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 진화하는 경제생태계에서 찾은 진짜 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 : 부는 어디에서 오는가 - 진화하는 경제생태계에서 찾은 진짜부의 기원

(원제 : The Origin of Wealth - Evolution, Complexity, and the Radical Remaking of Economics)

저자 : 에릭 바인하커(Eric Beinhocker)

연도 : 2014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제법 두툼하고 강렬한 빨간색 표지의 책이 먼저 독자의 이목을 확 끌어당긴다.

세계 최고의 경영컨설팅사인 맥킨지의 선임고문을 역임한 복잡계 경제학자 에릭 바인하커가 새로운 부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책이라고 해서 혹자는 새로 나온 재테크 서적의 하나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본문만 700쪽이 넘고 주석도 무려 90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지만, 급한 마음에 목차를 펼쳐보니 독서의 흥미를 잔뜩 돋운다.

목차는 다음과 같은데, 얼핏 제목들만 봐서는 쉽게 다가오질 않는다.

 

1부 패러다임의 이동

1장 부는 어디서 오는가?

2장 전통 경제학 : 균형의 세계

3장 비판적 고찰 : 혼란과 쿠바의 자동차

2부 복잡계 경제학

4장 큰 그림 : 설탕과 향료

5장 동태성 : 불균형의 즐거움

6장 행위자들 : 심리 게임

7장 네트워크 : ! 너무나 복잡한 거미집

8장 창발성 : 패턴들의 퍼즐

9장 진화 : 그건 바로 저기에 있는 정글이다

3부 진화는 어떻게 부를 창출하는가

10장 디자인 공간 : 게임에서 경제까지

11장 물리적 기술 : 석기에서 우주선으로

12장 사회적 기술 : 수렵채집민에서 다국적 기업으로

13장 경제적 진화 : 빅맨에서 시장으로

14장 부의 새로운 정의 : 적합한 질서

4부 기업과 사회에 대한 의미

15장 전략 : 진화의 경주

16장 조직 : 사고하는 사람들의 사회

17장 금융 : 기대의 생태계

18장 정치와 정책 : 좌우 대결의 종말

 

한참 읽어나가다 제1부의 말미(175)에 들어 있는 다음의 표를 보니 드디어 이 책의 전체적인 논지를 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며 주장하는 핵심적인 다섯 가지 주제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압축시켜 놓은 것이다. 저자는 이 표를 중심에 놓고 역사적으로나 논리적인 면에서 경제학과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 철학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방대하고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 등을 제시함으로써 복잡계 경제학을 설명한다. 일종의 복잡계 경제학 개론 혹은 입문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4-1> 복잡계 경제학과 전통 경제학의 구분 : 5대 빅 아이디어(p.175 인용)

구분

복잡계 경제학

전통 경제학

역동성

(Dynamics)

균형과는 거리가 먼 개방적

동태적

비선형적 시스템

 

폐쇄적

정태적

선형적 균형 시스템(linear systems in equilibrium)

행위자

(Agents)

개별적인(heterogeneous) 모델링

제한된 합리성(realistic rationality)

귀납적 경험 법칙

불완전정보

착오와 편견의 제약

시간에 따른 학습과 적응

공평성과 상호주의(reciprocity)

집단적(homogeneous) 모델링

완전한 합리성(perfect rationality)

복잡하고 연역적인 계산에 의한 의사 결정

완전한 정보

착오와 편견 배제

습과 적응 필요성 없음(행위자는 이미 완벽)

이기적(self-interest)

네트워크

(Networks)

개별 행위자 간 상호 작용의 명시적 모델

시간에 따른 관계 네트워크의 변화

상호작용 네트워크 구조가 매우 중요

행위자들은 오직 경매 등 시장(markets) 메커니즘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상호 작용하므로 네트워크는 문제되지 않음

창발성

(Emergence)

거시와 미시 간 구분 없음

거시 패턴은 미시적 행태와 상호 작용의 창발적 결과(멈추지 않는 진동, 단속균형, 거듭제곱의 법칙)

미시(micro; bottom-up)와 거시(macro; top-down) 경제학은 별도의 분야로 존재

 

 

진화

(Evolution)

차별화(variation), 선택(selection), 그리고 확산(amplification)이라는 진화 과정이 시스템의 혁신(novelty)을 가져다주고 질서와 복잡성의 증대를 가져옴

내생적으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거나 질서 및 복잡성의 증대를 가져오는 메커니즘은 없음

 

저자는 100년이 넘는 전통 경제학의 근본적으로 잘못된 가정들 특히 합리적 인간, 물리학적 균형 - 을 조목조목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들어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물리적인 기술(physical technologies)과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ies), 새로운 사업계획(business plans)이라는 세 개의 디자인 공간(design spaces) 속에서 경제적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전혀 새로운 경제학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장한다. 그 증거가 바로 18세기와 19세기 전반에 걸쳐 인류는 과학과 시장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발전시킴으로써 경제적 진화를 가속화하고 유례없는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는 사실이다.

