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행위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의 행위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내어주는 하워드 제이콥슨 장편소설 사랑의 행위는 참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의심하고, 확인하려는 심리를 엿보면서 낯설고 씁쓸해 머리가 아파왔다. 읽을수록 뭐가 뭔지, 주인공을 이해하려다 보니 집중도 잘 되지 않고 자꾸만 책 속의 글이 정신없이 이리저리 통통 튀어 다니는 느낌.. 생소해서 였을까? 아님 내가 생각했던거랑 너무 달라서였을까? 답을 정할 수 없을 만큼 미묘한 감정.. 초반에서 중반부로 넘어갈 때까지 솔직히 어렵고 힘들었다. 이 책을 3일 만에 끊어서 읽어버릴 만큼.. 하지만 책을 덮고 조금은 깨달았다. 사랑의 행위가 전해주는 기묘한 의미를..

 

고서 수집가이자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고서점을 운영하는 주인공 펠릭스. 교수이자 단골손님 프레디의 아내로 대화에 굶주린 마리사를 자신의 아내로 만든다. 하지만 거기에서 만족을 할 수 없는 펠릭스는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주고 나서야 지독한 질투와 상실감을 온몸과 마음으로 체감하고 나서야 자신의 사랑을 완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부터 자꾸 엮이는 매력적이고 묘한 분위가 스치는 마리우스를 마리사와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유인을 한다. 마치 잘짜여진 각본대로 둘은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하고 펠릭스 집을 드나든다.

 

정상적인 남자의 모습이 아닌 펠릭스. 그가 원하고 상상한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였다. 변태적이기도 하고, 고지식하기도 하고, 정신병자 같은 성향에 불순하고 온전치 못한 욕정을 타인을 대신해 쾌락을 충족하려는 역하고 치졸한 인간의 본보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자신을 포장하고 자신의 사랑을 정당화시키고 정상적이라 믿으며 소름 끼치게 횡설수설하는 고리타분한 아저씨처럼. 일은 벌어졌고 자신이 바라는대로 착착 진행될수록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홀가분하고 행복을 느끼는 방관자.. 철없고, 유치한 장난 같은 이야기.

 

문학작품과 고전신화, 명화와 미술작품, 연극을 더해 다양한 학설을 덧붙여 뒤틀린 사랑과 성관념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느끼는 걸 모든 남자가 느낀다고 주장하면서. 과연 그럴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틀리고 잘못된 사랑의 행위란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확인하고 난 뒤, 남은 건 무엇일까? 무엇을 얻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퀴린이나 라이어넬이나 마리우스나 펠릭스나 엘스페스나 다들 환상과 상상, 질투, 불안, 불신, 불륜 등~ 문란한 성적 욕망의 세계의 엉뚱한 사고와 고집들이 내포되어 있다. 오로지 자신들의 사랑은 특별하고 순수하다며 그 사랑을 확인하고 쟁취하려는 검은 속마음..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모든 것이 용서가 될까? 순간의 쾌락을 위해서 소중한 것을 잃고 누군가에겐 너무 아픈 상처가 될 말과 행동들인데?

 

델시의 남편인 라이어넬도 핫와이프를 칭하는 순금 발찌를 자신을 위해 차 달라고 한다. 그리고 나선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자고 부탁하고.. 나라도 혐오할 것 같다. 아니 오만정이 떨어져서 당장 꺼지라고 하겠는데 델시는 남편의 뜻을 받아들이고 일렉트리션에게 안기고 그들은 진심으로 행복하게 잘 지낸다.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듯.. 마리우스도 유부녀와 바람이 났었고, 엘스페스도 자신의 부인에게 펠릭스를 보여주려고 했었고, 퀴린도 마리사와 엮이게 하려고 했다. 각자가 참 도덕적이지 못한 사랑을 꿈꾸고 가지길 원하는 두 얼굴. 속물근성의 총집합을 나열한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간들.

 

마리사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려 했는지, 자신의 아픈 고통까지 숨기고 그의 뜻을 받아주려 했는지, 진정으로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하나도 제대로 모르면서 펠릭스는 감당하지 못한 일들엔 도망치고 숨어 버린다. 그의 도움이 진정으로 필요한 순간도, 그의 대답이 듣고 싶은 마지막 순간도.. 어찌 그럴 수 있지? 그렇게 똑똑한척, 잘난척 혼자 온갖 망상에 떠들어대고 확신하던 사람이 순진하고 깜찍하게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펠릭스의 사랑의 행위는 뻔뻔하고 악랄하고 당돌하고 성의 없다. 너무 어리석어 그 사랑을 이해는 해도 존중하고 싶지 않을만큼. 사랑은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그런 불순한 마음으로 하는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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