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 진화하는 경제생태계에서 찾은 진짜 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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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 진화하는 경제생태계에서 찾은 진짜부의 기원

(원제 : The Origin of Wealth - Evolution, Complexity, and the Radical Remaking of Economics)

저자 : 에릭 바인하커(Eric Beinhocker)

연도 : 2014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제법 두툼하고 강렬한 빨간색 표지의 책이 먼저 독자의 이목을 확 끌어당긴다.

세계 최고의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의 선임고문을 역임한 복잡계 경제학자 에릭 바인하커가 새로운 부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책이라고 해서 혹자는 새로 나온 재테크 서적의 하나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본문만 700쪽이 넘고 주석도 무려 90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지만, 급한 마음에 목차를 펼쳐보니 독서의 흥미를 잔뜩 돋운다.

목차는 다음과 같은데, 얼핏 제목들만 봐서는 쉽게 다가오질 않는다.

 

1부 패러다임의 이동

1장 부는 어디서 오는가?

2장 전통 경제학 : 균형의 세계

3장 비판적 고찰 : 혼란과 쿠바의 자동차

2부 복잡계 경제학

4장 큰 그림 : 설탕과 향료

5장 동태성 : 불균형의 즐거움

6장 행위자들 : 심리 게임

7장 네트워크 : ! 너무나 복잡한 거미집

8장 창발성 : 패턴들의 퍼즐

9장 진화 : 그건 바로 저기에 있는 정글이다

3부 진화는 어떻게 부를 창출하는가

10장 디자인 공간 : 게임에서 경제까지

11장 물리적 기술 : 석기에서 우주선으로

12장 사회적 기술 : 수렵채집민에서 다국적 기업으로

13장 경제적 진화 : 빅맨에서 시장으로

14장 부의 새로운 정의 : 적합한 질서

4부 기업과 사회에 대한 의미

15장 전략 : 진화의 경주

16장 조직 : 사고하는 사람들의 사회

17장 금융 : 기대의 생태계

18장 정치와 정책 : 좌우 대결의 종말

 

한참 읽어나가다 제1부의 말미(175)에 들어 있는 다음의 표를 보니 드디어 이 책의 전체적인 논지를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주장하는 핵심적인 다섯 가지 주제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압축시켜 놓은 것이다. 저자는 이 표를 중심에 놓고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인 면에서 경제학과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 철학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방대하고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 등을 제시함으로써 복잡계 경제학을 설명한다. 일종의 복잡계 경제학 개론 혹은 입문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4-1> 복잡계 경제학과 전통 경제학의 구분 : 5대 빅 아이디어(p.175 인용)

구분

복잡계 경제학

전통 경제학

역동성

(Dynamics)

균형과는 거리가 먼 개방적

동태적

비선형적 시스템

 

폐쇄적

정태적

선형적 균형 시스템(linear systems in equilibrium)

행위자

(Agents)

개별적인(heterogeneous) 모델링

제한된 합리성(realistic rationality)

귀납적 경험 법칙

불완전정보

착오와 편견의 제약

시간에 따른 학습과 적응

공평성과 상호주의(reciprocity)

집단적(homogeneous) 모델링

완전한 합리성(perfect rationality)

복잡하고 연역적인 계산에 의한 의사 결정

완전한 정보

착오와 편견 배제

습과 적응 필요성 없음(행위자는 이미 완벽)

이기적(self-interest)

네트워크

(Networks)

개별 행위자 간 상호 작용의 명시적 모델

시간에 따른 관계 네트워크의 변화

상호작용 네트워크 구조가 매우 중요

행위자들은 오직 경매 등 시장(markets) 메커니즘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상호 작용하므로 네트워크는 문제되지 않음

창발성

(Emergence)

거시와 미시 간 구분 없음

거시 패턴은 미시적 행태와 상호 작용의 창발적 결과(멈추지 않는 진동, 단속균형, 거듭제곱의 법칙)

미시(micro; bottom-up)와 거시(macro; top-down) 경제학은 별도의 분야로 존재

 

 

진화

(Evolution)

