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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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데 왜 이렇게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까?" ​변호사 남편 비외르나르와 결혼해 딸 셋을 둔 잉그리의 직업은 노르웨이 한 대학교 문학과 교수다. 자상하고 배려심 깊은 남편과 사랑스럽고 귀여운 세 명의 아이들까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집안일과 육아에만 전념하는 전업주부가 아닌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살려 학생들을 가르치며 열심히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워킹맘이라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싶었다. 제목과 달리 불행과는 전혀 상관없이 행복한 조건을 다 갖춘 듯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나. 그녀의 삶은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수박이나 아이스크림 튀김 같았다. 직접 만지고 자르고 보고 먹어봐야 진정한 그 맛을 알게 되는 것처럼 그녀의 삶은 생각보다 더 치열하고 열정적인 반전 매력을 뽐내 한마디로 진짜 웃펐다. 대학에선 학부 개편과 구조조정 회의를 하게 되고 그녀는 해고나 이직을 고민해야 할지도 몰라 불안해한다. 그리고 집에선 미니멀리즘과 실용주의적 삶을 지향하며 살아왔지만 식구가 늘면서 집이 너무 좁아 보이고 몇 가지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중고시장에 올려진 부동산 매물을 수시로 찾아보면서 새로 이사 갈 큰 집을 알아보게 된다. 
 

그러다 드디어 운명의 집을 만나게 된 잉그리는 오퍼 경재 심리에 맘이 조급해져 남편과 상의한 금액을 훌쩍 뛰어넘어 홀린 듯 그 집을 구입하고 만다. 그 집은 밖에서 보면 꽤 근사해 보였지만 아주 오래된 건물이라 비외르나르는 곳곳에 수리할 곳도 많고, 관리가 힘들 거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계속 지적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에게 그 집을 뺏길까 봐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고 파산 직전에 이를 정도로 비싸게 구입했지만 가족들과 새로운 집에 가서 살 생각에 들뜬다. 문제는 지금 사는 집이 팔리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고,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로 가격을 더 낮춰서 매물로 내놓아야 할지도 몰랐다. 욕심을 화를 부를 법! 결혼 생활도 예전 같지 않으니 우짜스까잉~
 

몸은 하난데 집과 직장 걱정에 학부모 모임 착석과 매주 집 보러 오는 이들 때문에 대청소까지 해야 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했던가. 반강제적으로 대학교에서 자매결연을 한 러시아 국립대학에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약 일주일간 사절단으로 가게 된다. 거기에서 더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녀는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된다. 여러 사건들이 겹치면서 어떤 심경의 변화를 가져다주게 될까? 사실 잉그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앞서 필요 없는 생각과 걱정을 너무 많이 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부담스럽고 달갑지 않은 상대방의 일방적인 부탁이나 의논되지 않은 과도하고 부당한 지시 요구 사항들에 대해 솔직하고 과감하게 딱 잘라 거절하지를 못했다. 정말 답답할 정도로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고 똑 부러지게 전달하지 못한 체 이쪽 저쪽 눈치만 보기 바빴더랬다.

더 놀랐던 건 처리해야 할 일과 신경 쓸 일도 많은데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꾸만 나서서 안 해도 될 일을 괜히 벌여 사서 고생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미련하고 아무 대책 없이 남들에게 휘둘리고 이용만 당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밉상과 진상이 주위에 왤케 많은지...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보단 자신이 조금 더 힘들고 피해를 보더라도 모두의 행복을 위해 자의든 타의든 희생을 감수할 정도로 마음도 여리고 착했다. 그만큼 가족과 직장 동료를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며 정의감 넘치는 의리까지 남달랐기 때문이다. 때론 투덜대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다해주는 미워할 수 없는 츤데레 같은 앵그리. 참 피곤하게 사는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 그녀를 믿고 응원하며 지지하게 됐더랬다.

단지 그 적당한 기준을 몰랐고 센스 있게 치고 빠지는 법을 융통성 있게 못 해서 넘 안타까웠다. 그녀가 남들보다 자신을 먼저 챙기길 내심 바랬으니 말이다. 황당하고 엉뚱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비빔밥 스토리! 중간중간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 속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해준 잉그리였다. 심각하게 고심하며 뽀뽀했다고 급 고백할 땐 빵 터졌더랬다. 버라이어티 하진 않았지만 아슬아슬하면서도 유쾌함을 담은 그녀의 삶과 속사정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북유럽 노르웨이 소설책을 오랜만에 읽었는데 무엇보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머리 식히며 읽기 좋은 소재를 맛깔나게 풀어낸 장편소설이라 술술 읽혀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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