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김선미 지음 / 연담L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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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페이지를 넘기는 극강의 재미 연담L 컬렉션 中 심장을 들었다 놨다 아주 그냥 홀딱 빠지게 만들었던 <암흑검사>, <반전이 없다>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 본 요 책. 책을 보기 전부터 호기심을 마구마구 불러일으킨 다소 충격적이고 끔찍한 스토리의 반전 결말이 궁금해서 냉큼 펼쳐보았다. 책 속 줄거리는 뉴스로도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되어 버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민낯의 이면으로 현재까지 진행형이며,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행해질지도 모를 가학적 행위를 뛰어넘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엽기적인 형벌을 시작으로 전개된다.

 

것도 남이 아닌 내 가족이 나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멋대로 판단해 죽음을 강요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들 목숨까지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감당하지도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벌인 죄로 벼랑 끝에 내몰려 끝끝내 죽고 싶다면 다른 가족에게 더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혼자서 짊어지고 조용히 생을 마감하길.. 살고 싶은 이들과 남을 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공평하고 맞지 않을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꽃을 피우기도 전에 치사하고 비겁하게 원하지도 않는 남의 인생까지 걱정하며 물귀신 작전으로 황망히 망가뜨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더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 무거운 주제에 숨죽이며 읽었던 것 같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한 가장의 그릇된 선택은 무고한 생명들을 희생자로 만들기 위해 계획된 동반자살이었고, 일가족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한 가정은 파탄 위기에 놓이게 된다. 사업 실패로 빚덩이에 앉게 되면서 빛 독촉, 생활고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손을 쓸 수도 버틸 수도 없게 된 아빠 유재만에게 허무하게 목숨을 읽은 엄마. 그리고 두 번째 희생자가 될 뻔한 큰 아들 진혁은 열다섯 살에 맨손으로 칼을 막고 그 자리를 도망쳐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게다가 그 현장을 두 눈으로 생생히 목격하며 숨어있던 동생 진웅의 나이는 고작 일곱 살이었다. 재만은 현장에서 자살기도를 했지만 실패를 하게 되고, 가족 살해범으로 수감하게 된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살인이 시작되었다." 세월이 흘러 바로 오늘, 10년 만에 출소한 재만이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저수지 사건으로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듯 집을 떠났던 형 진혁 역시 친할머니 부탁으로 딱 사흘간 유일하게 북적이는 유등 축제 기간 시골 마을로 돌아오면서 온 가족이 아주 오랜만에 얼굴을 다 같이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그들이 돌아온 후 폐쇄된 양계장에 암매장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과연 어떤 의미일까? 볼수록 너무 답답했고, 화를 북돋은 이들 가족. 증오와 분노를 담은 복수보단 끔찍한 가족애에 두 손 두발 다 들었고 속 터져 죽을 뻔했더랬다. 마냥 감싸주기만 한다고 가족일까?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고 다 용서가 되는 걸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 죽일 수 있어!" 범인의 정체를 밝힐 단 5일 동안 진웅, 재만, 진혁, 할머니 순으로 각자의 시각과 심리를 더한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미심쩍은 부분 속 교묘한 트릭이 연결고리로 이어져 의문투성이였고,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여러 사건들의 퍼즐을 맞춰보려 열심히 머리를 굴렸더랬다. 특히 진혁의 문신이나 진웅의 몽유병 거기다 자꾸만 거슬렸던 진웅의 동창 진수의 꺼림칙한 혀놀림과 남의 상처를 일종의 게임으로 즐기며 뻔뻔하고 대범하게 설쳐대는 꼬락서니가 정말 소름이었다. 비밀로 해도 모자를 판에 직접 대놓고 까발리다니 난 놈일세. 죽고 싶어 발악하는 것도 아니고 겁도 없이 상대를 보고 덤볐어야지.. 안 됐지만 넘어서면 안 될 선을 넘어 가족을 건드린 넌 고소미였다.

 

"혹시 어젯밤에 손에 피를 묻혔나? 그랬었나?" 첨부터 힌트를 줬으니 답은 뻔한데 뭘 놓치고 있는 걸까? 하는 순간 아차 싶었던 <살인자에게>. 살인자와 그의 가족들은 살아서도 죽은 목숨이었고, 아무리 도망치고 피하고 벗어나려 해도 서로를 옭아매며 끈질기게 엮일 수밖에 없는 피를 나눈 인연이었고 숙명이었다. 또한 이들의 낙인은 죽지 못해 사는 이들에게 또 한 번의 지독한 형벌이 이어지고 있었다. 재만이 행한 살인의 시작이 트라우마로 그리고 전염병으로 옮은 듯 피비린내 진동해 더 씁쓸했고 잔인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더는 멈출 수도 없는 막가는 인생들, 숨바꼭질하듯 도망쳐도 단 한시도 맘 편히 못 살 지옥의 연속이겠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 전까지 호기롭게 단언할 수 없던 미스터리 추리 범죄 소설로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을 덤으로 역시나 꿀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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