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ㅣ 쓸모 많은 뇌과학 5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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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라. 그것도 종이책으로.’ 결론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바로 이거다. 그것도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좋다고 한다. 작가는 독서의 필요와 당위 등을 뇌과학적 증거들에 의지해 설명한다. 이미 알고 있는 부분도 있고, 새로운 사실도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무엇보다 참 쉽게 썼다.

 

한두 달 전에 읽었던 ≪생각의 힘≫이란 책과 목적은 같은데 결이 사뭇 다르다. 저자는 아날로그 식 독서를 강조하기 위해 디지털 디바이스로 뒤덮인 오늘날 환경을 나무라는 데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저자는 현대사회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없이는 생활할 수 없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는 것 같다고 하는데(215쪽) 깊이 공감한다.

 

육아와 교육 환경에 대한 내용들이 중반 이후로 많이 등장하는 건, 아마 좋은 습관을 새롭게 들이거나 나쁜 것은 바로잡을 여력과 기회가 더 많을 다음 세대들에 대한 작가의 우려가 깊은 탓일 테지만, 자신을 돌본다는 의미에서 이미 성인이라도 여전히 유효한 충고로 들린다. 독서와 교육을 밀접하게 연결하고 있는 건, 역시 지난 해 읽은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과도 맥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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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
김성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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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이후로 꾸준해 온 작가의 장르문학(환상문학, SF문학)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레퍼런스로 언급되는 작품들이 많아 현재 작가가 어떤 작품들에 영감을 얻고 영향을 받는지 기웃거리게 된다. 작가 자신의 삶과 고민이 틈틈이 엿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으로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반복되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 남자의 한담을 중심으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서로의 앞날에 행운을 빌어주는 <귤락 혹은 귤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생계형 예술가 커플의 희망과 좌절이 번갈아 오는 현실을 보여주며 창작 활동이 주는 환희를 그린 <도트와 프랭크>도 가슴에 오래 남는다. 여기 두 인물의 삶은 소설을 쓰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유령들>과 <맥주의 알>, <맨발 교실>에선 ‘내가 그들이고 그들은 바로 나’라는 테마가 반복된다. 진정한 나를 드러내기 위해 지금의 나를 소거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히는 <유령들>과 인간들이 청설모로 변하는 <맨발 교실>,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괴로운 현실의 도피처였던 꿈과 각박하고 고단한 현실을 바꾸는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는 환상성이 강한 작품들이다.

<왼손잡이는 꿈을 잘 기억한다>은 지나친 욕망을 경고하며 행복도 불행도 스스로에게서 비롯된다는 주제 의식이 읽힌다. AI라는 전형적인 SF 소재로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남편>은 ≪2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집≫에도 실려 있다.

 

가끔 책에 몰입하면 일종의 ‘트랜스(trance)’ 경험을 하곤 하는데, 그 순간을 작가가 자주 언급하고 있어 재미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도 책에 몰입하는 동안 반쯤은 유령처럼 변하기에, (<유령들>_23쪽)❞

 

❝행복한 유령 상태. (<귤락 혹은 귤실>_168쪽)❞

 

❝-반쯤 꿈꾸는 상태랑 비슷하니까-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 니터는 눈을 뜬 채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하게 몽롱하다고 했다. (<맨발 교실>_263쪽)❞

 

또한 작가는 <유령들>에서 인물 ‘마지’를 소개하며 ‘마지널리아(marginalia)’라는 단어를 빌려오는데(그러면서 마지널리아는 책 여백에 메모하는 행위를 말하는 거라는데, 18쪽), 신기한 단어도 있네,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이탈로 칼비노’의 글이 인용된 게시물이 있어 여기 인용한다.

 

『빠르고 널리 퍼진 미디어가 득세하고 모든 소통을 하나의 획일화된 평면에 내려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위험을 감행하는 시대에서의 문학의 기능은 각기 다른 개체들이 소통하는 데에 있다.

 

단지 다른 개체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서로와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소통하는 것이다.

