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 전영관.탁기형 공감포토에세이
전영관 지음, 탁기형 사진 / 푸른영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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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고요히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시간!

 

곰감포토에세이는 무엇일까? 호기심을 자극시켰던 이 책은 참 많은 것을 담고 품고 있는 듯하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 애틋함, 설레임, 절실함, 애절함, 소중함, 고요함, 험난함, 상처, 아픔.. 그리고 소소한 행복과 일상을 통틀어 세월과 인생이라는 우리네 이야기를 시간과 함께 하나씩 풀어놓았는데 소소한 사물과 풍경들 속에서 저자가 전해주는 문장들은 독특하게 전달되어 소중한 추억과 잊지못할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꼭 오래도록 우리고 우려서 달여 마셔야 하는 진한 보약이나 귀한 차처럼 느긋하게 한모금씩 음미해서 삼켜야 비로소 그 맛과 효능이 무엇인지 참의미를 깨달아갈 수 있는 것처럼 한페이지를 넘길수록 많고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왠지 이 책의 느낌은 무채색 같으면서 또한 왠지 모를 쓸쓸함과 외로움이 공존하고, 내가 지나온 길과 지나가야 할 길을 곰곰히 꺼내도 보고 그려도 보게 하면서 누군가를 떠올려도 보고 기다려도 보고 싶게 만든다. 제목처럼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가 많은데 그 중에서 그리움이 많이 느껴졌다.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무언가 공허해지는 느낌.. 무엇인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빠뜨리거나 잃어버린 느낌.. 그게 무엇일까? 답을 찾는다.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접경 지역을 저공비행하는 문장들의 겹납고로 문학을 꿈꾸는 독자라면 가까이 두고 수시로 읽어봐야 할 백과사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글에서 묵직하게 잡아끄는 당김으로 한 번 읽고 눈을 쉽사리 떼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느껴지는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는 전영관님의 멋들어진 글솜씨와 탁기형님의 느낌있는 사진들이 어우러져 문득 스쳐지나간 길을 멈칫하게 만들고 다시 뚫어져라 보면서 같은 것을 바라보아도 이렇게 공감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서 자꾸 그의 글을 되씹어보게 하는 여운이 있었다. 아픈 상처나 아물지 않은 기억들을 보듬고 다독거리듯...

 


그나라에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사랑 말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심장 하나만 주세요.

 

p.84~85 혼자 남았을 때도 온전히 나의 내부만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싶은 것이다. 사랑을 잃고 원망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손잡이까지 날이 선 칼을 움켜 쥔 것과 같았다. 그땐 몰랐다. - 연인이라는 호칭은 세상에서 가장 얇은 유리잔의 다른 이름이다 -

 

 

자극적인 글도 없는데 자극이 되고, 치료제를 처방한 것도 아닌데 마음의 치유가 되고, 운동을 시킨 것도 아닌데 힘을 얻게 하고, 상담을 한 것도 아닌데 위로가 되는 소소한 글귀들.. 그래서 공감포토에세이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버스를 타거나 길을 걷거나, 스쳐지나가는 사람과 사물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을 나만의 시각과 생각으로 나열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무의식적으로 담아두었던 사랑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 어둡고 탁했던 마음이 조금은 빛을 받은 느낌이었다. 만약, 살다가 누군가 그리워지고 생각이나 길을 잃는다면 당황하거나 애써 길을 찾지 않고 잠시 멈춰서 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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