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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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9년간 이불 안과 이불 밖을 드나들며 써내려간 한 사람의 기록! 제목에 어울리는 시간에 맞춰 밤과 새벽을 오가며 천천히 들춰본 이 책은 가볍게 읽히지만 때때로 자극이 되는 단어와 문장들이 툭툭 걸렸고, 왠지 우울하고 심란한 분위기가 더 폴폴 풍겨서인지 괜스레 기분이 다운되기도 했더랬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말처럼 하루하루 생각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쌓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불안으로 들어가면 오로지 나를 위한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한 것처럼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거나 내뱉고 싶지 않은 그런 혼자만의 자유시간을 저자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난 후 공허함과 불안함을 가득 안고 이불 안으로 들어가 썼던 글들을 모아 이 책을 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때론 너무 신나고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별 얘기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이 책을 넘길수록 더 확연히 드러나서 야밤에 체하지 않게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더랬다. 물론, 밝고 긍정적인 좋은글귀에 위로와 공감되는 인생글귀도 많지만 내 불편한 불안을 먼저 끄집어내 소화하려다 보니 그쪽이 더 눈에 들어온 것 같다.

 

 

 사랑, 이별, 만남, 설렘, 삶.. 누구나 겪고 공감할만한 주제와 감정선이 담겨 있는데 누군가를 한없이 그리워하고 후회하고 방황하고 아파하는 글들이 때론 마음을 무겁게도, 슬프게도 했다. 그러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며 이불 속에서 혼자 애써 견딘 후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또 일어설 수 있다며 스스로 다독이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불안정했던 시간들의 힘듦과 고통이 절실히 느껴진 후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글이 그래서 더 와닿았다.

 

 

 이런저런 고민을 더해 오락가락 감정 기복을 보이다 다 괜찮은 척 포장하며 아닌 척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찾고 떠올리며 아쉬워하다 한번 더 기대고 싶어 하는 마음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결국 아무리 감추고 비워내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 속 흔적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남아 있어도 되돌릴 수 없기에 애틋하고 허전하고 외로운 감정들로 주체되지 못하는 글을 보며 진심으로 원해서가 아닌 할 수 없는 아니 어쩔 수 없는 마지막 선택인 것 같아 마음 한켠을 더 짠하게 했더랬다. 상처를 받으면 두렵고 겁이 나는게 정상이다. 사람이든 일이든 뭐든 간에.. 하지만 저자는 그런 시간을 통해 서서히 성장했으며 지난날의 속마음과 혼란스러운 심경 변화를 순간순간 솔직하게 표현했다. 처음 시작은 그녀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지만 점점 읽을수록 언젠가 나의 이불 속 이야기일지도 모를 고민과 걱정들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속속 등장해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잠들기 전 복잡한 생각들이 마구 뒤엉켜 머릿속을 미친 듯이 헤집어 놓으면 아무리 피곤해도 정신은 말짱할 뿐 머리만 더 아파진다. 게다가 잘 자다가 중간에 깨면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아 더 힘이 든데 그게 다 뭔가가 불안해서 그랬나 보다 싶은 생각을 하니 정말 잘 자는 것도 복이구나 싶다. 이불 안이 아닌 이불 밖에서도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이 불안을 냉큼 떨쳐내고 싶은 맘! 이불안에서는 정말 좋은생각과 달콤한 휴식만을 취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아끼고 사랑하며 건강하게 나를 지키면서 말이다. 살면서 터득한 것은 불안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만 불행은 결코 혼자 등장하지 않는다. 곧이어 뜻밖의 행운이 뒤따르니 조용히 그 차례를 기다리면 된다. 정말 나쁜 일이 생기면 더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 쿨하게 생각하는 요즘 내 인생 진리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정신없이 바쁜 일상이지만 이불 속 내 마음이 편안해서인지 누우면 쿨쿨 너무 잘 잔다. 괜스레 잠이 오지 않거나 불안하거나 버겁고 속상할 때 거기에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것에 신경을 돌려 집중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럴 때 천천히 나를 다독이며 마음세수하기 좋은 책으로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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