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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이정하 지음, 김진희 그림 / 생각의서재 / 2017년 11월
평점 :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를 읽고 팬이 된 이정하 시인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에 이은 반가운 감성에세이! "사랑 때문에 설레고, 외롭고, 아픈 이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문장들. 시처럼 단단한 한 줄의 단상에서 깨달음을 준 일상의 에피소드까지 아직 써내지 못한 '사랑'을 90편의 에세이에 담았다."라는 책 소개글이 눈을 사로잡으며 오랜만에 만나는 신간이라 설레는 맘으로 냉큼 펼쳐봤더랬다.
"사랑을 시작하는, 사랑하지만 외로운, 사랑이 끝난 그리고 이제는 사랑하지 않는 너에게..." 사랑 앞에서 어긋난 사랑을 바로잡지 않고 더 어긋나도록 가만히 지켜본 결과는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수줍어서, 용기가 없어서, 사는 게 바빠서, 타이밍을 놓쳐서, 알량한 핑계를 포장으로 진심을 고백하거나 붙잡지도 못했다면 간절하지 않은 사랑의 마침표를 찍더라도 혼자만의 짝사랑일 뿐이다. 애틋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뜨끈미지근한 청춘의 한 페이지를 홀로 소중하게 간직하며 애정을 남겨두었대도 상대방은 관심도, 알 길이 없다. 후회도 미련도 혼자만의 상상 속 사치일 뿐.. 정신 차리기 싫어 사랑을 붙들고 정신을 놓고 있는 건 아닐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진심일지는 몰라도 어긋난 인연이나 이별한 이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그 결과가 어떻든 깔끔하게 승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귀에 딱지 않게 억지 부리고 떼쓴다고 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스스로 갇힌 감옥이 아닌가? 아무리 우겨도 아무도 벌을 준 사람이 없으니 달게 벌을 받든, 자유를 찾든, 결국 본인 선택일 뿐! 사지 멀쩡한 당신을 꺼내 줄 이는 없다. 기대어 쉬고 싶다고, 위로받고 싶다고, 무관심으로 답하는 이에게 헛된 기대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에도 미움받을 용기가 있다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들어내야 한다. 간 보거나 숨거나 도망치는 게 아니라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하게.
사는 동안 매 순간 뽀대나고 간지나진 않더라도 사랑 앞에 추하거나 인생 후지게 살지는 말아야겠지. 사랑이 전부 같아도 등 따시고 배부른 소리란 걸 하루만 지나도 너무 잘 알지 않은가? 매일 재미없고 지루한 똑같은 평범한 오늘이라도 죽음을 앞둔 이에겐 그토록 살고 싶은 순간이다. 숨을 쉬고 있는 지금, 죽지 못해 사는 것 같아도 하루하루 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보라. 남은 인생을 위해서 좀 더 값지고 가치있게 써야 부끄럽지 않은 귀한 목숨일게다. 사랑함에 있어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이젠 별다른 이유를 갖다 붙여서라도 마지막 인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유별난 그 사랑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물론, 직업이 작가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겠지만..
'사랑 없는 빈껍데기 인생이라도 각자 가슴에 묻은 사연이 남아 있다는 글', '사랑한다는 것은 철저히 혼자서 외로움을 견뎌내는 일이란 글'.. 다들 너무 잘 알면서 애써 모른 척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심보는 뭘까? 안그래도 바쁜 세상 더 정신 상그럽게 말이다. 그냥 그렇게 내 탓, 내 잘못 그리 생각하고 맘편히 고이 덮어두소서. 남들 다하는 그 사랑이 내사랑이라고 뭐 그리 대단하고 특별하기에 유난스럽게 심심하면 자꾸 들추니 아프다면서도 한편으론 즐기는 것 같아 그 변덕 참 얄궂다. 그 시간만큼 더 바쁘고 열정적으로 몸과 마음을 쓴 하루를 보내면 사랑도,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다. 꿈속에 찾아오는 이가 그렇게 얄밉다면 달밤에 체조를 실컷 하거나 공포영화를 한 편 보고 잡시다. 특효약으로 곧장 곯아떨어지거나 더한 악몽에 시달릴 테니.