차별화(variation), 선택(selection), 그리고 확산(amplification)이라는 진화 과정이 시스템의 혁신(novelty)을 가져다주고 질서와 복잡성의 증대를 가져옴

내생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거나 질서 및 복잡성의 증대를 가져오는 메커니즘은 없음

 

저자는 100년이 넘는 전통 경제학의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정들 특히 합리적 인간, 물리학적 균형 - 을 조목조목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들어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물리적인 기술(physical technologies)과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ies), 새로운 사업계획(business plans)이라는 세 개의 디자인 공간(design spaces) 속에서 경제적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전혀 새로운 경제학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장한다. 그 증거가 바로 18세기와 19세기 전반에 걸쳐 인류는 과학과 시장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경제적 진화를 가속화하고 유례없는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는 사실이다.

저자에 의하면 경제는 복잡 적응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으로서 경제적 진화는 결과적으로 과거 빅맨(big man-통치자)이 선택하는 시스템의 대안으로 고안된 시장(market)을 행위자들이 선택함으로써 부와 복지를 향상시켜 왔다. 복잡하다는 것은 다수의 상호작용하는 행위자와 행위자들의 조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적응적이라는 말은 디자인과 전략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다는 의미이다. 시스템이란 경제에서 나타나는 거시적 패턴들은 미시적인 행위로부터 창발하는 속성을 지니는 것임을 뜻한다.

저자는 루마니아 출신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로에겐(Nicholas Georgescu-Roegen)의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부(경제적 가치)의 창조를 위한 세 가지 조건(R-G조건)으로 경제적 가치 창출과정의 불가역성(Irreversibility), 경제 시스템 내에서는 국지적으로 감소시키는 반면 전체적으로는 증가시키는 엔트로피(Entropy), 인공재(제품 등)나 행동 등 가치 창조 활동은 인간의 목적에 적합해야 한다는 적합도(Fitness)를 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모든 경제활동은 본질적으로 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것이며, 인간이 애써 이러한 질서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부가 우리의 선호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적합한 질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질서는 물리학에서의 정보와 같으므로 부는 적합한 정보, 달리 말하면 지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의 기원은 바로 지식이다. 진화는 지식을 창출하는 기계, 즉 학습 알고리즘이다. 방대한 우주 생물권의 모든 질서와 복잡성, 모든 지식들은 가장 단순한 알고리즘, 즉 차별화(variation), 선택(selection), 복제, 그리고 이의 반복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조합된 것들이다. 부는 지식이며, 부의 기원은 바로 진화다. (pp. 505~506)

복잡계 경제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어쩌면 정말 단순하다. 우리의 경제적 운명을 우리 스스로가 통제(경제적 진화를 예측하거나 지휘하는 것)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차별화-선택-확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의 진화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그 힘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실험 포트폴리오 전략을 실행할 방안을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이나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좌우로 대립하는 정치조직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적응력이 뛰어난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고구조나 본능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조직구조와 소프트웨어적인 프로세스까지 일관되고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조직은 타인과 협력하는 사회적 기술 단계를 거쳐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리적 기술을 활용한 대형 조직의 출현 단계를 지나 세 번째 단계인 대규모 조직 속에서 어떻게 마빈 민스키가 말하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회를 만들 것인지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경쟁적 진화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목적이며, ‘적응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방법을 말한다.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진화 시스템 안에 있는 모든 디자인에 가해지는 시간을 초월한 요구이다.(p.649) 그러므로 정치 구조에 있어서도 핵심 이슈는 좌우 대결이 아니라 어떻게 최상으로 진화하느냐이다.

