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 - 인간에서 동물로, 로봇에서 바위로 다양한 존재를 껴안는 새로운 시대의 권리론
윌리엄 F. 슐츠.수시마 라만 지음, 김학영 옮김 / 시공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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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權利) 법률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 공권, 사권, 사회권이 있다.'(네이버 사전)

최근 사회 이슈가 된 전국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승하차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전장연의 요구는 단순하다. 장애인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 설치와 기타 설비를 확충해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거다. 당연한 요구지만 출퇴근 시간에 집회가 이뤄져 시민들의 불편이 발생하자 의견이 분분하다.

지하철 지연을 겪은 사람들은 장애인의 이동권도 중요하지만 왜 하필 출퇴근 시간에 집회를 해 불편을 주느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출퇴근 시간에 집회를 하기 전까지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전장연의 요구는 최근에 시작된 게 아니다. 2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요구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출퇴근 시간에 집회를 하면서 그나마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는 시간과 장소에서는 아무리 집회를 해도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현실.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듯 권리는 자연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며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수많은 권리들은 누군가의 투쟁과 죽음을 바탕으로 쟁취되었다. 노예제 폐지, 여성의 참전권, 노동자의 권리 등이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폐지되거나 정착되었고 시민들의 의식이 성숙하면서 권리의 계념도 확장되거나 변화해왔고 현재도 그렇다.

저자는 권리의 계념부터 인간, 젠더, 성, 개인정보, 동물, 로봇, 자연을 포함해 권리의 계획과 만들어지는 과정, 도달까지 권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들려준다.

권리는 저절로 주어지는게 아니다. 치열한 논쟁과 투쟁을 통해 주어졌고 과거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권리들도 생겨난다. 동물권이나 자연권 등이 그렇다. 거기에 기술의 발달로 발생할 로봇의 권리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권리의 역사를 통해 권리는 고정불편하지 않으며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달라졌음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사회, 건강한 공통체는 권리가 직면한 도전에 관심을 가지고 해법의 단초를 함께 찾아가야 한다. 과거와 같이 희생을 바탕으로 한 권리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거친 권리의 정립. 그러기위해서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관점과 관심이 필수가 되야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동권도 그렇다. 내가 오늘 느낀 불편함을 평생 겪어야 하는 이들의 처지를 남의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이동권 측면에서 접근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고민해보길 바란다. 대중들이 지속적인 관심이야말로 건강한 권리획득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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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세시풍속
고성배 지음 / 닷텍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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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풍속. 해마다 일정한 시기에 되풀이하여 행해 온 고유의 풍속이나 습관을 말하죠. 세시풍속은 농업을 기준으로 24절기와 연관이 밀접하고 음력으로 지냅니다. 가장 유명한 세시풍속은 설날, 추석, 단오, 정월대보름, 한식 등이 있어요. 민족 최대의 명절로만 알던 설날과 추석도 세시 풍속에 포함되는 줄 몰랐어요. 설날에 떡국을 먹고, 추석 때 송편을 빚고 토란국을 먹는 것도 세시 풍속의 하나였다는 것을 아니 신기하기까지 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세시풍속 하면 쥐불놀이나 단옷날 청포물에 머리 감기 정도만 떠올랐는데 생각보다, 생활과 밀법한 관계였구나 싶어서요. 물론 책처럼 1년 365일 행할 수 있는 풍속들이 거의 다 사라진 것은 안타깝지만 세상이 변하면 풍속도 변하는 법이니까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지금도 때가 되면 행하면 좋은 풍속들을 알 수 있어 아주 유용했어요.


매일매일 세시 풍속이라는 제목처럼 책에는 정말 많은 풍속들이 담겨있어요. 내용들도 재미있어요. 장 담그기나 고사 지내기처럼 중요한 행사도 있지만 흙 손대기 않기, 여행 가지 않기, 낚시하지 않기, 대나 문자 선물하기, 산에서 노래하고 춤추기 등 재미있는 풍속들이 많아요. 

개인들이 하는 풍속도 재미있지만 하급자에게 베풀기, 마을 청소하기처럼 공동체를 위한 풍속들도 있고, 소싸움, 길쌈놀이, 줄다리기, 가마싸움처럼 고된 농사에 지친 백성들이 쉴 수 있는 풍속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세시 풍속에 대해 알수록 단순한 미신이나 그런 것보다는 더 편안한 삶, 더 즐거운 삶을 위한 작은 바램들이 모여서 만들어지고 이어진 것이구나 싶어서 책 자체도 재밌고 풍속에 담긴 사람들의 바람들이 느껴져서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우리문화에 대해 알고 싶어 읽은 책인데 풍속도 알고 풍속에 담긴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까지 알게되어 좋아요~ 지금도 개인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풍속들이 많으니 이제부터는 절기에 따라 실천하며 평안을 기원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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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 (리커버) - BTS 노래산문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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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을 위한 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BTS의 노래가 제목인 책이어요. 전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음미하며 듣기 때문에 노랫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울림을 주는 노래 맛의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 산문집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특히나 BTS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듣다 보면 힘이 나고 용기를 북돋아준다고 생각했는데 시인이 들려주는 노랫말이라 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전시회도 그냥 보는 것과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보는 것이 차이가 크듯, 해설이 더해진 노래는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해졌어요. 이미 알고 있지만 더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기회~ 놓칠 수 없죠.


