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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 갇힌 소년 ㅣ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로이스 로리 지음, 최지현 옮김 / F(에프) / 2019년 10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107/pimg_7645181292350713.jpg)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충격적인 결말!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캐티는 증손자들에게 지금껏 꺼내지 않았던 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자신이 어렸을 때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던 추억 속 한 페이지 중에서 뇌리에 박힌 침묵에 갇힌 소년의 이야기를 말이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캐티의 회상 속으로 빠져들며 그 소년이 누군인지, 왜 침묵에 갇혔는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결정적인 순간이 과연 뭔지 등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집중했더랬다.
열세 살이 된 캐티 대처는 의사인 아빠를 보고 자라면서 장래희망으로 의사가 되고 싶었고, 그 나이 때 또래보다 전쟁과 삶과 죽음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호기심 많은 소녀였다. 그러면서도 생일파티를 기대하는 보통의 어느 아이들처럼 순수했고, 친구들이 갖고 있는 것을 부러워하고 질투도 할 줄 아는 평범한 모습도 보였던 캐티. 부유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덕분에 티 없이 밝고 천진난만한 꼬마 아가씨였다.
8살 때 아빠를 따라 새로운 가정부를 데리러 간 스톨츠 농장에서 처음 마주친 제이콥 스톨츠. 집을 떠나는 둘째 누나 페기를 창문에 서서 작별인사를 하던 그 소년은 정신지체를 앓아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농장과 집안일을 도우고 있었다. 페기의 언니 넬은 캐티의 옆집 비숍 씨네 가정부로 일하고 있었다. 아빠 친구이자 캐티의 친구 오스카의 집이었다. 한 달 뒤 스카일러 제분소로 가는 길에 제이콥을 만나고 그가 낯가림이 심하고 부끄러움은 많지만 돌아가는 맷돌이나 친숙한 말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캐티네 집 마구간에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이콥을 종종 보게 된다. 사물의 소리를 잘 흉내 내고 자기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마이콥은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지만 캐티는 그가 반가워 마주칠 때마다 꼭 말을 건넸다. 그가 보지 않아도, 듣지 않는다고 해도 혼자서 친한 친구를 대하 듯 쫑알쫑알 꿋꿋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 마이콥이 늘 두꺼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는 이유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일 것 같다는 생각도 남달랐다.
자신과 달리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처지의 이들에게 따뜻하고 공평하게 대하는 남다른 배려심과 이해심이 돋보였던 착한 심성을 가진 캐티. 상대방이 누구든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하고 똑똑한 소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에서 죽은 소녀 메리 골드스타인 뉴스를 듣게 되고, 부모님이 새로 태어난 여동생 이름을 메리로 짓자 마이콥에게 선물 받은 고양이 이름을 골드스타인으로 짓는 센스까지 이뻐 보였다. 그리고 책 속에 여러 게임과 놀이가 등장하는데 특히 <호두까지 인형과 4개의 왕국> 미국 판타지 영화에도 나왔던 거미줄 게임을 생일파티나 크리스마스 때 친구들이나 식구들과 실제로 해보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잔잔하면서도 작은 울림이 있는 스토리에 술술 읽히지만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요 책. 때론 빈부격차에서 오는 차별과 대우를 보면서 불안하고 우울하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한 안타까운 상황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그의 결정과 대처 방법이 충격적이면서도 가슴을 아리고 먹먹하게 했더랬다. 결국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단번에 판단할 수 없는 비극적인 그날의 결정적인 사건을 곱씹으며 마냥 덮고만 싶고 감싸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침묵에 갇힌 소년처럼...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가족의 품을 떠나 또다시 혼자가 된 그날 이후로 살았는지 죽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더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 허무하면서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