복잡계 경제학은 좌우의 이념적 입장뿐 아니라 이 둘 간 논쟁의 대상이 거대한 제도, 즉 국가와 시장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 국가의 경제적 역할은 시장의 진화를 촉진하고, 협력과 경쟁 간의 효과적 균형을 이루게 하며, 사회의 요구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적합도 함수를 설정하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중략)

시장의 경제적 역할은 사업 계획을 발굴하고 차별화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소비자 수요, 기술 그리고 국가가 설정한 적합도 함수를 고려하여 사업 계획을 선정하며 선정된 계획이 확산되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시장은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문제는 효과적인 진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국가와 시장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이다. (p.668)

저자는 복잡계 경제학이 시장과 과학에 더하여, 민주주의라는 문화적 제도가 결합된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 경제와 환경의 공진화를 위한 새로운 정치적, 정책적 논쟁의 다양성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0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전통 경제학을 무너뜨린 현대 경제학의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화와 복잡성에 대한 방대한 연구와 자료조사 등을 통해 책 제목처럼 경제학을 radically remaking하는 사고의 대전환을 가져다 준 정말 멋지고 귀한 책이다. 부를 창출하기 위한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자와 관리자,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정부 기관 종사자들과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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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월300 - 여유롭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돈 관리법
조재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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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에도 죽을 때까지 매달 300만원씩 꼬박꼬박 받으면서 여유롭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돈 관리법.


참으로 돈이라는 게 쓰기는 너무 쉽지만, 반대로 벌기는 너무 어렵다. 요즘 생명공학 등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기대수명이 점점 길어지다보니 100세 시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한쪽에서는 이런 장수가 축복이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재앙이라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착실하게 노후준비를 잘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래 사는 것이 축복 그 자체이지만, 그렇지 못한 부류들에게는 오히려 끔찍한 재앙일 수밖에 없다.


<죽을 때까지 월300> 우선 책 제목이 확 끌린다. 아울러 연금이 매월 3백만원씩 들어오는 통장을 표지로 삼았다. 사실 요즘은 퇴직하고서도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온전히 은퇴하지 못하는 '반퇴' 시대라고 하니 은퇴 후에도 죽을 때까지 평생동안 매달 300만원씩 꼬박꼬박 들어온다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적어도 나처럼 정년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매월 예측 가능한 일정한 수입이 있다가 퇴직하는 순간부터 바로 고정된 수입이 아예 끊기는 셈이니까.


한국경제 증권부 현직기자인 저자는 바로 이런 노후의 재무적 리스크에 대비하는 방법의 하나로 연금 제테크라는 수단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통해 여유롭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비결을 알려준다. 방법은 초간단. 자산을 연금화하라는 것이다. 연금화란 노후에 확정된 기간 또는 자신(배우자 포함)이 사망할 때까지 일정 자산을 월급처럼 나눠 받도록 만드는 구조를 말한다.


책은 크게 5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I. (죽을 때까지 돈 걱정 없는 비결)에서는 은퇴준비에 대한 인식 전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은퇴 이후의 5가지 리스크 외에도 창업자, 중년, 여성,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 싱글족, 공무원 등으로 나누어 각자에게 맞는 현실적인 은퇴준비를 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Part II. (자식보다 든든한 연금 재테크)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연금 재테크를 하는 다양한 방법을 설명한다. 분산투자,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한 더블 업 전략, 해지보다는 감액하는 전략, 연금보험, 변액연금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Part III. (내 집으로 매달 생활비 받기)는 주택연금과 농지연금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었다. 다소 생소하긴 했지만 이 책을 통해 이런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이 대부분의 자산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나마 번듯한 집이라도 한 채 갖고 있으면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이런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노후 대비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art IV. (퇴직이 두렵지 않은 이유)에서는 퇴직연금 제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퇴직금제도가 점차 없어지고 대신 퇴직연금 제도가 모든 사업장에 도입될 전망이다. 다소 생소하게만 여겨지던 DB형, DC형, IRP 등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성과급을 연금에 투자하는 방법과 계약이전제도, 퇴직연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Part V. (가장 안정적인 미래를 쌓다)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국민연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지역가입자, 사업장가입자 외에도 주부나 학생 등 소득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해 가입하는 임의가입자 제도 등 최근에 개정된 내용을 포함하여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모든 재테크의 기본은 절약하고 저축하여 목돈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 저금리 시대를 맞아 저축의 의미가 축소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다보니 장수 리스크를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연금을 잘 알고 활용하는 길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3층보장이라는 말은 1층 국민연금, 2층 퇴직연금(혹은 퇴직금), 3층 개인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보장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다.


