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스터 렌 - 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김경숙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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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사의 낭만적 모험! 소심쟁이에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성격이 못 되는 우리의 미스터 렌. 딱 부러지게 의사전달을 하지도 못하고 집에 들어가도 반겨주는 이가 없어 외롭고 지루한 일상을 달래줄 뭔가가 필요하다. 딱히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도 몇 안되고, 지금껏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 해본 모태솔로로 퇴근 후 혼자서 영화를 감상하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길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와중에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오직 여행 계획에 몰두하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기념품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여행을 떠날 날만 고대하며 열심히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중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낭만적이고 멋진 일탈과 모험을 꿈꾸면서. 하지만 꽃길을 걷기도 전에 직속상관 길포글 때문에 매일 스트레스받으며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실직에 대한 두려움과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미스터 렌의 소망이 실현될 반가운 편지가 도착하고, 아버지가 물려준 땅이 팔려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이제 여행만 다니면서 살아도 된다고 완전 신나서 들뜬 렌은 유럽 여행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8년 동안 일한 직장에 당당하게 사표를 낸다. 우연히 구인광고를 보게 되고 여행비를 아끼기 위해 인력센터에 들러 소 돌보는 일을 할 수 있는 가축 운반선 일자리를 구한 미스터 렌은 그렇게 첫 여행지가 정해지고 뉴욕을 떠나 설레는 모험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같은 이유로 배를 탄 모튼을 알게 되고, 서로의 속마음을 하나씩 털어놓으며 진정한 친구가 된다. 일과 배 안에서의 생활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고 고됐지만 씩씩하게 아주 잘 버틴 미스터 렌, 하지만 그를 무시하며 괴롭히고 못살게 군 폭력배 패거리 중 한 명과 시비가 걸린다. 그렇게 치고받고 싸움이 벌어지고 렌은 짜릿한 승리를 맛본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의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그리고 안전하게 영국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외국 땅을 밟게 된 미스터 렌. 그는 모튼과 함께 여행하길 원했으나 민폐를 끼칠 수 없다고 그의 제안을 거절한 모튼은 각자의 길을 가길 희망하며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여행을 마친 후 뉴욕에서 다시 만나자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모튼이 생각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미스터 렌. 
 

다시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 위해 선원 일자리를 구하지만 맘처럼 풀리지 않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한 미스터 렌은 어쩔 수 없이 그곳에 숙소를 잡고 머물게 된다. 식사를 하러 코코아 하우스에서 만난 여종업원과 저녁 데이트 약속을 받았지만 바람맞은 그는 빨리 여자 친구를 사귀기로 마음먹는다. 캐터몰 부인의 티 하우스에서 빨간머리 여자 이스트라 내시를 처음 보게 되고 그녀가 렌 옆방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은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가 점점 친해지게 되고 화가인 이스트라랑 여러 경험을 하게 된다. 투덜투덜 사사건건 불만도 너무 많고 자기 멋대로지만 같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모튼처럼 편지만 남기고 홀연히 떠난 첫사랑 이스트라.
 

낯선 나라의 이방인으로 혼자가 된 미스터 렌은 뉴욕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지고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돌아가면 책도 읽고 영화관도 가고 많은 친구들도 꼭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다시 돌아오니 오래된 마을의 모든 게 근사하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마주한 미스터 렌, 한겨울 갯바위에 낚시 가서 오들오들 떨다가 따뜻한 온기가 포근하게 온몸을 감싸주는 집으로 돌아온 느낌처럼 무슨 의미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인 한 달 보름 동안 여행을 하면서 처음 계획과는 많이 달랐지만 그동안 맛보지 못한 다양하고 색다른 경험을 만끽했으며, 생각의 가치와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그만큼 여행이 주는 선물은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로  얻는 게 참 많은 것 같다.

 

그로 인해 또 다른 인생 목표가 생겼고 예전보다 더 성장한 미스터 렌. 우리의 하루하루 일상과 삶이 모험이듯 그의 좌충우돌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친구를 사귀면서 하숙집을 옮기게 된 미스터 렌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두 번째 사랑 넬리에게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긴다. 다시 시작된 뉴욕 생활은 또 얼마나 흥미진진하던지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의 모험은 유쾌했으며 아슬아슬하고 달달한 로맨스까지 일반인들의 일상생활과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고민하는 부분들이 적절히 뒤섞여 더 공감이 됐으며,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와 어디든 훌쩍 여행 가고 싶게 자극했던 요 책. 자극적이거나 특별한 요소는 딱히 없지만 찌질하고 줏대 없는 노총각이라 가끔 황당하고 답답하기도 했는데 용기있게 결국 원하는 걸 이루고 다 가지게 된 미스터 렌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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