면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딱히 어느 부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읽다보니 <에쿠우스>가 퍼뜩 떠올랐어요. 기승전결을 잘 갖춘 서사를 가진 소설보다는 실험적이고 철학적인 연극(그렇다고 희곡 대본은 아니고)을 본 느낌이었어요.

자음과모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북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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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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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를 중심인물로 하는 시리즈물이 될 거 같다는 느낌은 괜한 것일까요.

법대생인 기세는 이 책에 나오는 작은 사건과 큰 사건 모두에서 배제되어 있는 주변 인물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심 인물이기도 한 점이 인상깊었어요.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도 사건 결말의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도 기세의 역할로, 작가는 그에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권한을 줬어요.

인물은 그렇고 그렇다면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무엇이냐고 한다면 마지막 페이지, 책을 덮을 수가 없어서 (끝)이라는 글자가 야속하게 보였어요.

처음 읽었을 때는 당황했고, 곱씹을수록 소름이 끼쳤으며 내 눈 앞에 마카베와 그의 약혼녀가 함께 걸어오는 장면을 상상하자 이내 공포에 휩싸였어요.

한 번 읽었을 때는 여기가 왜 결말이냐고 작가에게 따지고 싶었는데, 결말의 힘이 읽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마지막 장면을 단 한 번만 읽진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처럼 당혹스러웠다가 이내 등줄기에 느껴진 서늘함이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아 충격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리드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북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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