한참 젊었을 때는 노후의 삶, 은퇴라는 단어가 먼 미래 남의 얘기로만 들렸기 때문에 당장 먹고사는 경제적 현실  너머 전체 생애의 틀 안에서 돈 문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필요도 그럴 정신도 없어서 큰 그림 없이 매일매일을 허둥대며 살았던 것 같다.


이제 어느덧 반백의 나이에 접어들다보니 그동안 참으로 안전한 직장의 울타리 속에서 마치 '삶아진 개구리'처럼 현실 속에 안주하며 좀 더 치열하게 변화를 추구하지 못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명색이 금융기관에 종사한다는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미래 재무계획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이 나이를 먹고 말았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스스로 한심하고 허탈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입사 동기들의 경우에 비해 아직 두 아이가 어리다보니 결혼해서 독립하는 건 차치하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 형편이다보니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내 천성이 워낙 긍정적이고 게을러서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마음으로 오늘까지 살고 있긴 하지만, 매월 밀리지 않고 제 날짜에 월급 받는 안락함에 취해 이미 다가온 미래를 차분하게 대비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긴 하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부터라도 착실하게 준비한다면 은퇴 이후의 삶이 너무 초라하고 힘든 것만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은 나처럼 은퇴시기가 점점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지만 생애재무설계가 제대로 안 되어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한 번 읽고나서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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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의 시나리오 - 미래를 내다보는 힘
유정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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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전략가의 시나리오 - 미래를 내다보는 힘
저자 : 유정식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연도 : 2014.9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늘 미래를 알고자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라는 낯선 곳을 미리 탐험하려는 노력의 결과는 항상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곳에 존재하였다. 불확실성은 아마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말일 것이다.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모든 면에 있어서 불확실성만큼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두렵게 하는 것이 있을까. 뛰어난 전략가들이 온갖 정교한 도구와 이론으로 불확실성을 붙들고 파헤쳐 보아도 확실해지는 건 오히려 엄청나게 증가되는 불확실성의 통제 불가능성이라고 하겠다.

 

어떤 유명한 경영학자는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라고 했다. 어느 경영자는 '미래는 만드는 것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내기도 하고 혹자는 미래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미래는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인간이 허공 속에 있는 그 무엇을 확실하게 붙잡고 싶어하는 부질없는 욕망을 자극하는 어떤 것임에 틀림없다. 환율, 유가, 원자재가격, 정부의 규제 등 모든 것이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오늘날 세계 유수의 조직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전략과 예측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아졌지만, 정작 그들의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는 건 기본적으로 인간이 미래가 예측 가능한 어떤 실체가 있다는 허상을 좇는 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래는 예측하기보다 대비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차피 미래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임을 받아들이되, 구체적으로 이러저러한 상황(시나리오)으로 사태가 전개될 때 각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전략을 찾아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실질적인 방법론으로서의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소개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수십 년간 국내 유수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경영전략에 관한 실천적 방법과 노하우를 집약하여,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미래 전략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국내 기업환경에 맞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실제 시나리오 플래닝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에 직접 참가한 것처럼 독자 스스로가 미래를 여러 가능성으로 그려보고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방법론을 하나씩 터득하고 적용할 수 있게 논리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상세하게 구성되어 있다.

 



 

저자 나름대로는 구체적인 예시와 더불어 각종 표와 그림을 통해 최대한 시나리오 플래닝의 장점과 효과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 바로 우리 조직에도 적용이 가능할까 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전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조직과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에서 가능할 것 같다는 한계 때문이다. CEO의 관심과 후원 등 조직문화적 뒷받침은 논외라 하더라도 비교적 중장기의 전략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하여 일반적으로 정규 16주 정도의 기간 동안 별도의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는 인적, 재정적 여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 적용성 면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정태적인 방법론에 익숙해 있는 터라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의 각 단계별로 제시하는 방법론을 따라가는 것이 솔직히 쉽지만은 않았기에 평소보다 책을 읽는 속도도 훨씬 더뎠던 게 사실이지만, 이 책을 통해 전략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특히 부록 2의 시나리오 플래닝 필요성 체크리스트를 고려할 때 혹시 나중에라도 중소 규모의 기업이나 조직에 대해 간이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변형된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개발하여 보급한다면 보다 많은 조직에서 좀 더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미래 대응을 위한 최적의 전략 수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고, 기존 전략의 적합성을 점검해 봄으로써 향후 조직이 어떤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지, 신규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실패할 확률을 낮추며, 위기 상황에서 전략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법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조직 전반에 새로운 전략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창조적인 조직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좀 더 지혜로울 필요가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기보다는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p.9)

