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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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찾은 순간 순간들!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솔직히 누군지 전혀 몰랐던 가수 안녕하신가영님. 가명이 독특한데 소홀했던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전하는 말이라고 하니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앨범 발매에 콘서트나 라디오 진행부터 여러 무대와 축제장에서 활발한 공연까지 다양하게 활동하며 홍대나 페스티벌 장소에서는 나름 유명한 뮤지션이라고 하는데 왜 그동안 몰랐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띠표지에 실린 사진이 3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너무 맑고 순수한 동안 얼굴에 비슷한 나이대라 그런지 처음 보지만 친근하고 편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쓴 에세이 형식의 산문집은 보자마자 제목이 와닿아 눈길이 갔으며 본명 박가영님이 가수로 활동하는 안녕하신가영이라는 가명도 센스가 넘쳐 생소하지만 조금 더 그녀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컸더랬다. 이 책의 장점으로 가장 좋은건 책 장르가 부담이 없으니 모두 잠든 밤에 혼자만의 여유를 이 책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순서에 상관없이 내 손이 이끄는 페이지마다 술술 읽히는 짧은 단편 글귀와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노래 가사까지 어우러져 감수성을 자극하고 때때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러 기억을 상기시키며 복잡하고 무거웠던 머리를 차분히 식혀주는 힐링타임.

 

 책 속 글귀 중 책을 덮고도 자꾸만 되새겨보거나 한번 더 펼쳐보게 되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바로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의 공효진이 이나영에게 말했던 명대사가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을 대구에서 오들오들 떨며 신나게 놀다 부산으로 오는 밤기차 안 모두 잠든 아주 조용하고 책 읽기 딱 좋은 공간에서 생명수를 마시며 창밖 풍경과 함께 읽었더랬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둘이서 같은 곳을 바라보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그 아이는 다음날 저녁이 되어서도 그 문장이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분위기 취해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다 또 한번 좋았던 글귀는 "새로운 기억이 자리 잡기 전에 옛날의 좋았던 기억들을 남겨놓아야지."라는 문장도 맘에 들었다. 책 읽는 걸 즐기기 않는다던 남자도 여자랑 똑같이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걸 이 아이를 보면서 더 많이 느끼고 배우는 요즘! 처음으로 같은 책을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유하며 읽는 재미에 서로 느끼고 마주한 감정들을 바로 전해주고 받던 그날, 그 밤, 그 장소가 좋았기에 앞으로 여행하며 자주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이끌어 주는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준 고마운 요 책!

 

 누가 읽어도 공감되는 뮤지션으로서의 삶과 평범한 일상, 여자로서의 사랑과 이별의 감정, 그녀가 들려주는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들과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까지 사소한 이야기부터 소소하고 특별했던 장소와 공간들의 등장으로 달달한 차 한 잔과 맛나는 케익이 먹고파 내가 좋아하는 카페로 당장 달려가고 싶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여러 음악 이야기와 여행과 관련된 그녀만의 날씨 징크스에 간간히 들려주는 부산얘기도 재밌었고, 일상탈출을 부추겨 어디든 훌쩍 떠나보고 싶게 자꾸만 흔들기도 했더랬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옆 사람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며, 읽고 싶은 책들을 하나씩 완독해보고 싶은 기분! 무라카미 하루키를 동경한다는 글에 동경까진 아니지만 나 역시 좋아하는 일본 작가라 반가웠다.

 

 이 책은 남자도 처음엔 책의 두께를 보고선 이런 책 한 권을 읽는데 한 달이 걸리겠다고 하다 직접 읽어보곤 뚝딱 읽겠다며 나보다 더 좋아하며 신나했으니 남녀 모두 즐길 수 있겠다. 소녀 같기도 하고 마음도 여린 것 같은 그녀의 아기자기한 글이 이쁘게 보였고, 그 감정 하나하나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처음 마주한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지고 훨씬 더 가깝게 소통한 기분이다. 책을 읽고 나서 그녀의 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고, 어떤 목소리인지 궁금했는데 깨끗하고 맑은 음성이 귓가를 자극하며 이쁜 가사가 책 속에 실어져 있어 낯설지 않았다. 괜스레 센치해지는 밤 딱 어울리는 이 책과 안녕하신가영님의 노래를 더해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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