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사랑에 살다
최정미 지음 / 끌레마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장옥정 사랑에 살다

"나를 위해 죽어다오

내가 너의 죽음을 원한다. 그것이면 되겠느냐?"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김태희, 유아인 주연의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빠뜨리지 않고 본방사수 중인데 방송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장옥정을 그렸다고해서 더 호기심이 컸던 만큼 어떻게 전개가 되어지고, 색다른 결말을 맺을지 너무 궁금했기에 드라마 원작소설인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장옥정은 1659년 역관 장경의 둘째딸로 태어나 왕후로 불리지 못하고 장희빈이라 역사에 남겨진 비운의 여인이다. 그동안 인현왕후의 시각에서 쓰여진 책들은 있어도 온전히 장옥정의 시각에서 그려진 책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특별한데 역사의 뒤편에 가려진 장옥정의 매혹적이고 드라마틱한 사랑의 기록들을 보면서 드라마와 약간의 전개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옥정의 아버지 장경의 죽마고우이면서 같은 역관인 현경하 아들 치수! 옥정을 첫눈에 보고 반한다. 이 남자 참 지고지순한 사랑을 한다. 끝까지 한 여자를 바라보면서.. 장현의 말때문에 청나라에 가서 나름 성공해서 돌아오는데 참 멋지기도 하고, 옥정이 부럽기도 했는데 옥정의 마음은 이순에게 향했으니 어찌나 안타운지.. 그리고 옥정의 어미인 윤씨는 드라마에서는 종살이를 하고 매도 맞고 갖은 수난을 다 겪고, 옥정이랑 도망가다가 잡혀서 옥정이가 어미를 구하려고 궁녀로 들어가는 설정에 어릴적 궁밖에서 이순과 몇 번 마주치고 살려주고 뭐 그런데 책엔 그런 설정이 없다. 그래서 책과 드라마를 비교해보면서 그 흐름들을 하나씩 맞춰보는 재미가 있다. 책엔 큰 흐름들이 그려졌다면 드라마엔 정말 세세하게 로맨스와 드라마틱한 설정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천민인 옥정이 침방나인으로 궁에 들어가 왕세자 이순의 승은을 입고 몇해 첩지도 받지 못하고, 한단계씩 차근차근 올라 중전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인경왕후가 두창으로 죽고, 인현왕후 민씨와의 역사속의 서인과 남인세력의 치열한 라이벌 신경전이 아니라 오로지 한남자만을 바라보고 사랑한 가슴저린 한여자의 헌신과 희생의 슬픈 삶이 묻어 있다. 왕세자 이순은 정말 나쁜남자.. 참 냉정하고 모진 인물이다. 자신의 욕망과 욕심때문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필요없으면 가차없이 버리는.. 독하디 독한 남자..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지만 왕을 떠나 한남자로 태어나 어찌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그 한남자만을 바라보고 기나긴 시간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여자들은 얼마나 가엽고 불쌍한지 같은 여자로서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그 시대의 궁은 감옥살이 같지 않았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기 하기는 싫으면서 남주기도 아까운 양심없는 심보.. 이순에게서 보았다. 그냥 치수에게 보내주지..

 

정치적 세력다툼으로 정권을 수시로 교체하고 인정사정 볼 것 없는 것처럼 많이도 죽이고 인현왕후는 폐비시키고 서인으로 봉해 귀양 보냈다 다시 불러들여 중전으로 앉히고, 마음은 갈대처럼 오락가락 참 중심도 없고.. 회임해서 자신의 아들! 원자까지 낳아준 여인을 죽일 수 있을까? 세자를 위해서.. 것도 안되면 나를 위해 죽어달라니.. 나라면 어땠을까? 과연 죽을 수 있을까?.. 아무리 사랑해도 내자식을 두고서 어찌..ㅜ 그런데 장옥정은 "어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을까?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이가 자신을 위해 죽어달라는데."라며 그 뜻에 따른다. 궁전의 자리에까지 올랐어도 왕후로 불리지 못하고 희빈으로 영원히 봉인된 여인, 장옥정! 사랑받으면서 평범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 그녀의 삶이 참 기구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장희빈을 떠올리면 표독스럽고 무서운 인물이었는데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읽고나니 사랑하나로 모든 것을 감당하고 감수하는 그녀도 가려린 보통 여자였다는 것을 느꼈다. 만약, 옥정의 아버지가 살아있고, 절에서 들었던 스님의 조언에 따라 옥정을 바느질과 비단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앞으로 드라마 방영분이 많이 남아 있는데 더 열심히 원작소설의 줄거리와 비교하면서 장옥정을 응원하는 맘으로 지켜봐야겠다.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픈 여인의 이야기였고, 이순이 옥정에게 죽어달라고 했을때 눈물이 핑돌아 책을 읽고나니 마음이 허탈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는데 어린나이에 세상을 지고 가버린 장희빈.. 나에겐 영원히 왕후로 가슴 속에 남을 것 같다. 많고 많은 여자들의 시기와 질투, 음모와 모략이 가득했던 궁이란 곳에서 왕의 사랑 하나만을 바랬는데 그마저도 그녀를 등지고 버린 "장옥정 사랑에 살다!" 역사소설이라기보다 애절하고 슬픈 로맨스소설을 읽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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