기업은 미래를 창조하는 데 실패한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리 해멀(Gary Hamel)-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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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판)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개정판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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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The Freedom Writers Diary)

저자 : 에린 그루엘(Erin Gruwell)

역자 : 김태훈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연도 : 2014

 

오래 전에 학습과 카운슬링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할 때 카운슬러의 역할을 생각해보는 학습재료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The Freedom Writers, 2007)>,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 1995)>, <그레이트 디베이터스(The Great Debaters, 2007)>,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등의 영화를 추천받아 봤던 기억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빈민가 중 하나인 롱비치에 있는 윌슨고에서 문제아 꼴통반을 초임 여교사인 에린 그루웰이 담당하게 되면서 부딪히는 난처한 상황을 오로지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인간에 대한 숭고한 헌신을 바탕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수업(책읽기와 글쓰기) 방식을 통해 헤쳐 나가는 인간 승리의 감동적 드라마이다.

 

한 음악교사의 30여년에 걸친 교육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 같은 영화 <홀랜드 오퍼스>는 아이들의 감성을 잘 어루만져주었던 홀랜드 교사가 음악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했던 교육자적 삶을 통해 여물게 된 교육적 성취와 업적을 아메리칸 교향곡으로 그려낸다.

 

<그레이트 디베이터스>1930년대 흑인 인권 수준이 열악했던 미국에서 흑인 대학 와일리 칼리지의 토론팀 지도교수 톰슨이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여타 대학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하버드대 챔피언십 우승까지 거머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토론이라는 공적 대화로서의 말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카르페 디엠으로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미래의 시인들을 죽이고 있는 단순한 주입식 교육, 그 삭막한 현실 속에서 따뜻한 인간애와 자유로운 정신을 심어주는 존 키팅 선생과 그의 가르침으로 오로지 명문대 입학을 위해 기계 같은 삶을 살아가던 학생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들이 다루는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교육을 통한 삶의 긍정적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주인공이 교사와 학생들이라는 점은 한결같다. 남의 나라 얘기이면서도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도 일치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렇다.

 