저자 나태주 시인은 딸에게 들려주듯 질문과 답을 던지는 형식으로 BTS의 노래를 소개합니다. BTS의 노래 중 감명받은 서른다섯 편의 가사를 읽어가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찾고 시인이 생각하고 느낀 바를 들려줍니다.


처음에는 좀 낯설어요. 노래로 들을 때는 음과 박자가 입혀져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반면. 글로만 읽으면 내가 더 깊게 개입해야 노랫말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글과 노래가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각각의 문장과 단어들이 새롭게 다가와서 익숙한 것을 더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노랫말을 소리내어 읽고 나름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저자가 들려주는 해석을 읽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BTS의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번 읽는 방식으로 읽어나갔어요. 그렇게 읽으니 보통 책을 읽는 속도보다 더 느리게 읽어나갔지만 책을 읽고 난 전후의 느낌이 확실히 달라서 노래들이 더 좋아졌어요.


시와 노래를 한번에 만나보면서 우리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고민과 꿈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더 많은 주옥같은 노랫말로 BTS를 만나고 싶어지는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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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한글로 읽는 교양 세계사
박찬영 외 지음 / 리베르스쿨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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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해 사극과 역사 다큐, 책도 즐겨있는 데, 세계사의 흐름을 한 번에 잡아주는 책을 만났다. <영어와 한글로 읽는 교양 세계사>. 이 책은 동서양을 망라해 역사의 큰 흐름을 잡아준다.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수록되어 영어 공부도 함께 할 수 있다. 아 물론 영어는 좀 공부가 필요하지만 한글로 이미 익힌 내용을 영어로 다시 읽는 방식으로 하면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진과 부연 설명도 많아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큰 흐름을 잡아가기에 어려움이 없다. 내 경우는 부분부분 알던 역사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책은 인류의 시작부터 시작한다. 인류 공통의 어머니로 알려진 루시. 그러데 그 자리를 440만 년 전에 살았던 아르디에게 최초의 인류 자리를 내줬다고 한다. 아르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지만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은 끊임없이 인류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음을 보면서. 역사는 과거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게 됐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겠지.

각 단락들은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핵심 내용들이 수록되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 중국의 경우, 익히 들어는 봤는데 언제 어느 시기에 해당되는 사건인지 헷갈리던 부분들을 시대순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



나처럼 단편적으로 알던 역사를 시대순으로 정리하기에도 좋지만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흐름을 먼저 잡아주고 더 알고 싶다면 더 상세한 책들을 통해 흥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같은 책 같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할만큼 끊임없이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전쟁의 잔혹함은 사건의 나열보다 그 전쟁을 겪는 평범한 사람들의 경험과 고통을 통해 알려주는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식의 접근도 참 좋았다. 질문과 답변방식의 구성도 좋고 딱딱하지 않은 역사책이라 배우는 재미, 읽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영어공부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아볼 수 있는 역사공부~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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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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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작전'을 알게 된 것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를 하면서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전세가 불리해진 연합군은 함경남도 흥남에서 철수를 시작하고, 이때 10만 명에 가까운 북한 피란민들을 수용한 사건을 일컫는다. 북한 주민들을 태울 필요도 의무도 없었지만,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은 이들과 함께 흥남을 떠났고. 피란민들은 목숨을 건졌다. 기네스북에 기록될 정도로 기념비적인 사건을 그때야 처음 알았다니. 뉴스를 보면서도 반성을 했었다.

홍지흔 작가의 <건너온 사람들>은 바로 그 메러디스호에 몸을 실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화자인 경주와 경복의 가족도 피난 준비를 시작한다. 소고기 떡국을 끓이고 맛나게 먹으려는 그때. 배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최소한의 귀중품과 아침상에 놓여있던 수저들만 챙기고, 이웃집 할머니의 부탁으로 경주의 학교 동기인 이웃집 동현이와 함께 떠나던 그날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삼 개월. 모두가 그렇게 믿었다. 삼 개월이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백일흔 여섯 번이 흘러도 돌아가지 못한 고향. 이제는 폐허가 되어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만. 유년시절이 기억이 가득한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부두에 도착해도. 배를 타기는 쉽지 않았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사람들은 하루를 지낼 곳을 찾아야했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었다.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당장 오늘을 기약할 수 없는 전쟁터. 누군들 견딜 수 있었을까.


과연 이들 가족은 계속해서 닥쳐오는 위기를 딛고 한 명도 빠짐없이 배에 오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들의 여정에 함께 해본다.



전쟁을 배경으로, 수묵화로 그려낸 정감어린 그림체가 참 아름답다. 전쟁의 현실이 너무 참혹해 그림체가 주는 위로가 크다. 피난보다 지금 당장 배고픔을 해결해줄 맛난 음식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더 현실적이고, 부두까지 와서 홀로계실 할머니께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동현이의 어른스러움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직 부두에 도착하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배에 올라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배경으로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잡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이 정말 인간적으로 담아낸 이야기다. 우리가 접하는 전쟁이야기는 대부분 군인들의 영웅담을 담기 마련인데,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지 않나. <건너온 사람들>은 바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더 정감넘치고 더 슬픈이야기.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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