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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네가 없음의 온도
공대일 지음, 한호진 그림 / 한언출판사 / 2016년 6월
평점 :

이별 네가 없음의 온도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이별 후 각자가 느끼는 온도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이별의 모든 레시피가 차곡차곡 담긴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편한 맘으로 읽다 나도 모르게 괜스레 울컥하기도 하면서 그땐 많이 서툴어 힘이 들기도 했더랬지.. 진작에 이 책을 만났더라면 훨씬 더 씩씩하게 이별을 하지 않았을까 싶더랬다. 괜한 자책이나 스트레스도 받을 필요 없이 다양한 레시피를 보면서 먹고픈대로 나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듯 이별 후 대처법으로 대신해 하나씩 처방을 받는 느낌이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이유는 다들 틀려도 이별이란걸 한 번 맛본 사람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예전엔 그랬던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도 그 순간은 왜 그리 아팠는지 모르겠다. 어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더 충격이 컸는지도 모르겠다. 믿었던 사람이기에 더 화가 났고,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가 지속되어 자꾸 신경 쓰게 되는 상황이 싫었으니 더 짜증이 날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싫다고 떠난 사람이 다시 불쑥 찾아오는 심리를 이제는 조금 알겠다. 단지 익숙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심심해서 혹은 장난치듯 괜히 툭툭 건드려본다는 것을. 후회한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이러쿵 저러쿵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고 해서 흔들린다면 아직 잊지 못해서이겠지만 한쪽은 이미 맘정리가 끝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는데 괜히 아깝거나 질투가 나서 그 뻔하고 식상한 핑계를 대는 솔직한 이유를 안다면 욕을 해주고 싶어도 꾹 참고 그럴땐 무관심으로 그냥 쌩까는게 최고의 방법으로 제풀에 지쳐 스스로 나가떨어져 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스쳐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까지 총집합시켜 골고루 기억이 났더랬다. 시간이 약이라는데 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는지 생생하게 떠오르는 이별의 순간들을 하나씩 들춰보니 같은 이별이었지만 느껴지는 온도는 천지차이란걸 깨닫게 되었다. 시간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있는게 절대 아니라는 것도. 이별을 처음 할 때보다 다음 이별이 점점 무뎌지고 괜찮아들 한다고 하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이별은 언제 하더라도 그 크기가 작든 크든 항상 아픈 거니까.

좋든 싫든 어쨌든 많은 경험과 나름 추억을 만들어 준 사람들이고 함께 했던 시간이 다 부질없는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이별을 하는 연인들의 모든 상황들이 펼쳐져 있는 이 책은 참 다양한 연인들의 이별담이 골고루 풀어져 있다. 이별의 신호와 이별을 하는 순간부터 마음을 비우고 나를 되찾기까지 여러 이별 스토리가 마치 한편의 영화로 엮어도 몇 편의 시리즈로 개봉이 될 만큼 에피소드만 모아도 엄청나겠다.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그림과 연애&이별 팁으로 행복을 맞는 여러 습관과 자세들을 모아 긍정적으로 마음을 단련시키고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며 앞으로는 이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처방이 되어 있다. 여성의 편도, 남성의 편도 아닌 중립으로 이별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따뜻하고 세심한 위로의 글들을 따라 깨끗이 마음세수를 시켜주는 이별 지침서.

살면서 이별의 순간을 경험하지 않는게 가장 좋겠지만 혹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혀 이겨내라고 용기를 준다. 그리고 툭 털고 일어나 또 열심히 사랑하며 살라고 힘을 실어주며 진심으로 조언하는 응원의 메시지가 한가득이다. "헤어진 그 사람은 이제 환상일 뿐입니다."와 "억지로 잊으려 하지 말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잊게 된다'라는 말이 정답인 것 같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격려하세요. 괜찮다고, 잘했다고 토닥이세요." 이 말도 참 좋은 것 같다.

책 속 핑크색 배경색으로 표시된 부분의 글귀들이 한 번 더 눈에 들어와 자꾸만 곱씹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 이 부분만 따로 쭉 읽어도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겠다. 또다시 맛보고 싶지 않은 이별이지만 어른아이가 되고 보니 태연하게 읽으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다행히 지금은 내 마음이 평온하고 알콩달콩 행복한 사랑을 해서인지 순간 남일 같은 이별이지만 나도 예전에 먹어본 쓴맛이기에 마음이 차분해졌더랬다. 어쨌든 이별은 틀리고 사랑은 맞다는 결론을 내리며 오늘도 더 많이 사랑주고 사랑받으며 사는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