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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스 서점 - 틸리와 책여행자들 ㅣ 페이지스 서점 1
애나 제임스 지음, 조현진 옮김 / 위니더북 / 2019년 10월
평점 :
책이 주는 마법과 상상에 관한 이야기! 만약 내가 좋아하는 책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들을 직접 만나고, 그곳을 발도장 찍으며 여행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어릴 때는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한 번씩 상상하며 꿈꿨던 일이라 생각만 해도 넘 설렜던 요 책. 오랜만에 동심을 자극하는 판타지 소설책이라 냉큼 펼쳐 보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운영하는 페이지스 서점과 연결된 집에서 생활하는 11살 어린 틸리는 일주일간의 방학을 맞았다. 누군지도 모를 아빠의 죽음과 어렸을 때 갑자기 사라졌다는 엄마, 부모님의 얼굴도 모른 체 고아가 됐지만 조부모님의 아낌없는 보살핌을 받으며 밝고 씩씩하게 자란 틸리. 하지만 한 번씩 외롭고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그립다. 그 상황이 안쓰러워 잘 버티고 있다고 토닥토닥과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던 틸리.
지금껏 런던을 벗어나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틸리는 호기심도 많고, 서점을 놀이터 삼아 독서하길 좋아해서 상상력이 풍부했다. 그래서 책 안에서만큼은 모험과 탐험을 즐기며 여행 전문가 못지않았다. 책을 읽다 할머니가 처음 보는 낯선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걸 보게 된 틸리,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 때문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우연히 엄마의 책 상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계기가 됐는지 그 후 빨간머리 앤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서점에 짠하고 나타난다. 그녀들은 틸리 눈에만 보이고 대화가 가능했는데 그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으로 그들이 사는 책 속으로 같이 들어가 상상 속에서 떠올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진심 부럽도다! 그런데 책 속으로 들어가면 도서관 소동으로 할아버지를 찾아왔던 초크씨가 미행하듯 자꾸만 나타난다. 왠지 기분 나쁘고 소름 끼치는 이 남자의 정체는 뭘까?
그리고 카페를 운영하는 릴리 아주머니가 엄마의 옛날 사진을 건넨다. 그녀는 같은 학교 친구 오스카의 엄마였고, 틸리 엄마와 친구 사이였다. 틸리는 오스카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솔직하게 말하지만 허구의 인물이라며 도무지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하다. 그러다 다시 서점에 나타난 빨간머리 앤과 함께 오스카와 틸리는 책 속을 여행하게 된다.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오스카의 경험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고, 이 둘이 책여행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오스카와 틸리를 국립 지하도서관에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전 세계의 다른 책여행자들이 있다는 사실과 마법 같은 자신들의 특별한 재능을 알게 된 둘은 신규 책여행자로 등록하게 된다. 거기서 책여행을 제어하는 방법과 중요한 수칙을 두루 익히며 안전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몇 번의 연습 후 엄마가 가장 좋아했던 소공녀 책을 펼쳐든 틸리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책 여행은 특수하고 밀접한 관계가 있던 책으로 첫 책여행을 하게 되며, 항상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여행을 할 때 항상 책을 지녀야 하며, 혼자서 여행하면 등장인물은 기억을 못한다는 사실도 재밌었고, 책 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것과 등장인물을 책 밖의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는 건 오히려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설정도 신선했다. 무엇보다 책여행을 하기 위해선 목적을 갖고 있어야 하며,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추면 책 속에 영영 갇히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기도 했다. 틸리도 몇 번 큰일 날뻔한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책이 주는 선물의 민낯을 알게 되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안전한 책이라고 해도 설레는 동시에 겁나서 멈칫할 것 같다.
그럼에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가 책여행을 하게 되면 과연 어떤 책이 될지 호기심을 자극했고, 왠지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곧장 달려가고 싶게 유혹했던 요 책. 소소한 일상 속 신나는 일탈을 꿈꾸며 이야기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하고 색다른 책여행이 마냥 하고 싶어진 힐링 시간이었다. 틸리의 아빠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용기 있게 모험을 나선 틸리는 과연 엄마를 만날 수 있었을까? 책여행을 하다 책 밖으로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리고 의문의 초크씨는 누구였을까? 궁금하신 분은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치며 아이와 성인 함께 읽기 좋은 책이라 더 좋은 것 같다. 난 빨리 조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