 

이 소통은, 이들 사이의 다른 점을 서로 부디껴 마모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고, 이는 문자 언어의 진정한 본성을 따르는 것이다. -이탈로 갈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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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길 - 최명익 단편선 ㅣ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5
최명익 지음, 신형기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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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북쪽에 남게 된, 어떻게 보면 오해받아 억울한 작가다. 이런 작가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늦게나마 그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참으로 고맙고 다행한 일이다.

 

이 책엔 작가가 남한에서 활동한 주요 시기인 30년대에 발표된 단편들로 주로 구성되었다.

일제강점기의 우울함과 무력감이 개인이 짊어진 가차 없고 예측할 수 없는 필연, 운명 등으로 그려진다. 동시에 당대인들의 소외감과 신구 세대의 대립 같은 것이 잘 표현되었다. 전체적으로 극적인 설정에 어둡고 외롭고 무기력한 이야기들 8편이 실려 있다.

 

작가의 모더니즘 3부작으로 알려진 <폐어인>, <비 오는 길>, <무성격자>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역설>을 읽으면서는 백 년 전 인물들의 모습에서 현대인들이 겹쳐 보였다. 사람들 사는 모습, 욕망, 오욕칠정에 시달리는 삶이 시간을 관통한다. 그 외에도 북한에서 발표한 작품으로 알려진, 체제순응적이고 프로파간다 문학 성격이 강한 <맥령> 등을 읽을 수 있다.

 

백 여 년 동안 한국어가 많이 변했음을 목격한다. 고어, 사어, 혹은 사투리가 많이 나온다. 읽는 데엔 큰 지장이 없으나 권미에 편집자가 일러두기를 두어 독서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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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김혜영 지음 / 그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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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애도에 관한 이야기인 <박수기정 노을>과 <대추>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빈틈없이 꽉 찬 작품인 <자염>은 잊혀가는 ‘자염(煮鹽)’을 소재로 전통과 역사, 부자 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이 책의 백미이다. 서늘한 결말의 절박한 이야기인 <공가>도 좋다.

의료 사고 이후의 고통과 비극을 그린 <Baby in Car>, 지나친 반려견 사랑으로 붕괴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너의 찰스>는 작가의 당대 시의적인 시선을 볼 수 있었다. 표제작인 <아보카도>와 <지연>은 반전이 있는 TV단막극 같은 작품으로 ‘박경리’나 ‘박완서’의 단편을 떠올리게 한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단지 거대 출판사가 아니라서, 주류에 들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작가들과 작품들이 얼마나 묻혀 있는 걸까 생각하면 슬프다. ‘김미월’의 작품이었던가. ‘읽히지 않은 소설’을 소재로 한 단편이 생각난다. 소설을 읽는 독자로서 더 많은 작가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자본의 횡포’처럼 보인다.

 

******

 

25년 마지막 읽은 책이다.

작년 만큼 많이 읽지는 못 했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시월 경부터 ‘독태기’가 찾아왔다는 사실. 하지만 그것도 중요한 건 아니고 잘 넘겼다는 거. 딱히 다른 걸 시도한 건 아니었고, 그냥 읽으며 기다렸던 것 같다. 따로 재미를 붙인 일도 없고 새롭게 도전할 일도 없으니 그럴 수밖에. 자리를 지켰다기보다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참으로 무미한 삶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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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해석전문가 - 교유서가 소설
부희령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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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삶과 경험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이야기 여섯 편.

전작보다 분위기가 다소 밝아졌달까, 한 가닥 빛줄기가 보인달까. 막연하지만 겁을 주는 시선에선 살짝 비껴나 있다. 전작보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오정희’의 단편 <중국인거리>를 생각나게 하는 <콘도르는 날아가고>, 돌고 돌아 결국 ‘나’로 돌아오는 인물의 성장담인 <구름해석전문가>, 작가의 구도를 위한 작품처럼 보이는, 종교적이기까지 한 <완전한 집>, 속죄와 희생양 테마로 약간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 등이 인상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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