이번에 알에이치코리아에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판이 나왔다. 기존판에 덧붙여 당시 학생들이 졸업 이후 후일담을 담았다. 학교에서 촉발된 변화가 그들의 졸업 이후의 실생활에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고, 또 에린 그루웰 선생님과의 관계 역시 지속되고 있다는 걸 확인해 주고 있기에 이 책의 진가가 더 드러나는 것 같다. 사실 이미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영화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여러 한계 때문에 역시 원작의 감동이 훨씬 진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람은 만남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참다운 스승을 만난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청소년기에 교사의 영향력은 부모의 영향력보다 훨씬 지대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어 시간에 소설작가나 시인을 만난 적이 없다. 체육시간에 현역 프로선수나 현역시절 유명했던 은퇴선수를 만난 적도 없다. 음악시간에 성악가나 연주가를 만난 적이 없다. 미술시간에 화가를 만나거나 미술관에 가본 적도 없다. 국사시간이나 사회시간에 역사학자나 훌륭한 정치인이나 기업인, 또는 사회학자를 만난 적도 없고, 과학시간에 물리학자나 천문학자나 화학자를 만난 적도 없다. 학교는 그렇게 나를 그저 평범한 어른으로 만들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관습과 통념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이런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좋은 쪽으로 바뀌어나가는 것이리라. 과연 나의 삶에서도 저런 역할을 도맡아했던 선생님이 한 분이라도 있었는지 애써 찾아보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스승은 없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 가운데 인생의 진정한 스승을 만나 삶이 극적으로 변화되는 행운을 누린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에린 그루웰은 달랐다. <안네 프랑크 : 어느 소녀의 일기><즐라타의 일기 : 어느 사라예보 아이의 삶>이라는 두 권의 소중한 책을 지침서 삼아 윌슨고 203호 교실의 150명의 아이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녀는 워싱턴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한 기금모금 콘서트, 촛불 추모회, 평화행진을 추진하는 학생들을 지도, 격려하고, 사업가 존 투 씨 등의 기업인이나 사우스웨스트 항공, 힐튼 호텔, 게스 등의 거대기업으로부터 다양한 후원을 이끌어내는 한편, 빈민가 출신인 셰릴 베스트 씨,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미프 히스씨, 현대판 안네의 일기라고 불리는 <즐라타의 일기>의 저자 즐라타 필리포빅, 리처드 라일리 교육부장관, 바버라 복서 상원의원 등과 연락하여 학생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특급호텔에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여 학생들의 자존감을 향상시켜 주었고, 링컨기념관, 알링턴 국립묘지, 홀로코스트 박물관 등을 견학하는 등 도대체 국어(영어)교사인지, 정치인인지, 사회사업가인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일들을 혼자서 진행했다, 물론 그런 일 중독 성향으로 인해 남편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녀의 열정과 신념, 학생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 기존의 관습과 통념을 거부하는 용기와 실제적인 교육방식 등은 어쩌면 오래된 제도교육의 현실을 잘 모르는 철부지 초임 여교사였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일관된 수업방식은 결국 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되고 교사와 학생, 그리고 사회가 하나가 되어 크고 작은 긍정적 변화를 이루어내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게 된 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게 하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게 하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게 되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게 하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게 하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게 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도록 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교육이라는 말로 대치하여 표현을 바꾸어 보았다.

 

이 책은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거나 앞으로 교사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참 교육자가 걸어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치유와 기적의 글쓰기 책이다. 교사들은 이 책에서와 같이 꼭 문학수업이 아니더라도 음악이든, 미술이든 스포츠든 다양한 교육적 활동을 통해서 이러한 위대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는 자신의 성장기를 돌아보며 많은 것이 변화된 오늘날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을 그들의 눈높이와 시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현재 절망 속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은 현재 자신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혼자만의 비극이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공유하는 아픔이며 누군가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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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경제학 - 왜 부족할수록 마음은 더 끌리는가?
센딜 멀레이너선 & 엘다 샤퍼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결핍에 따른 압박이 아무리 말리고 붙잡는다 해도 거기에 굴하지 않고 대역폭을 관리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p.333)

 

우리가 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데 그것을 만족시켜줄 자원은 늘 부족하거나 제한되어 있는 것을 희소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경제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 희소성의 원칙 때문이다. 부족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거나 최소의 비용이 들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경제원칙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처럼 경제활동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뭔가 다른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어떤 것을 선택할 때 포기해야 하는 것의 값어치를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던지 항상 기회비용이 발생하는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항상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인간상은 합리적인인간이다. 여기서 합리적이란 말은 희소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럼 과연 우리는 경제 활동 즉, 경제적 행위나 선택을 늘 합리적으로 하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평소 머리로는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행동은 그와 반대로 하는 아이러니한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인간은 객관적인 이성 못지않게 주관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주변의 상황이나 문화적 맥락 속에서 경제원칙과는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이런 아이러니를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결국 좁게는 인간의 심리적 속성에 대한, 넓게는 인간과 사회 그 자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전통적으로 경제학은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냉철한 이성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말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경제학은 이성 쪽에 지나치게 치우쳤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인간의 감정에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이면서 경제행위를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바라보고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 최근 유행(?)하고 있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융합이라고 하겠다.

 

알에이코리아의 최신간 결핍의 경제학은 바로 이런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희소성의 원칙을 깊이 파고들어 일상과 조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아이러니를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센딜 멀레이너선(Sendhil Mullainathan) 교수와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엘다 샤퍼(Eldar Shafir) 교수가 공동 저술한 이 책은 원서 제목이기도 한 희소성(Scarcity) 자체에 주목하였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형성중인 미완성의 어떤 과학으로서의 결핍학에 대한 설명이라는 것이다.

