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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이름은 유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게임의 이름은 유괴
믿고 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허를 찌르는 심리 스릴러! 이유불문 보자마자 냉큼 읽어보고 싶었던 요 책, 역시나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닛세이자동차 회장 아들인 가쓰라기 가쓰토시가 새로 부사장에 취임하면서 사쿠마가 공을 들인 오토모빌 파크 기획이 예상치 못한 내용으로 무산되려다 새롭게 수정된다. 하지만 한번의 기회를 더 주는 대신 가쓰토시는 좀 더 참신하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싶다며 리더인 사쿠마를 교체하라고 지시한다. 그 사실을 고쓰카 사장에게 전해 들은 사쿠마, 한순간에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가쓰토시에게 이를 갈게 된다.
도저히 그 기분으로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사쿠마는 술을 마시다 홧김에 가쓰라기 쇼타로 회장 저택을 찾게 된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위압감에 집 근처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다 우연히 어린 여자애가 담을 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곧장 그 뒤를 쫓게 되고 그녀가 가쓰토시 장녀 주리로 가출을 감행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다 사쿠마는 주리에게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듣게 되고, 여전히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가쓰토시에게 일도 비즈니스라는 이름의 게임이며 어떤 게임이든 이길 자신 있다는 말에 자극받아 특별한 방법으로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시작된 유괴 게임! 주리와 사쿠마의 짜고 치는 고스톱판에서 가쓰토시가 확실히 초반부터 불리한 조건이라 과연 진정한 승부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잠시, 이들의 흥미진진한 두뇌싸움을 지켜보며 서로 다른 가면놀이에 몰입해 한자리 꿰차고 앉아 한껏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찌 보면 딸이 유괴되고 범인은 돈을 요구한다로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돈을 받아내기 위한 그 과정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정말 긴장감 넘치는 스피드로 막힘없이 신나게 질주하니 머리 굴릴 새도 없이 저자의 필력에 이끌려 순식간에 책을 내려놓게 된다.
끝까지 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소름 끼치는 대반전! 주리는 돈을, 사쿠마는 인정을, 가쓰토시는 딸을, 각자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속고 속이는 기막힌 술수가 퍼레이드로 펼쳐지는데 과연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엇이며 꼭꼭 숨겨놓은 가면 속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누가 누굴 이용하고 조종했을까? 유괴 게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숨 막히는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인정사정없는 통쾌한 레이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진정한 게임의 고수였다는 사실! 아무것도 모르는 하수가 지 잘난 맛에 기분 좋게 부추겨 맞장구를 쳐주니 큰 판에서 신나게 놀아보려다 결국 보기 좋게 된통 당한 느낌으로 순진하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아니었나 싶다. 분명 곳곳에 힌트가 숨어 있었음에도 왜 좀 더 일찍 의심을 품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처음부터 네 편, 내 편이 정해진 게임으로 페어플레이가 아닌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되는 일방적인 룰로 스타트 했기에 반박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교묘하고 치밀하게 덫을 치면 뒤통수 맞기 딱 좋아 그 판을 엎는 건 아마도 기적이 아닐까 싶다. 한순간의 잘못된 실수로 더 끔찍한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누구를 응원했던 걸까? 너무 깜찍하게 다들 포커페이스가 장난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반전 결과에 더 소름 끼친 요 책, 그뤠잇 시원하게 날리며 읽어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