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
니시 카나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

 

 20대부터 쓰기 시작한 글들이 모여 첫 에세이가 탄생하기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에피소드들이 참 독특한 시선으로 마주하게 된다. 때론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겪고, 듣고, 보고, 먹고, 마시고, 떠들어대는 특별함 없는 상황이지만 일반적인 사고와는 동떨어진 자신만의 세계에서 모든 사물과 장면,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서른 초반의 그녀의 능력이 신기했더랬다. 

 

 사실, 처음 책소개를 보고 이 책을 선택했을 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웃고, 즐길 수 있는 빵빵 터지는 에세이라는 느낌에 단순히 일본인이 쓴 에세이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뜨악! 놀라기도 참 많이 놀랐고, 풋! 웃기도 많이 웃었더랬다. 하지만 놀랐다는건 헐! 이런 느낌이었고, 웃음을 유발했다는건 빵빵 터지기보다는 조금 시간의 격차를 두고 피식! 웃게 되는 느낌이랄까? 일본 작가의 상상력과 어휘력이 반전 그 자체였고, 감상평이 도저히 설명이 안되니 참 안타깝지만 대략 그런 느낌을 받았다.

 

 전자제품을 좋아한다는 그녀. 청소기와 공기청정기에 43인치 TV도 구입하고, 술자리를 즐기며, 여행도 좋아하고, 문화생활도 즐기며,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소설가인 가나코는 순간 귀엽다가도 조금 쎄한 느낌이 들었다. 요상한 술 주정을 일삼고, 팔랑귀에 혼자만의 남다른 망상을 즐기며 한번씩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들을 나열하니 도통 정신을 차릴 수도,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한마디로 '엽기적인 그녀' 같은 이미지.

 

 지극히 사랑스럽진 않지만 속 시원한 솔직함으로 무장하고, 살짝쿵 부끄럽지만 상큼하고 톡톡 튀는 매력을 곳곳에 흘리고 다니는 가나코였다. 감수성이 풍부한 글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도 깊고, 예측하기 힘든 발상을 종종 펼치지만 그녀 역시 마음이 따뜻하고 착한 인성을 가지고 있었다. 힘든 처지에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작지만 기부도 하고, 가족의 고마움과 좋아하는 프로레슬링, 스모, 연예인들을 소녀처럼 동경하기도 하는 나와 내 주변인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더랬다.

 

 때론 감질나게 애를 태우고, 때론 납득이 안돼.. 자꾸 그럼 너도 치사해! 그런데 자꾸 들춰보고 싶어. 요런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술자리나, 화장실, 좋아하는 영화를 몇 번이나 돌려보고, 여행지에서의 느낀 아찔한 경험과 지름신을 주체 못하며, 인생은 서른부터 시작이란 생각과 뒤늦게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등~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와 찌찌봉이 될 때, 더 들려줘, 계속! 쭉~~ 나도 모르게 자꾸 조르게 된다.

 

 머리로 상상하며 그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따라가다 두 손, 두발을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꾸 눈을 부릅뜨며 집중하게 만드는 신기한 책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읽는지 놓칠 때도 있었지만 엉뚱한 그녀처럼 호기심이 생겨 나만의 상상의 나래도 펼쳐 발상의 전환도 해보고, 하나씩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던 발랄하고 유쾌한 수다가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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