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짓말쟁이
E. 록하트 지음, 하윤숙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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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의 ‘케이든스’와 ‘조니’, ‘미렌’은 또래의 사촌지간이다. 대부호인 할아버지 소유의 ‘비치우드’ 섬엔 엄마와 이모들의 저택이 하나씩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여름 휴가철이면 언제나 그곳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던 세 사람에게 이모가 사귀는 인도 출신 애인의 조카 ‘갯’이 합류한다. 갯은 자연스럽게 그들과 섞이고 케이든스는 갯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케이든스는 모종의 일을 겪은 후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편두통과 너무 많다 싶은 약물 투약 이상으로 심각한 건 바로 부분적 기억 상실, 기억이 뚝 잘려나간 2년 전 여름, 그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비치우드 섬은 (물론 가상의 섬으로) 잘 설계된(작가의 의도를 한층 잘 살리도록 고안된) 무대다. 그곳은 하나의 작은 세계다. 별장이 아닌 저택들, 그것도 네 채씩이나(섬이 얼마나 넓길래) 있다. 한 가족임에도 독립된 생활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각자의 개인성을 잃지 않으려는 욕구의 발로다. 그들은 한시적이지만 육로도 없는 섬에 자신들을 고립시킴으로서 외부를 차단한다. 가족 외 사람의 ‘침입’을 불허한다. ‘섬’이라는 공간의 폐쇄성은 그곳에 모인 어른들의 태도를 대변한다.

섬 안에 모인(갇힌) 그들은 평화로울까. 보이는 것과 달리 세 딸들(엄마와 이모들)이 겪고 있는 갈등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런 어른들 옆에서 십대의 아이들은 오히려 평화롭다. 그들이 보기에 어른들이 겪는 문제는 사소하기만 하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까. 십대의 아이들은 서툴렀다.

십대들의 성장드라마+로맨스의 냄새를 물씬 풍기며 시작된 이야기는, 가족들과 함께 섬을 다시 방문한 캐디가 새로 지은 할아버지의 저택, 그리고 말을 아끼며 어딘가 비밀스러워진 사촌들의 모습을 눈치 채면서 방향을 튼다. 이 작품은 한 십대의 내적 성장기이면서 이방인 혐오와 배금주의, 미국 내 백인 사회의 폐쇄된 분위기를 고발하는 사회 소설이고 주인공이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비밀이 드러나는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결말은 충격적이다. 드러내는 방식이 익숙하긴 해도 인물들의 감정에 힘입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작가가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무척 능숙하다. 세련됐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독자의 시선을 손가락 끝으로 유도하면서 시야에 들어온 달을 ‘느끼게’ 하는 식이다. 덕분에 이야기가 무척 풍성해졌다. 보통 길이의 장편소설 분량에 이야기가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수수께끼 가득한 이야기, 흥미로운 전개, 날카로운 비판 의식과 문제 제기. 청소년 소설의 외양에 비극적인 이야기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비극이 단지 십대들의 미숙함 탓일지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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