 

두 저자는 인지과학에서부터 개발경제학에 이르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 의존하여 결핍의 심리적 토대를 드러내고 아울러 이 지식을 이용해서 다양한 사회적, 행동적 현상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실험실, 쇼핑몰, 기차역, 무료급식소, 사탕수수 농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독창적인 연구조사를 진행하여 얻어진 놀라운 발견과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지나치게 적게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 사람의 정신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또 그렇게 일어난 일이 그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이에 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있을 때, 즉 어떤 자원이 결핍되어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연구한 것이다. 표지에 들어간 토끼와 로켓을 단 거북이는 이미지는 거북이가 느리다라는 속도의 결핍을 가지고 있지만 그 결핍 현상이 오히려 더 빨리 나아가게 하는 편익이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낄 때 우리는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결핍감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해버린다. 너무 바쁜 나머지 매번 마감시간에 쫓기는 사람, 늘 돈에 쪼들려 빚을 빌리는 사람,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사람은 각기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결핍되어 있는 사람들로 동일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어떤 자원이든 간에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적게 가졌다는 조건 때문에 힘겨운 투쟁을 해야만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슷한 심리현상이 유발된다.

 

결핍은 어떤 것을 매우 적게 소유할 때의 불쾌함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초래한다. 그래서 바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나 신용불량자가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 결핍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어놓고 우리의 마음을 지배한다.

 

저자들은 결핍이 정신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을 묘사할 때 사로잡는다(captur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주의력을 사로잡히면 경험도 변용되어 주관적인 시간 확장(subjective expansion of time)'이라는 감정이 촉발된다고 한다. 주의력을 사로잡은 결핍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 혹은 그 대상의 속도를 인식하는 데뿐만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서문과 본문 총 10장의 3, 결론 및 주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결핍이 우리를 사로잡는 순간 우리는 몰입(집중)하거나 무시(터널링)하게 되는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재능이나 개성이 아니라 대역폭((bandwidth; 인지능력)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2부에서는 결핍이 결핍을 낳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트레이드 오프(trade-off)로 설명하면서 여유 있는 사람과 여유 없는 사람의 짐꾸리기, 가난한 꿀벌과 부자 말벌, 수납장에 버려진 것들을 비교하면서 느슨함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또한 결핍효과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전문지식의 함정을 낳기도 하며, 급한 불을 끄느라 터널링에 사로잡혀 계속 쪼들리고 더 빌리거나, 시간이 없어 땜질 처방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해 근시안적으로 대처하는 등 미래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행동이 되풀이되는 양상을 드러낸다. 저글링(juggling)을 멈출 수는 없는지, 자유재량권(discretion)이 없는 경제적 결핍과 방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에 실패가 실패를 부르는 복합적 가난은 대역폭에도 쪼들리게 된다.

3부에서는 결핍에 대처하는 독특하고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조직의 결핍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느슨함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에 숨겨진 다양한 결핍들에 대해서 대처하는 것도 상세하게 다룬다. 가난을 떨쳐내기 위해 가난한 행동을 바꾸는 아이디어와 공공정책의 인센티브 및 대역폭 관리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특히 공공정책 입안자들이나 조직 관리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통찰을 제시한다.

 

특정한 대상에 결핍이 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 목표에 고도로 집중하는 심리 현상을 보인다. 이 같은 결핍은 일정한 패턴을 지니는 결핍의 매커니즘을 구성하게 된다. 자원부족(scarcity) - 터널링(tunneling) - 빌리기(borrowing) - 저글링(juggling) - 땜질 처방(solve problems locally and temporarily)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핍에 빠지면 논리적인 귀결로 터널링 상태에 들어서는데 긴 터널 안에서는 출구만 보이고 주변 상황은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에는 결핍의 대상에 대한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고도의 집중력과 민첩성을 발휘하게 한다. 그리하여 단기적으로는 그 일에서 효과가 있다. 이를 집중배당금(focus dividend)이라 한다. 학생들이 과제 제출 기일이 다가오면 리포트 작성에 더 몰입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한다.

