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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인 척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이진이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혼자여도 괜찮은 척
어른인
척
언제쯤 어른이 되는 걸까? 딱 어느
나이부터 스타트란 룰이 정해진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모르게 훌쩍 커서 어른놀이를 하듯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불편해도 훌렁 벗어던질 수 없는 심리적 굴레 속 참 많은 척, 척, 척, 놀이를 이어가고 있는 어른아이 같은 요즘 내 마음에 한줄기
빛처럼 소통할 수 있는 한 권의 따뜻한 도서를 만났다.
이진이님의 '어른인 척'은 여자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가족과 친구,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상 속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 직접 써 내려간 일기장을 살짝 엿본 듯 숨기고픈 이야기, 감춰두고픈
속마음을 몰래 훔쳐본듯한 느낌에 누군가가 살짝쿵 읽고서 마음 한켠 함께 공감하며 각자의 마음속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로받을 수 있도록 따스함과
세심한 배려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감성 에세이로 이쁜 그림책 같다.
책 속에 이진이님의 글귀를 보면 예전부터 블로그로 꾸준히
소통하셨다니 궁금해지면서 참 마음이 곱고 예쁜 효녀에 좋은 아내 같은 느낌이 든다. 이해심 많은 친구 같은 사랑스런 남편과 평생 그 마음 변치
않고 사랑하고 싶다는 소박한 진심도 이쁘게 전해지고 어릴적 2번의 화상에 몸이 약하고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밝고 바르게 자란 소녀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잠시 쉰 2년 동안 블로그를 접고 새로운 기회처럼 좋아하는 그림과 글을 통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글 조차 행운의 여신이
그녀를 반기는 것 같아 내심 부럽기도 했고, 그 덕분에 좋은 기운을 북돋아 주는 도서를 만날 수 있어 감사했던 시간.
어른인
척
슬프지 않은
척
아프면서 아프지 않은
척
힘들면서 힘들지 않은
척
모르면서 다 알고 있는
척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질투나지 않는
척
혼자가 익숙한
척
다 괜찮은
척
글귀를 보면서 참 많은 척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하나라도 속하지 않는게 없는걸 보면 나도 척쟁이가 아니었을까 싶은 씁쓸한 맘도 들고, 나역시도 이젠 어른놀이 그만하고 싶은데 그래도 될지 의문이
든다. 어찌보면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혼자 선을 그어놓고 경계를 넘지 않기 위해 조금씩 움츠려 들었던건 아닐까 싶다.
어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할 것을 정해놓고 , 어른이기에 씩씩하고 쿨한척 하면서 말이다.
혼자서 감당하고 혼자서 해결해야 되는 나이가 되고부터 남에게
의지하거나 부탁하는 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결국은 버거워도 혼자서 해결해나가는게 익숙해지고 점점 스스로도 기대치가 높아지니 자꾸 자신을
시험하게 하는 힘든 고통을 주면서 남들과 비교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고군분투했던 내 청춘. 돌이켜보면 그렇게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었지만 젊음은 그래서 특권인 것 같다. 되돌아갈 수 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으니까. 도착점까지 걷는게 중요하지 늦는건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나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늦어도 괜찮다고..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행복이니까.
엄마 생각도 나고, 우리 삼남매가 크면서 느꼈던 서로의
입장차이도 생각해보고, 웃었다가 울었다가 결국 울적해지기도 했던 어른인 척. 여자로 태어나서 참 많은 글귀에 공감하며 남자들의 고민도 헤아려보고
서툰 하루하루가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 고민했던 시간들이 살아가면서 매일이 처음이란 글귀에 나역시 머릿속이 복잡했다 맑게 개인 파란 하늘처럼
해답을 찾게 해준 요 책.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그동안
스쳐보낸 인연들과 지금 내곁을 지켜주는 사람을 떠올리며 나 자신과 소통하고 마음속 이야기를 펼쳐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기에 더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 혼자만의 어른인 척하는 어른놀이 대신 나는 나인 척, 나만의
놀이를 시작해보고 싶어진다.
남들처럼, 남들이 먹고, 입고, 놀고, 즐기는 모든 것들
다 쫓아서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사는 인생 나역시도 다 참고 견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서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한들 체력이
받쳐주지 않음 그 무슨 소용이 있을랴. 걸을 힘이 있을때 한번 더 걷고 씹을 튼튼한 이빨이 있을때 맛난거 먹고 예쁜 얼굴과 몸매일때 멋진 옷
입고 치장해서 즐기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 지금 내나이에도 못해서 후회되는게 엄청 많은데 더 늙음 정말 늦을 것 같아 조바심 나는 글귀.
사랑도 인연도 다가 왔을때 잡아야지 버스지나고 손흔들어봤자 제 손만 아프니 인생 뭐 별거 없다고 해도 타이밍은 무시 못하는 것 같다. 이젠 더는
미루거나 도망치지 않고 이진이님의 진심어린 충고처럼 더 늦기전에 이것저것 다 경험해보고 후회할때 후회하더라도 정말 하나씩 용기내보고
싶어진다.
이진이님의 장래소망은 카페 사장이라고 하는데 나의 소망은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할 것은 없지만 제주도에서 언젠가 한번쯤 살고파진다. 게스트하우스나 작은 카페도 함께 운영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냥
제주도에서 살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작은 땅을 사서 예쁜 집을 짓고 나만의 아지트에서 혼자 날 위한 별장이라 부르며 그냥 놀고, 먹고, 맘껏
즐겨보고 싶은 꿈같은 희망사항.
힘들다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어지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정말 별게 아닌 일이 되어버리는 인생, 생각하기 나름이란 글이 와닿으며 생각의 차이를 스스로 바꾸고 현실을 즐기는 마음의 여유를 찾게 해주는
어른인 척. 처음 살아보는 오늘 서툴고 어럽고 상처투성이라도 잘 견디고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 읽어보며 좋을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자꾸
펼쳐보게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선물처럼 나처럼 척놀이 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전해주고픈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