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리안 모리아티의 <정말 지독한 오후>를 재밌게 읽어서인지 보자마자 눈에 띈 요 책. 니콜 키드먼이 제작하고 주연을 맡은 TV 미니시리즈가 방영 예정이라고 한다. 아홉 명의 낯선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위치한 아름다운 풍경과 경쾌한 소리가 유혹하는 건강휴양지에 모여 열흘간 세상과 차단된 삶 속에서 어떤 반전 스토리가 펼쳐질지 넘 기대가 됐더랬다. 특히 특정 장르를 거부한다는 글귀가  더 호기심을 자극해서 냉큼 읽어버렸다. 구급대원 야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중년들이 오는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에 각자 다른 사연을 지닌 아홉 명의 사람들이 속속 도착한다. 이곳에선 세상 밖과 차단된 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면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고파 기대감에 한껏 들뜨고 설레지만 불순한 의도를 품고 있는 이와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평온의 집'의 숨겨진 정체가 드러난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은 운명이었을까?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모인 아홉 명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한때 전성기를 날렸지만 이젠 강제 은퇴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로맨스 소설 작가인 프랜시스, 엄마가 준 로또가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된 젊은 커플 벤과 제시카, 단란한 가족으로 보였지만 쌍둥이 잭의 기일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온 나폴레옹 그의 부인 헤더와 딸 조이, 기르던 개가 죽고 힘들어하다 삶을 바꾸고 싶어서 온 과체중 남자 토니, 다른 여자에게 남편을 뺏기고 이혼한 후 살을 빼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가한 네 딸이 있는 카멜, 건강휴양지를 좋아하는 조각같이 잘생긴 남자 이혼전문변호사 리스가 등장한다. 그리고 '평화의 집'을 운영하고 책임자인 원장 마샤와 행복안내자 딜라일라랑 야오가 그들을 반긴다. 원래 구급대원이었던 야오의 눈앞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마샤, 완벽하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기며 뒤에서 그들을 예의주시하는 그녀는 사후세계를 경험 후 실제로 존재한다고 굳게 믿었고 죽음이 두렵지 않다.

 

놀라운 치유가 필요한가요?

열흘 후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겁니다!

 

각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본인에게 맞는 엄청나게 비싼 프로그램을 신청한 이들은 행복여행을 위한 안내서 규칙에 따라야 한다. 처음엔 불만을 품거나 반항심을 갖기도 했지만 끝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힘들지만 버틸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라 차츰 적응이 되어 간다. 하지만 공짜가 아닌 비싼 돈을 지급하고 왔는데 너무 강제적이라 도대체 무슨 의도가 있는 건지 헤아릴 수 없어 의심스럽기도 했더랬다. 핸드폰, 노트북, TV 시청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고, 술이나 음식을 가지고 올 수도 없으며 좋아하는 책을 보거나 글을 쓸 수조차 없다.

 

더 대박은 정해진 시간 외에는 닷새 동안 하루 종일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거나 접촉할 수도 없고 일절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고귀한 침묵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 그래서 넘 황당하기도 했고 닷새 뒤 또 어떤 끔찍한 프로그램이 대기하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더랬다. 물론 프로그램에 태극권, 걷기 명상, 요가도 있었고 자유롭게 온천이나 스파, 마사지와 산책도 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매일 피를 뽑고 검사를 하는 등 페이지를 넘길수록 왤케 찜찜하던지... 그리고 설마 했는데 고귀한 침묵이 공식적으로 끝나면 바로 단식을 하게 된다고 했을 땐 진심 깜놀했더랬다. 이게 돈지랄하고 얻은 휴가라고?

 

프랜시스는 두 번 이혼했고 폐경기 증세로 고생하는 중년 여자였는데 이곳에 오기전 인터넷 연애 사기를 당해 돈을 많이 잃었고 독자가 쓴 서평에 그녀를 비방하는 글을 올려 더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글을 그만 쓰고 새 직업을 찾아야 할지 스트레스가 심하다. 성형 중독으로 얼굴이 바뀔수록 자신감을 잃어 가는 제시카와 부자가 되기 전 원래대로 다시 제자리를 찾길 희망하는 벤, 이 부부는 다시 행복한 결혼생활 유지하고파 이곳을 찾았다. 정크푸드 중독과 식이장애가 있는 헤더, 아들과 오빠를 잃은 이 가족에게 필요한 건 평화와 고요, 식생활 개선이었다. 자신에게 매력을 느껴지지 않아 떠난 전 남편과 과체중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카멜, 좀 더 건강하고 날씬해질 수 있게 남은 시간을 더는 낭비하고 싶지 않은 토니 등 제각각의 사연들이 있었는데 몸 상태만큼이나 마음 상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드디어 고귀한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아홉 명이 공식적으로 모여 처음으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돌아가면서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게 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서히 마음의 벽을 허무는 동안 순식간에 판이 뒤바뀌며 생각지도 못한 반전 드라마가 펼쳐진다. '평온의 집'은 이들에게 어떤 변화와 긍정적인 효과를 선물해줄까? 응원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기운이 물씬 느껴졌는데 충격적이고 소름 끼치는 혼란스러운 상황 앞에서 이들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과연 마지막 순간엔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삶을 꿈꿨던 아홉 명의 선택의 기로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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