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atshare (Hardcover)
Beth O'Leary / Flatiron Books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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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정식으로 출간되기 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나 본 영국 연애소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는데 독서하기 좋은 선선한 가을 잠들기 전 읽기 딱 좋은 책이었다. 달콤 쌉싸름한 연인들의 만남, 사랑, 믿음, 배신, 이별, 그리움, 질투, 후회, 복수 등 그 속에서 다양한 연애심리와 친구들과의 남다른 우정과 한 남자의 애틋한 가족애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로맨스소설이라 술술 읽혔더랬다. 거기에 처음부터 무슨 일이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았던 셰어하우스 룸메이트와의 아슬아슬한 관계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감질나지 않게 푹 빠져 읽기 좋은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라 맘에 들었다. 책 속 줄거리는 티피와 리언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교차되면서 전개된다.

 

여주인공 티피는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를 선택한 전 남자친구 저스틴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려고 마음먹는다. 친구 거티와 모와 함께 여러 군데 집을 둘러봤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액수론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들이라 실망을 하게 된다. 런던에서 그 돈으로 만족할만한 집을 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번에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싶어 한다. 티피는 결국 마지막 보류였던 광고를 보고 알게 된 아주 싼 금액으로 해결할 수 있는 리언 투메이의 셰어하우스를 선택한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했겠지만.

 

 

계약기간 6개월 동안 낯선 사람과 한집에서 생활하며 같은 침대를 사용해야 하지만 출퇴근 시간과 수면시간이 달라 집주인과 마주칠 일도 전혀 없고, 각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확실히 분류해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면서 사생활까지 보호가 되는 하우스메이트가 된다. 집주인과 동거인이 이성이라는 점, 리언의 여자친구 케이가 임대인 역할을 대신한다는 조건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저스틴에게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티피와 교도소에 있는 동생 리치의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하기 위해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리언은 최적의 파트너였던 셈이다.

 

 

집주인 리언은 호스피스 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남자 간호사였고, 티피는 버터핑거스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둘은 얼굴도 모르지만 쪽지와 음식을 교환하며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티피는 리언의 동생 리치와 통화를 하게 되고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저자 중 한 명인 캐서린의 부탁으로 코바늘뜨기 수업이 진행되는 공짜 유람선을 타게 되는데 그곳에서 우연히 저스틴과 눈을 마주치게 되고 깜짝 놀란다. 실연의 아픔으로 힘들었기에 그를 다시 만나서 내심 반가웠고, 그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헤어지고 나면 늘 그랬듯이..  

 

저스틴 때문에 하루하루가 혼란스럽고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보단 밝고 씩씩하게 버티기 위해 노력했던 티피. 먼저 연락하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했기에 대박 칭찬해주고 싶다. 또 그녀는 곤경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다른 사람이 부탁하면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심성을 가져 그 예쁘고 순순한 마음이 다칠까 봐 옆에서 지켜주고 싶게 보호본능을 자극했더랬다. 게다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센스 있게 해결하는 모습까지 멋져 보였고,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유쾌함을 선물하는 매력적인 여자였다. 꼭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사랑 앞에서는 더더욱.

 

 

그의 얘기만 꺼내도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 친구 거티와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모, 저스틴을 머리에서 밀어낼수록 가슴은 그를 더 원하고 그립기만 한 티피. 그럼 솔직하게 표현하고 빨리 잡던가! 날 버린 남자를 용서 못하겠다면서 맘 약해지게 또 왜 이러니? 쿨하게 미련을 버리시오. 티피는 저스틴에게 이미 길들여져 있었다. 그가 없인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그런데 몇 개월 동안 연락이 없던 그를 다른 출판기념회 행사에서 또 보게 된다. 잊을만하면 자꾸만 티피 앞에 나타나는 저스틴의 본심은 뭘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왠지 나쁜남자 기운을 폴폴 풍겼고, 불순한 느낌이 팍팍 들었기에 거리를 두라고 하고 싶었다. 저스틴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티피. 그녀에겐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아직까지 심리적 학대를 가한 저스틴과의 가스라이팅 연애를 깨닫지 못한다. 으.. 소름 끼친다요.

 

 

리언은 셰어하우스를 임대한 덕분에 주말엔 케이와 함께 지냈는데 바쁜 병원 일과 동생 면회에 환자 프라이머 씨의 인생 애인이었던 조니 화이트를 찾아주고파 점점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일부러 그런 건 절대 아니지만 부족한 시간과 피곤한 상태에서도 나름 노력한다고 했는데 케이는 엄청 섭섭해했고, 하지 말아야 될 말을 뱉고 만다. 결국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 이로써 집주인과 동거인은 둘 다 솔로가 됐었으니 안타깝도다. 다행히 둘은 사랑을 잃어지만 서로에게 친구 이상으로 편하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딱 마주친 두 사람은 보자마자 서로에게 이끌린 듯 홀딱 빠지고 만다. 크! 두근두근~ 이 장면 넘 대박 웃겼음.
 

 

티피에겐 환승이별에 대한 극복을 오로지 혼자서 감당하긴 벅찼다는 것과, 저스틴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던 뚜렷한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받은 상처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변호사 거티와 심리상담사 모와 회사 동료 레이철이 있어 다행이었다. 다만,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지도 감정에 솔직하지도 못한 체 갈팡질팡 흔들리고 여기저기 이끌려 다니는 모습은 솔직히 넘 답답했다. 물론 서투른 사랑 앞에 순수하고 착해서 그랬겠지만 맺고 끊기를 확실하게 못하는 우유부단한 모습과 상대방이 오해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건 어쨌든 옳은 방법은 아닐 테니 말이다. 누구처럼 내가 갖긴 싫은데 남 주기 싫은 고약한 심보는 정말 끔찍하고 질색이니까. 진짜 서로에게 이득 없는 시간낭비, 감정소모를 왜 할까나. 상대방이 내꺼라는 착각과 아쉬워서 잡고 싶은 맘 또는 간절히 원하지만 용기가 안 나서겠지.. 사랑 앞엔 모두가 눈이 멀고 겁쟁이가 되니까 말이다.

 

티피가 친구들과 나눈 아주 솔직하면서도 진솔했던 공감 수다에 점점 빠져들며, 티피와 리언의 쪽지 대화와 둘의 썸 타는 분위기에 홀릭해 은근 설렜다. 그리고 주인공들과 얽히고설켜 더 많은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이어졌기에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 영미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나와 내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점과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라 더 와닿았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그 덕분에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던 티피, 그리고 그녀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하며 소극적인 자세에서 조금씩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으로 바뀐 리언. 서로의 문제점과 고민들을 상의하며 현명하게 잘 풀어내서 안심이 되었다. 이 모든 게 셰어하우스가 주는 선물이었을까? 내가 예상한 게 1도 틀리지 않아 더 기분 좋게 책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야밤에 잠자던 연애세포를 마구마구 뒤흔들어 괜스레 룸메이트를 구해보고 싶기도 했고,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편을 감상한 것 같아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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