저자에 의하면 경제는 복잡 적응 시스템(complex adaptive system)으로서 경제적 진화는 결과적으로 과거 빅맨(big man-통치자)이 선택하는 시스템의 대안으로 고안된 시장(market)을 행위자들이 선택함으로써 부와 복지를 향상시켜 왔다. 복잡하다는 것은 다수의 상호작용하는 행위자와 행위자들의 조직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적응적이라는 말은 디자인과 전략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한다는 의미이다. 시스템이란 경제에서 나타나는 거시적 패턴들은 미시적인 행위로부터 창발하는 속성을 지니는 것임을 뜻한다.

저자는 루마니아 출신 경제학자인 니콜라스 제오르제스쿠-로에겐(Nicholas Georgescu-Roegen)의 혁신적인 연구결과를 토대로 부(경제적 가치)의 창조를 위한 세 가지 조건(R-G조건)으로 경제적 가치 창출과정의 불가역성(Irreversibility), 경제 시스템 내에서는 국지적으로 감소시키는 반면 전체적으로는 증가시키는 엔트로피(Entropy), 인공재(제품 등)나 행동 등 가치 창조 활동은 인간의 목적에 적합해야 한다는 적합도(Fitness)를 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모든 경제활동은 본질적으로 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것이며, 인간이 애써 이러한 질서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부가 우리의 선호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적합한 질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질서는 물리학에서의 정보와 같으므로 부는 적합한 정보, 달리 말하면 지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의 기원은 바로 지식이다. 진화는 지식을 창출하는 기계, 즉 학습 알고리즘이다. 방대한 우주 생물권의 모든 질서와 복잡성, 모든 지식들은 가장 단순한 알고리즘, 즉 차별화(variation), 선택(selection), 복제, 그리고 이의 반복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조합된 것들이다. 부는 지식이며, 부의 기원은 바로 진화다. (pp. 505~506)

복잡계 경제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어쩌면 정말 단순하다. 우리의 경제적 운명을 우리 스스로가 통제(경제적 진화를 예측하거나 지휘하는 것)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차별화-선택-확산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의 진화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그 힘을 인간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사회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실험 포트폴리오 전략을 실행할 방안을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이나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좌우로 대립하는 정치조직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적응력이 뛰어난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고구조나 본능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조직구조와 소프트웨어적인 프로세스까지 일관되고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 조직은 타인과 협력하는 사회적 기술 단계를 거쳐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물리적 기술을 활용한 대형 조직의 출현 단계를 지나 세 번째 단계인 대규모 조직 속에서 어떻게 마빈 민스키가 말하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회를 만들 것인지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경쟁적 진화 환경에서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목적이며, ‘적응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방법을 말한다.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진화 시스템 안에 있는 모든 디자인에 가해지는 시간을 초월한 요구이다.(p.649) 그러므로 정치 구조에 있어서도 핵심 이슈는 좌우 대결이 아니라 어떻게 최상으로 진화하느냐이다.

복잡계 경제학은 좌우의 이념적 입장뿐 아니라 이 둘 간 논쟁의 대상이 거대한 제도, 즉 국가와 시장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 국가의 경제적 역할은 시장의 진화를 촉진하고, 협력과 경쟁 간의 효과적 균형을 이루게 하며, 사회의 요구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제적 적합도 함수를 설정하도록 하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중략)

시장의 경제적 역할은 사업 계획을 발굴하고 차별화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소비자 수요, 기술 그리고 국가가 설정한 적합도 함수를 고려하여 사업 계획을 선정하며 선정된 계획이 확산되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시장은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문제는 효과적인 진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국가와 시장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이다. (p.668)

저자는 복잡계 경제학이 시장과 과학에 더하여, 민주주의라는 문화적 제도가 결합된 복잡 적응 시스템으로서 경제와 환경의 공진화를 위한 새로운 정치적, 정책적 논쟁의 다양성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00년간 세계를 지배해온 전통 경제학을 무너뜨린 현대 경제학의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화와 복잡성에 대한 방대한 연구와 자료조사 등을 통해 책 제목처럼 경제학을 radically remaking하는 사고의 대전환을 가져다 준 정말 멋지고 귀한 책이다. 부를 창출하기 위한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의 경영자와 관리자,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정부 기관 종사자들과 정치인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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