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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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작전'을 알게 된 것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를 하면서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전세가 불리해진 연합군은 함경남도 흥남에서 철수를 시작하고, 이때 10만 명에 가까운 북한 피란민들을 수용한 사건을 일컫는다. 북한 주민들을 태울 필요도 의무도 없었지만,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선장은 이들과 함께 흥남을 떠났고. 피란민들은 목숨을 건졌다. 기네스북에 기록될 정도로 기념비적인 사건을 그때야 처음 알았다니. 뉴스를 보면서도 반성을 했었다.

홍지흔 작가의 <건너온 사람들>은 바로 그 메러디스호에 몸을 실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화자인 경주와 경복의 가족도 피난 준비를 시작한다. 소고기 떡국을 끓이고 맛나게 먹으려는 그때. 배가 들어왔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최소한의 귀중품과 아침상에 놓여있던 수저들만 챙기고, 이웃집 할머니의 부탁으로 경주의 학교 동기인 이웃집 동현이와 함께 떠나던 그날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삼 개월. 모두가 그렇게 믿었다. 삼 개월이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백일흔 여섯 번이 흘러도 돌아가지 못한 고향. 이제는 폐허가 되어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만. 유년시절이 기억이 가득한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부두에 도착해도. 배를 타기는 쉽지 않았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사람들은 하루를 지낼 곳을 찾아야했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가족을 잃었다.

폭탄이 터지고 총성이 울리지 않아도 당장 오늘을 기약할 수 없는 전쟁터. 누군들 견딜 수 있었을까.


과연 이들 가족은 계속해서 닥쳐오는 위기를 딛고 한 명도 빠짐없이 배에 오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이들의 여정에 함께 해본다.



전쟁을 배경으로, 수묵화로 그려낸 정감어린 그림체가 참 아름답다. 전쟁의 현실이 너무 참혹해 그림체가 주는 위로가 크다. 피난보다 지금 당장 배고픔을 해결해줄 맛난 음식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더 현실적이고, 부두까지 와서 홀로계실 할머니께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동현이의 어른스러움에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직 부두에 도착하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배에 올라야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배경으로 고향을 떠나 새로운 터전을 잡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이 정말 인간적으로 담아낸 이야기다. 우리가 접하는 전쟁이야기는 대부분 군인들의 영웅담을 담기 마련인데,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지 않나. <건너온 사람들>은 바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그래서 더 따뜻하고 더 정감넘치고 더 슬픈이야기.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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