 

돈이든 시간이든 자원이 결핍되면 사람들은 당장의 문제에만 매달리게 되므로 주변 상황이나 장기적 전망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빌리기를 한다. 정작 긴급하지는 않으나 중요한 일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보다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데 시간과 돈을 소모해버리는 실수나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약속을 뒤로 미루거나 급전을 대출받는 것들이 그런 예이다.

 

그러나 문제는 결핍의 덫(scarcity traps)에 걸렸을 때 일어난다. 한 가지 일이 해결되고 나면 다른 긴박한 일이 생기고 이미 예정되었던 것이든 갑자기 생겨난 것이든 그 이상의 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든다. 설상가상의 상황이 반복되는데, 이것이 바로 저글링의 상태다. 결국 여러 개 공 가운데 땅에 떨어지려는 공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된다. 그렇다고 어느 한 순간에 멈출 수도 없다. 페이데이론이나 카드 돌려막기가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미봉책은 마치 꼬인 실타래처럼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만 할 뿐이다. 좀 더 느슨함이 유지될 때 즉, 이미 이런 상황이 발생하기 훨씬 전에 조금 더 풍족하였을 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함으로써 늘 급한 불을 먼저 끄게 되다 보니 결핍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핍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지닌다. 긍정적인 면은 터널링에 의한 고도의 집중력으로 단기적인 성과인 집중배당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은 이러한 단기적인 편익에 비해 나중에 치러야 할 대가가 훨씬 크다. 결핍 때문에 터널링에 사로잡히면 유동성지능(fluid intelligence)과 실행제어기능(executive control function),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인지능력에 과부하가 걸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처리능력이 저하되는데 이를 대역폭 세금(bandwidth tax)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 정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에 부과되는 세금을 과소평가하고 자주 간과하기 때문에 땜질 처방만 함으로써 충분히 예측 가능한 미래의 장기적 결과를 보지 못하고 되고 결핍은 또 다른 결핍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결핍 즉 빈곤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양질의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예산을 수립하고 주요 지출 용도별로 지정계좌를 만들어 분산 예치하거나, 각종 청구서나 긴급자금에 대비한 저축에 대해서는 아예 자동이체 신청을 해 두어 청구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질 높은 의사결정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에서 이들은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나 의사결정 혹은 주변 여건들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를 받고, 여러 가지 도전과 주변의 유혹과 과거의 실수들에 의해 자원을 소모하게 되고, 사회적 맥락이나 문화 또는 편견에 의해 방해받으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양질의 의사결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은 양질의 의사결정을 하기에 더욱 나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 빈곤 문제의 아이러니이다.

 

저자들은 결핍이 어떻게 인간의 정신에 작용하는가를 이해하면 결핍의 덫을 피하거나, 최소한의 유해성을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 현재 부족한 자원(가난한 사람에게는 돈, 바쁜 사람에게는 시간, 외로운 사람에게는 친구,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칼로리가 낮은 건강한 식품 등)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신적 대역폭(mental bandwidth), 즉 인지 능력의 여유 공간(slack)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돈 빌리기처럼 부족한 자원을 자꾸 끌어 모으려고 애쓰는 것보다 오히려 멀티 태스킹을 함에 따른 인지능력의 과부하를 적절히 제어함으로써 보다 양질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느슨함을 가지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

 

New Scientist가 이 책을 2013년 최고의 과학서적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였듯이 하버드 경제학과 프린스턴 심리학과 두 천재 학자의 집념과 협업의 결과물은 현실의 다양한 사례와 실험 연구에 기초하여 누구나 읽기 쉬우면서도 합리적 행동을 전제로 하는 경제적 인간의 비합리성을 예리하게 발견하여 경제문제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두 명의 신세대 학자들이 차기 노벨상 후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내 손에 잡힐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전통적인 경제학적 지식만으로는 결핍 현상을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아 답답해하고 있는 조직의 리더나 자영업자 등은 물론 주부나 직장인 할 것 없이 자신에게 부족한 자원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대역폭을 제대로 관리함으로써 보다 현명한 의사결정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놀라운 통찰과 해법을 담은 전혀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라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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