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고 봄이 왔다 -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최미송 지음, 김규형 사진 / 시드앤피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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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가고 봄이 왔다

 

 움츠려들었던 긴 겨울이 지나고 내 마음도 따뜻하게 녹여줄 산뜻한 봄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괜스레 설레는 3월. 심술궂게도 어제 부산 날씨는 강풍을 동반한 눈비가 내렸다. 겨울에도 흔하지 않은 눈을 3월 끝자락에 만나니 반가울 만도 한데 여전히 한겨울 같은 날씨에 옷장 속 두꺼운 겨울용 외투를 꺼내 꽁꽁 싸매기 바빴다. 그렇게 봄은 아직 오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되면서도 이 또한 찰나의 순간임을 잘 알기에 조바심 내지 않으려 한다.

 

 

모든 것은 자신만의 시간 속, 자신만의 방식으로 피어난다

조급해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시간은 모두가 다른 법이다

 

 나만의 가치관과 나만의 속도로 삶을 지탱하듯 모든 생명체 또한 자기만의 시간과 방식이 있다. 굳이 남들과 비교하며 아프게 채찍질을 할 필요가 없음에도 혼자만 뒤처질까 봐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렇게 스스로 괴롭히는 불안하고 초초한 생각들을 봄맞이 대청소하듯 깨끗하게 감정 정리가 필요한 요즘,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일이 생각보단 쉽지 않지만 감성 사진과 책 속 글귀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새로운 자극을 받기 좋다.

 

 

★길에서 마주한 깨달음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 것.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찾으려 하지 말 것.

배려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지나친 자기희생을 자제할 것.

멀지 않은 곳에 항상 소중한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 것.

길에서 마주한 풀 한 포기도 함부로 밟으려 하지 말 것.

마주치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것.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 자신을 우선순위에 둘 것.

매 순간 소중한 나를 끝까지 믿어줄 것.

 

 한 번씩 마음에 되새겨보는 익숙한 글귀일 수도 있지만 순간순간 망각하게 되는 어리석은 나라서 잊지 않으려 시선을 한번 더 쏟게 된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으면 또 다른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놓치지 않으려 애써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지는 것이 있고, 때론 조금 힘이 들더라도 내 것이 아니면 욕심내지 말고 쿨하게 놓아줘야 할 때도 있다. 스스로를 다그칠 이유도 없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마냥 희생할 필요도 없다.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고, 그 어떤 친구보다 내 마음과 먼저 소통하고 친해져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나고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상처를 받으며 마음을 무너뜨린다. 인정하고 내려놓으면 모든 게 자연스레 해결되는 세상 이치에 소심한 반항 대신 숨통트기를 선물하는 게 현명하겠다.

 

 

그렇게 조용히 내 행복에 내가 취해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겠거니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속에 차곡차곡 저장해둔 나만의 추억을 하나씩 소환하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나 공간, 버스, 카페, 책, 영화, 시간, 음악, 계절, 요일, 날씨는 무엇인지 문득 떠올려보게 했더랬다. 핸드폰 속 1번에 저장한 번호까지 굳이 통하지 않아도 되는데 저자처럼 나 역시 따로 저장해둔 번호가 없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괜스레 울적한 마음도 들었다가 '사는 게 다 똑같지 뭐,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하며 위로를 받는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버스투어도 해보고 싶고, 햇볕 좋은 날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가사를 흥얼거리며 나만의 아지트로 훌쩍 떠나보고 싶게 하는 글귀들. 빗소리 들으며 좋아하는 책 구절을 펼쳐보고, 잠 못 드는 새벽 시간엔 하릴없이 멍 때려도 보고, 새 거보다는 익숙한 것들이 좋고, 차가운 것보다는 따뜻한 게 좋다는 글까지 찌찌뽕. 정말 내가 편하고 좋으면 그만인 것을, 남들 눈치 보지 말고 나도 내 행복에 내가 취해 신나게 살고파진다. 행복을 좇으며 살아가는 동안 놓쳤던 매 순간의 행복들이 얼마나 많을까 아쉬워하기보단 오늘의 행복을 만끽하며 살아야겠다. 예쁘게 마음세수하며 더 값진 것들로 채워가도록 용기와 희망을 선물하는 요 책! 혼자여도 괜찮은 봄날, 어떤 행복이 함께 찾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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