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세계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2008년, 런던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모두가 잠들어 있는 이른 새벽시간 후드 티셔츠를 입고 한 손에 카메라를 든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이곳은 영국 런던에서 부유한 중산층 사람들이 살고 있는 피프스 로드였다. 동네 집들은 대부분 집을 지은 시기가 같았고, 모두 3층으로 된 주택으로 어느 하나 똑같이 생긴 집이 없었다. 그중 네 채는 더블프론트 주택이었는데 다른 집들보다 대지 면적이 두 배나 더 컸고, 싱글프론트 주택보다 가격이 세 배가량 더 비쌌다. 젊은 청년은 더블프론트 주택에 특히 관심이 많은 듯 그 집들을 촬영한다.

 

그가 주목한 네 채의 더블프론트 주택엔 남편을 잃고 혼자 사는 82세 피튜니아, 핑거 로이드 은행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로저와 쇼핑 중독인 그의 아내 아라벨라, 세네갈 출신의 축구 영재로 스카우트 돼서 피프스 로드에서 새 인생을 시작할 열일곱 살 프레디 카모와 경찰인 그의 아버지 패트릭 카모, 파키스탄 출신의 상점 주인 아메드 가족이 살고 있다. 점점 집값이 치솟으며 부동산 가격이 최대 관심이자 고민이었던 이곳 주민들에게 '우리는 당신이 가진 것을 원한다'라는 메세지가 적힌 엽서와 그들의 집을 찍은 사진을 받게 된다. 처음엔 다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점 더 심하게 집주인들을 괴롭혀 불안과 공포를 떨게 된다. 그러면서도 피프스 로드 주택의 집주인들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좀 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지금보다 편하고 실용적으로 살기 위해, 자기만족과 과시를 위해, 다른 집과 차별을 두기 위해, 경쟁하듯 개축 공사와 집 수리에 열을 올린다. 이 모든 이유들이 결국은 부동산 가격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피튜니아는 몸 여기저기 이상 징후를 하나씩 느끼게 되고 병원을 찾는다.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상태가 악화되었고, 죽음을 맞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체감하며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한다. 자기만의 가치와 틀에 박혀 이곳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피튜니아는 마지막까지 변화를 싫어했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녀를 걱정하던 딸 메리가 엄마의 집에 와서 수발을 하게 되고, 그녀의 아들 그레이엄도 한 번씩 들린다. 그는 예명 스미티를 사용하며 예술계에서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었고 그게 그의 작업 활동에서 가장 큰 무기였다. 로저는 올해 받을 보너스를 엄청 기대하고 있으며 백만 파운드를 받을 생각에 들떠있다. 사치스럽고 과소비를 밥 먹듯이 하는 아라벨라는 만족을 할 줄 몰랐다. 그녀는 두 아들이 있는 전업주부였고 육아에 지치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다며 남편 로저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아이러니한 건 그녀 집엔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봐주는 가정부와 보모가 둘이나 있었다는 사실. 대책 없이 무책임하게 놀고먹고 맘 내키는 대로 돈을 물 쓰듯 다 써대면서 뭔 불평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아메드는 부인 로힝카와 딸 파티마와 아들 모하메드와 살고 있으며 상점에서 같이 일을 도와주는 남동생 샤히드와 우스만 형제가 있다. 어느 날 샤히드가 상점에 있을때 예전에 알게 된 이크발이 뜬금없이 찾아와 친한척하며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간다. 샤히드는 잊고 싶은 기억을 상기시키게 되고, 그동안 왕래도 아무 연락도 없던 그의 방문이 썩 달갑지 않다. 축구 소년 프레디는 설렜던 새로운 소속팀에 적응해나갔고, 그의 아버지 패트릭은 아들을 위해 묵묵히 곁을 지켰지만 런던 생활이 마냥 행복하지가 않다. 그리고 건축업자 즈비그뉴와 주차 단속요원 퀜티나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더 나은 삶, 더 부유한 삶을 꿈꾸며 런던에 정착했고 이곳을 발판으로 돈도 벌고 출세도 하고 사랑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생을 마감하기까지 꿈과 희망과 목표를 가지고 각자 여건에 따라 나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누구나 그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는 문제와 고충들이었고, 때론 화려한 유혹과 온갖 시기 질투 앞에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을 다양한 인물과 소재로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가장 궁금증을 유발했던 의문의 엽서가 왜 피프스 로드 주택에 사는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게 되는지 알고 나니 엄청나게 무섭고 소름 끼쳤다. 말이 씨가 된다고 참..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급 다운됐고 넘 우울했더랬다. 그들은 속물들처럼 거저 돈을 벌려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둥바둥 다들 먹고살기 바빴고 엽서 메세지와 다른 협박 외에도 신경 쓸 일이 넘 많아 보였다. 그렇다고 그들이 끝까지 무시하고 아무 대처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범인을 잡고 싶어도 더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정확히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을 뿐. 알았어도 혹은 몰랐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운명처럼 마찬가지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아주 지독하고 끔찍한 악몽을 꾼 듯 넘 찜찜하고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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