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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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 여자는 내가 죽이지 않았어. 누명을 벗겨줘!" ​법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가케이 마사야는 교내를 걷던 중 동창생 가토 아카리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녀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녔기에 반가워해야 정상이지만 마사야는 짜증과 신경질부터 났다.  그는 학창시절 우등생이었고 학급 반장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신경도 뛰어나 반의 영웅이었는데 명문고에 들어가면서 확연히 드러나는 실력 차이를 체감해야 했고 학교생활에 전혀 적응을 하지 못했다. 외동아들로 아버지의 가장 큰 자랑이었던 그가 지금은 삼류대학에 겨우 들어와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외톨이처럼 지내고 있다. 아카리를 보면 과거의 영광이 떠올라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지니 당연히 싫을 수밖에. 그는 의기소침해져 다른 사람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고 대화도 잘 나누지 않았다. 마사야는 우울한 현실을 부정하며 행복했던 과거에 빠져 사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자취방에 24명을 죽인 희대의 연쇄살인마 하이무라 야마토가 감옥에서 보낸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하이무라가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것은 5년 전 일로 경찰이 확실하게 입건할 수 있던 것은 그중 고작 9건뿐이었다. 범행 장소는 논과 밭만이 있던 농촌이었고 피해자는 대부분 10대 후반의 소년소녀였는데 딱 한 명만 스물세 살의 성인 여성이었다. 그는 이 여성이 살해된 마지막 범행은 자신이 끝까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마사야에게 그 누명을 벗겨달라고 부탁한다. 일면식도 없는 젊은 대학생에게 무슨 생뚱맞은 헛소리를 지껄이나 했더니 둘은 예전에 안면이 있는 아는 사이였다. 마샤야는 최근 수년간 뉴스나 주간지에 관심이 없었기에 그가 체포된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마사야는 면회를 가기 전에 미리 검색해서 다 뒤져보고 그를 만났다. 하이무라는 마사야가 어릴 때 들렀던 단골 제과점 로셀의 주인이었다. 그는 마사야가 열다섯 살까지의 모습밖에 모르기에 우등생으로 기억하고 있을 그의 눈이 보고 싶었다. 하이무라는 모두에게 친절했고 주위 사람들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기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이무라는 자신의 자만심 때문에 체포됐으며 나머진 다 인정하지만 본인이 하지 않은 죄까지 뒤집어쓰는 건 싫다고 말한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어쩜 저리 뻔뻔하게 내뱉는지. 그렇다고 어차피 사형될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인데 뭐가 달라지지? 그냥 마사야가 학업에 몰입하고 하이무라랑 아무것도 엮이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런데 진짜 진범이 있다면 빨리 잡아야겠지. 하이무라의 누명을 벗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군가 어떤 끔찍한 범행을 또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이무라의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자기 자신도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년소녀를 감금하고 고문한 끝에 죽여서 마당에 묻고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아온 질서형 연쇄살인범 하이무라. 것도 모자라 손톱, 손가락... 헐!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부탁을 거절하고 손 떼기로 마음을 먹지만 지금껏 드러난 그의 범행과 다른 스타일의 수법도 이상했고, 취향이 아닌 타깃이 희생된 점에 의문을 품고 결국 수락하고 만다. 하지만 그가 뭔가 감추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다른 비밀이 있는지 알고 싶었던 마사야는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수업도 째고 그와 관련되거나 아는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일일이 증언을 듣고 책을 보며 그와 비슷한 살인범들의 성향과 심리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부모님이 아시면 등짝 스매싱각일세. 하지만 덕분에 새로운 사실과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단서를 하나씩 발견하게 되는 마사야. 게다가 엄마가 지금껏 가족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으며 가슴속에 숨겨둔 비밀의 연결고리까지 혼자서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우째 불안해서 조마조마했더랬다.

결국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살인 충동을 느끼게 되는 마사야, 살인에 중독성이 있다고 하던데 전염병처럼 퍼져나가 돌발행동을 할까 봐 넘 긴장됐더랬다. 놀랍고도 충격적인 반전 스토리가 거듭되며 순간순간 한니발과 인천 여중생 살인범이 오버랩돼서 더 심장 쫄깃했다. 사람의 심리를 간파하며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고 쾌락을 느끼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표본이었다. 뛰어난 지능을 악마의 속사임과 함께 아주 교모하고 치졸하게 써먹으며 사람이 아닌 장난감 취급하듯 제멋대로 갖고 노는 소름 끼치는 악마 그 자체였다. 상상만 해도 무섭고 토 나오는 엽기적인 미치광이에 정상적인 사고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돌아이라 진심 깜놀했다. 일본문학 미스터리 범죄소설! <살인에 이르는병>. 감옥에 갇혀서도 그의 악행은 멈출 줄 몰랐으니 와 정말 대박이라는 말 밖에 안 나왔다. 어차피 지옥행 티켓 미리 예약해놨다고 죽기 전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마지막 순간에도 발악을 해대니 진짜 기가 찰 노릇. 혼자 뒤지기는 억울해서 넘 싫어나 봄! 같이 죽자고 저리 꼬드기니 참.. 귀신은 뭐하나 몰라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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