또한 밤늦게 보고 싶어 상대방 집을 찾아가 훔쳐보더라도 눈치 없이 혼자 착각해 돌은 던지지 맙시다. 요즘 세상에 스토커, 재물손괴죄로 경찰서가기 딱 좋으니 집착과 원망이 아니라면 부디 참으소서. 그리고 계산 없는 사랑,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랑, 참 멋진 말인데 그렇게 암 생각 없이 돈과 마음을 흥청망청 펑펑 쓰다 결국 신용불량자 되어 뒷감당에 허덕이고 사랑에 질려 정신 못 차립디다. 의리를 배신으로 갚는 세상이니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한 번쯤 생각은 합시다. 왜? 돈이야 또 벌면 되지만 사랑하다 마음에 병을 얻은 이는 약도 없는데 누가 치료해 주나요? 사랑에 올인하다 인생 엉망진창 되면 어찌 감당하라고 사랑을 그리 높이 평가하나요? 누구나 처음 사랑은 그렇게 한없이 베풀고 배려하며 시작되지만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건 자유라지만 그 뻔한 사랑 너무 맹신은 하진 맙시다. 그 느낌 너무 잘 아니까..
분명한 건 사랑하는데 아무 이유 없다면서 이별 앞엔 너도나도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은지.. 나몰라라 지 혼자 잘 살겠다고 냅다 도망칠 땐 언제고 잘 먹고 잘 사니 배 아파 아쉽다고 질척대기 바쁘더이다. 달고, 쓰고 입맛 따라 골고루 맛봤으면 지난 사랑으로 학습은 충분하다. 눈치 백단이 되어 이젠 사랑도 공평하게 더치페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고리타분한 사랑방식 먹히지도 않으니 서로 강요하거나 바라지 맙시다. 인과응보! 본인은 손 내밀 때 남 일처럼 모른 체 쌩까기 바쁘더니 정작 자기가 무너지고 힘들 땐 대책 없이 무작정 붙잡아 두려는거 지 살기 위한 발악일 뿐, 남 잘 되는 꼴 못 봐 뻔뻔하게 같이 죽자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당연히 있을 때 잘했더라면 진심으로 곁에 있어주면 고맙겠지.. 그 반대면 상대는 지옥인 줄은 모르고.. 뿌린대로 거두리라.
한때는 너무나 순진했기에, 맘 약하게 그렇게 살려달라고 아프게 붙잡아 의리로 지켜줬더니 지 살만해지니 쿨하게 놓아주는건 뭔 이치인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쓰레기가 판치더이다. 사랑은 이론이 통하지 않는 실전게임이다. 정해진 룰조차 없는데 그딴 사랑만 고귀하고 값진 사랑일까? 이런 사랑이라고 사랑이 아닐까? 어떤 사랑이 되었든 결과를 떠나 지랄 같은 사랑도 결국 훗날 추억 속 한 페이지에 남을게다. 그럼에도 또다시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기다리는 간사한 마음 외면하지 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각자 스타일대로 맛나게 버무려 즐기고픈 사랑. 사람에게 많은 깨달음과 특별한 힘과 능력을 주는 것 같다. 청산유수 쏟아낼 평생 곱씹을 이야깃거리와 소재를 제공하니 나도 한번 제대로 써먹어 보고 싶은 기분. 독서하다 생뚱맞게 내 멋대로 책 쓰고 싶어진 시간이다. 결론은 단 하나! 사랑이든, 삶 앞에서 솔직해질 것, 머리 굴리고 고민해봐야 답은 없다. 하찮은 사랑은 없으니 할려면 최선을, 말려면 시작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