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이니
배영익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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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보이니

 

 그들에게 보였을 나는 누구인가? 어떤 '나'가 죽고 또 죽었을까? 그렇다면 살아있는 나는? 도깨비감투 설화를 바탕으로 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을 쫓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물이라는 이유만으로 냉큼 선택한 도서다. 흥미로운 소재라서 그런지 몰입도가 높아 정말 펼친 자리에서 냉큼 읽어버렸다. 줄거리는 류pd와 기담의 시선이 하나씩 교차되며 전개된다. 우선, 귀신을 보는 기담은 자신의 집에 사는 여자 귀신을 내쫓을 방법을 찾다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는 장인어른의 가게에 들러 우연히 도깨비감투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기능을 미처 알아채진 못한 채 단순히 귀신을 물리칠 생각으로 장승에 감투를 씌워 구입 후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는 의문의 사나이들에게 도깨비감투 덕분에 몇 번의 고비를 넘기게 된다.

 

 10년 전 은행에서 일하다 연쇄방화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받고 무죄판결을 받은 기담은 그 후,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회생불능의 부실 사업장으로 판정받고 은행에서 대출마저 거절당한다. 이혼 후 5년째 혼자 살고 있는 기담은 괴한들을 피해 이사를 가지만 그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곧장 찾아와 기담을 죽이려고 안달이다. 기담은 도깨비감투를 쓰고 내가 아닌 또 다른 '나'가 살해당하는 그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고 누가 진짜 그를 죽이라고 사주했는지 뒤쫓는다.

 

 류pd는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자 전직 프로파일러로 덕적도 앞바다에서 조난당한 탈북자들 취재와 실종자 수색에 참여하다 우연히 연쇄적으로 가방에 담긴 변사체들이 발견되면서 이 사건에 호기심이 생겨 사건을 추적한다. 그러다 시체와 함께 가방 안에서 발견된 돌이 굴업도에만 분포하는 응회암이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가지고 그곳으로 가는데 2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기 위해 혼자서 잠수를 하던 최 씨에게서 그 돌의 위치와 돌을 운반한 노인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듣게 된다.

 

 그리고 2003년 연쇄방화사건으로 딸을 잃은 연 반장이 등장하는데 기담의 연쇄방화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않을까 내심 궁금했더랬다. 그리고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연쇄살인범! 철저하게 계획하고 뒤탈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지만 변사체에서 발견된 확실한 증거 덕분에 죽은 사람을 사칭하던 그를 찾아낸다. 한편, 기담 역시 그를 죽이려 한 인물이 그가 어릴 때부터 알던 지낸 친구였음을 알게 된다. 류pd와 기담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으며 이 둘이 쫓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범인의 이름도, 나이도 불분명하지만 하나 명확한 건 둘 다 그의 얼굴은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 하지만 살인마는 이들을 비웃듯 보기 좋게 도망치고 꼭꼭 숨어버린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누구나 없던 욕심이 생기고, 감투를 쓰더라도 자신의 소유가 아니면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면 도깨비감투는 벗겨지지 않으며 스스로 살아있음을,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도깨비 감투가 벗겨진다는 사실! 안 그래도 악마 같은 살인마의 손에 도깨비감투가 넘어가게 되고, 그 유혹에 못 이겨 그의 악행은 더 악랄하고 대범해진다. 그동안 보인 그의 행동은 살인 자체를 즐기는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이들을 단순히 처리하는 수단에 불과했을 만큼 죄책감이나 죄의식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불우한 가정환경과 성장배경에서 아주 잠시 안타깝기도 했으나 세상에 도깨비감투가 벗겨지지 않는다고 찾아간 엄마 병실에서 진짜 짐승보다 못한 개쓰레기를 보고 말았다. 진짜 욕이 절로 나오던 장면.. 도깨비감투와 함께 영원히 사라지길 간절히 바래보는 시간이었다. 어릴 때 한 번쯤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환상 나 역시 있었는데 정말 무섭고 끔찍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요 책.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면 내가 아닌 나가 되거나 다른 사람이 내가 될지도 모를 일이기에 더 두렵게 느껴졌다. 그리고 영원히 나를 되찾지 못할 수도 있으며 존재하지 않는 나로 모든 이들의 기억에 어렴풋이 남겨질수도 있지만 흔적도 없이 곧장 잊혀질수도 있다는 사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당당하게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에 눈이 멀어 너무나 귀한 것을 한순간에 저버린 멘토.. 도깨비감투가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살짝 고민은 되겠지만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이었으니 망설임 없이 손대지 않거나 또 다른 악마가 탄생할지 모르니 누가 보기 전에 냉큼 태워버리는게 낫겠다. 술술 읽히지만 책을 내려놓고도 통쾌하기보다는 왠지 씁쓸한 맘이 조금 더 컸던 반전 스토리, 상상력을 동원해 신나게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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