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든 이가 선망하는 중산층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부서진 팔다리로 뛰쳐나온 여자들! 법률사무소 비서로 일하는 케이티는 자신의 집 길 건너편에 있는 글로리아 레이놀즈의 집을 자주 엿봤다. 집주인 글로리아는 아기자기한 드레스 가게를 운영하는 매력 넘치는 이혼녀라는 것만으로도 케이티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그 집에 찾아오는 의문의 손님들이었다. 다른 이웃들도 이상한 방문객들의 존재를 눈치챘고 몇몇은 안 좋게 추측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이유가 무엇이건 글로리아에게 도움을 받으러 온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독설가로 유명한 케이티의 엄마 힐다는 누군가를 좋게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괜히 트집을 잡으며 글로리아를 싫어하는 티를 팍팍 냈다.

 

케이티는 글로리아를 신뢰했고 고민에 대한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해서 그녀가 좋았다. 자신의 빨간 머리를 싫어하지 않게 된 것도 글로리아 덕분이었다. 최근에 그녀는 케이티에게 영국에서 가장 지루한 동네인 벡스힐을 떠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런던으로 가서 재밌게 지내길 권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른 새벽 불이 났다는 엄마의 다급한 큰 소리에 잠을 깬 케이티는 깜짝 놀라고 만다. 글로리아 집에 큰불이 났고, 화재사건으로 그녀와 둘째 딸 엘시가 죽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한편, 매사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화가 많은 케이티의 엄마 힐다는 까칠하고 감정기복이 심해서 가족 모두가 힘들고 지쳐했다. 그래서 아빠 앨버트와 케이티, 남동생 로버트까지 집이 불편해 그녀에게서 다들 벗어나고 싶어 했다. 힐다를 이해할 수 없는 식구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녀에겐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케이티는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단짝친구 질리랑 런던에서 새직장과 이사 갈 집을 구하기로 한다. 질리는 동물원에 취직했고 케이티는 법학원의 변호사 사무실 법률비서직에 취직해 2주 뒤 출근하기로 한다. 일주일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빠가 방화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됐다는 소식에 또 한번 충격을 먹게 된 케이티. 엄마 힐다는 아빠 앨버트가 글로리아랑 바람피웠다고 오해했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의심을 접지 않고 끝까지 외도를 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서에 면회를 간 케이티는 아빠가 글로리아랑 좋은 친구사이로 친했고 엄마가 싫어해서 솔직하게 말하지 못 했다는 아빠의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왜 아빠가 누명을 쓰고 잡혀갔는지도 알게 된다. 아빠의 지문이 묻은 등유통이 글로리아 집에 있었고 불이 나게 한 것과 같은 소재의 천이 창고에서 발견된 것이다. 하지만 앨버트는 휘발유가 떨어졌을 때 등유통을 샀으며 결코 등유를 넣은 적도 없고, 창고에는 걸레가 다였으며 커튼 같은 소재의 천은 지금껏 처음 봤다는 사실. 앨버트는 유명한 사업가였고 글로리아 집에 불을 낼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 속상했던 케이티는 아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맘이 조급해진다. 하지만 그녀와 반대로 걱정은커녕 남편의 무고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 힐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처럼 차갑고 냉정하기만 그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뒤늦게 글로리아가 자기처럼 가정폭력 학대를 받은 중산층 여자들을 도와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케이티도  낯선 여자들이 얼굴에 멍이 들거나 다친 상태로 그녀의 집에 오갔던걸 직접 눈으로 봤었다. 동네 사람들과 글로리아 가족들까지 모두 앨버트가 그랬을리 없다고 경찰이 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을 한다. 글로리아 집에 낯선 여자들을 데리고 갔던 에드나를 찾았고, 그녀는 고민 끝에 경찰은 믿을 수 없다며 케이티에게 한 권의 노트를 건네준다. 그러다 에드나도 의문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케이티는 노트에 적힌 주소를 추려 방화 살인범을 직접 찾아 나선다. 그런데 그 순간 범인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고 뒤쫓아와서 납치를 한다. 
 

어둡고 냄새나는 지하실에 갇힌 케이티는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방화, 살인, 납치, 폭행, 정신적인 학대 등 여러 범죄 행위와 가정 문제들이 뒤섞여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 묘사를 흥미진진하고 쉽게 풀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심장 쫄깃하면서도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반전 스토리에, 엄마 힐다의 충격적인 비밀이 폭로되며 왜 납득할 수 없는 이상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껏 말 못할 고민들로 마음을 닫은 체 숨기고 참는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뒤늦게라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마음먹은 대로 하나씩 실천할 줄 아는 당당하고 솔직한 케이티가 더 특별하고 대단하게 보였다. 미스터리한 스릴러에 끈끈하고 애틋한 가족애를 덤으로 즐긴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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