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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판)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개정판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 :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The Freedom Writers Diary)
저자 : 에린 그루엘(Erin Gruwell)
역자 : 김태훈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연도 : 2014
오래 전에 학습과 카운슬링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할 때 카운슬러의 역할을 생각해보는 학습재료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The Freedom Writers, 2007)>,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 1995)>, <그레이트 디베이터스(The Great Debaters, 2007)>,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1989)> 등의 영화를 추천받아 봤던 기억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미국의 대표적인 빈민가 중 하나인 롱비치에 있는 윌슨고에서 문제아 꼴통반을 초임 여교사인 에린 그루웰이 담당하게 되면서 부딪히는 난처한 상황을 오로지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인간에 대한 숭고한 헌신을 바탕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문학수업(책읽기와 글쓰기) 방식을 통해 헤쳐 나가는 인간 승리의 감동적 드라마이다.
한 음악교사의 30여년에 걸친 교육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거대한 서사시 같은 영화 <홀랜드 오퍼스>는 아이들의 감성을 잘 어루만져주었던 홀랜드 교사가 음악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했던 교육자적 삶을 통해 여물게 된 교육적 성취와 업적을 아메리칸 교향곡으로 그려낸다.
<그레이트 디베이터스>는 1930년대 흑인 인권 수준이 열악했던 미국에서 흑인 대학 와일리 칼리지의 토론팀 지도교수 톰슨이 전국을 종횡무진하며 여타 대학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하버드대 챔피언십 우승까지 거머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토론이라는 공적 대화로서의 말이 가진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카르페 디엠’으로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미래의 시인들을 죽이고 있는 단순한 주입식 교육, 그 삭막한 현실 속에서 따뜻한 인간애와 자유로운 정신을 심어주는 존 키팅 선생과 그의 가르침으로 오로지 명문대 입학을 위해 기계 같은 삶을 살아가던 학생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 자기만의 독특한 삶을 만들어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이 영화들이 다루는 시대적 배경이나 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교육을 통한 삶의 긍정적 변화, 그리고 그 변화의 주인공이 교사와 학생들이라는 점은 한결같다. 남의 나라 얘기이면서도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나도 일치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렇다.
이번에 알에이치코리아에서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판이 나왔다. 기존판에 덧붙여 당시 학생들이 졸업 이후 후일담을 담았다. 학교에서 촉발된 변화가 그들의 졸업 이후의 실생활에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고, 또 에린 그루웰 선생님과의 관계 역시 지속되고 있다는 걸 확인해 주고 있기에 이 책의 진가가 더 드러나는 것 같다. 사실 이미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영화로는 다 담아내지 못하는 여러 한계 때문에 역시 원작의 감동이 훨씬 진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람은 만남으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참다운 스승을 만난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청소년기에 교사의 영향력은 부모의 영향력보다 훨씬 지대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어 시간에 소설작가나 시인을 만난 적이 없다. 체육시간에 현역 프로선수나 현역시절 유명했던 은퇴선수를 만난 적도 없다. 음악시간에 성악가나 연주가를 만난 적이 없다. 미술시간에 화가를 만나거나 미술관에 가본 적도 없다. 국사시간이나 사회시간에 역사학자나 훌륭한 정치인이나 기업인, 또는 사회학자를 만난 적도 없고, 과학시간에 물리학자나 천문학자나 화학자를 만난 적도 없다. 학교는 그렇게 나를 그저 평범한 어른으로 만들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관습과 통념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안 되는 이런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조금씩 좋은 쪽으로 바뀌어나가는 것이리라. 과연 나의 삶에서도 저런 역할을 도맡아했던 선생님이 한 분이라도 있었는지 애써 찾아보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스승은 없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사람들 가운데 인생의 진정한 스승을 만나 삶이 극적으로 변화되는 행운을 누린 사람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에린 그루웰은 달랐다. <안네 프랑크 : 어느 소녀의 일기>와 <즐라타의 일기 : 어느 사라예보 아이의 삶>이라는 두 권의 소중한 책을 지침서 삼아 윌슨고 203호 교실의 150명의 아이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녀는 워싱턴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한 기금모금 콘서트, 촛불 추모회, 평화행진을 추진하는 학생들을 지도, 격려하고, 사업가 존 투 씨 등의 기업인이나 사우스웨스트 항공, 힐튼 호텔, 게스 등의 거대기업으로부터 다양한 후원을 이끌어내는 한편, 빈민가 출신인 셰릴 베스트 씨,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미프 히스씨, 현대판 안네의 일기라고 불리는 <즐라타의 일기>의 저자 즐라타 필리포빅, 리처드 라일리 교육부장관, 바버라 복서 상원의원 등과 연락하여 학생들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특급호텔에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여 학생들의 자존감을 향상시켜 주었고, 링컨기념관, 알링턴 국립묘지, 홀로코스트 박물관 등을 견학하는 등 도대체 국어(영어)교사인지, 정치인인지, 사회사업가인지 모를 정도로 엄청난 일들을 혼자서 진행했다, 물론 그런 일 중독 성향으로 인해 남편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녀의 열정과 신념, 학생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 기존의 관습과 통념을 거부하는 용기와 실제적인 교육방식 등은 어쩌면 오래된 제도교육의 현실을 잘 모르는 철부지 초임 여교사였기에 가능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일관된 수업방식은 결국 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되고 교사와 학생, 그리고 사회가 하나가 되어 크고 작은 긍정적 변화를 이루어내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게 된 건 결코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게 하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게 하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게 되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게 하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게 하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게 하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도록 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교육이라는 말로 대치하여 표현을 바꾸어 보았다.
이 책은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거나 앞으로 교사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교육이란 어떤 것인지, 참 교육자가 걸어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감동적인 치유와 기적의 글쓰기 책이다. 교사들은 이 책에서와 같이 꼭 문학수업이 아니더라도 음악이든, 미술이든 스포츠든 다양한 교육적 활동을 통해서 이러한 위대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는 자신의 성장기를 돌아보며 많은 것이 변화된 오늘날 아이들이 겪는 성장통을 그들의 눈높이와 시각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현재 절망 속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이 책은 현재 자신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혼자만의 비극이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많은 아이들이 공유하는 아픔이며 누군가의 도움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