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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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큰오빠가 <유리고코로> 일본영화를 보고선 완전 꿀잼이라며 원작소설 책도 꼭 읽어보고 싶은데 구할 수 없냐고 물어봤었다. 그래서 한동안 중고서적을 구하려고 알아봤지만 찾질 못해서 너무 아쉬웠던 차에 신간도서로 재출간이 됐다고 해서 반가운 맘에 보자마자 냉큼 찜해버린 도서다. 영화도 책도 본 적이 없는 나는 살인 사건이 등장한다는 것 외에 기본 스토리도 잘 모를뿐더러 일부러 검색도 하지 않았더랬다. 도대체 뭐가 얼마나 재밌길래 큰오빠가 책 욕심을 부리며 나한테 꼭 보라고 추천했는지 궁금증이 배가 됐지만 책으로 직접 만나보고 싶어 꾹 참고 버텼기에 더 기대가 됐다. 원작소설이 있다면 영화보다 책을 먼저 읽는 걸 선호해서이기도 한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머니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유아기의 기억, 검은 머리털 묶음, 그리고 네 권의 살인 고백 노트! 주인공 료의 여자친구 지에가 실종되고 아버지는 수술이 불가인 췌장암 진단을 선고받고 두 달 전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료는 아버지 집에서 엄마 이름 미사코라고 쓰인 종이에 감싸진 잘린 머리카락을 발견하게 되고 오래된 노트 네 권도 발견하게 된다. 20년도 더 지난 아주 옛날 일을 떠올리게 되는데 4살쯤 폐렴으로 장기간 입원을 했고 이 기간 동안 집에 화재가 났으며 퇴원 후 새로 이사한 집에 오니 어머니가 바뀐 것 같은 기분.. 사실일까 아님 착각이었을까.

 

그리고 네 권의 노트에 적힌 연쇄 살인 내용의 소설인지 일기인지를 차례로 읽게 된다. 누가 쓴 건지 알 수 없는 아주 기묘하고 비밀스러운 고백과 죄의식 없는 의식의 흐름 속 소름 끼치고 충격적인 내용을 하나씩 접하게 되는데 혼란스럽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치게 해서 심장 쫄깃했더랬다. 불안한 심리와 위화감 그리고 판단력이 흐려지다 납득이 되는 이상하고 신기했던 요 책. 일생에 걸쳐 가지고 싶었고 알고 싶었던 <유리코코로> 희생 재물을 바치며 다른 사람의 죽음이 주는 감촉으로 결국 갖게 됐다고.. 현실인지 상상인지 망상인지, 누구의 고백인지 수기인지 진실과 거짓을 알고 싶어 페이지를 넘기기 바빴더랬다.

 

 

잘못 듣고 집착을 했던 <유리고코로>는 실제로 없다는 말인 걸 초등학생 때 이미 깨달았다고. 의사가 했던 말은 사실 <요리토코로> '안식처'라는 뜻이었고 노트 속 주인공은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질 때 생기는 감각적인 인식을 마음의 안식처로 삼았다고.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었고 연쇄살인 고백을 너무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친절하게도 아주 솔직하고 자세히 묘사해서 더 깜놀이었다.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핑계도 가지가지였던 살인 중독과 살인 습성이 어휴.. 그러면서 사형당해도 폐소공포증이 있어 독방은 또 끔찍하게 싫다고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싶었더랬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에 살인자에게 연민이 느껴지는 반전 결말까지 대환장 파티여서 책을 덮고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 유튜브로 영화도 검색해서 봤더랬다. 무섭고 소름 끼치지만 완전 취향 저격이었던 <유리고코로> 빨리 큰오빠한테 이 책을 전해줘야겠다. 얼마나 좋아할까 싶어 내가 다 설렌다. 원작소설의 코믹스화 만화 버전으로 출간된 <유리고코로> 상하권도 잼날 것 같아서 만나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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