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드라이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장례식에 와라." 친구 루크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20년 만에 고향땅 키와라를 찾은 금융범죄 전문 수사관 연방경찰 에런 포크. 열대야와 오랜 가뭄으로 삶의 희망과 의지가 보이지 않던 동네에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루크와 그의 아내 캐런 그리고 그의 어린 아들 빌리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13개월 된 샷럿만을 제외하고.

 

 루크가 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고 결론난 사건이지만 루크의 부모는 포크에게 아들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서둘러 멜버른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자신의 어릴 적 과거의 기억과 진실의 퍼즐을 쫓으며 루크의 사건을 함께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살인사건이 교차되면서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 한껏 궁금증을 자극시키는 스토리. 포크와 엘리는 두 살인사건의 주인공이자 포크와 어릴적 친구들이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포크는 엘리가 익사로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에 그의 이름이 쓰여있었고, 의심과 소문들을 벗어나 그의 아버지와 멜버른으로 떠났다. 다시 돌아온 그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동네 사람들, 포크를 의심하고 나름의 복수를 보여준다. 서로를 의심하고 진실과 거짓 속에서 자신이 편한 대로 믿으며 다른 이에게 누명을 쒸우고 기억을 조작하는 사람들. 살인범은 죄의식 없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죄 없는 상대를 증오하고 지목하는 한편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가 범일일지 한명씩 집중하며 추리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살인사건엔 종이가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는데 엘리의 쪽지는 포크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루크의 아내 캐런은 죽기 전 포크의 연락처가 적힌 영수증을 남긴다.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 범인에 관한 힌트와 트릭이 속속 숨어 있다.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는 반전과 충격이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오롯이 몰입하게끔 이끈다. 궁금해서 페이지를 빨리 넘길 수밖에 없도록 유혹하면서 말이다. 두 사건을 쫓다 보면 각자 사연도 많고 탈도 많은 키와라 사람들로 인해 머리가 한층 더 바삐 움직이게 된다.

 

 "결국 말을 제대로 골라야 통하는 거지만요" 모두가 요주의 인물로 살인범이 아닐까 했지만 생각지 못한 알리바이가 있어 잘도 빠져나가고 열심히 저자의 필력에 휘둘리다 느지막이 생각지도 못한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느낌. 루크의 엽총에 묻은 지문은 너무도 확실하고 선명한 그의 것이었지만 탄피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엘리가 죽고 나서 루크와 포크는 거짓 알리바이를 댔다.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하나는 살인범을 찾아낼 중요한 증거지만 다른 하나는 살인사건과 무관한 것이다. 책을 읽을 때 놓쳤던 부분이 책을 덮고 나면 왜 더 집중하고 색다른 가망성을 떠올려보지 못했는지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드라이>.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범인을 밝혀낼 중요한 증거는 어딘가에 분명 남겨져 있으며 시간에 관계없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통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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