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9
이경희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성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담은 사이버펑크 액션 스릴러! 불의의 사고로 수술대 위에서 온 몸이 기계가 된 채 눈을 뜬 재벌그룹 트라이플래닛 회장 석진환. 충격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고였는지는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누가 보냈는지도 모를 불청객이 나타나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그들을 피해 한순간에 도망자 신세가 된 진환은 때마침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이현석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진환을 포기할 생각이 1도 없었으니 긴장하시라.

 

도대체 그들이 왜 진환을 타깃으로 삼아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뒤를 쫓는지, 왜 자신이 기계가 된 몸으로 깨어나 도망을 쳐야 되는지 이유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목숨을 건 이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진짜 사람인지 기계 인간인지 나도 헷갈리는 아리송한 상황에서 슬퍼할 새도 없이 진환 본인은 오죽 답답하고 기가 찼을까. 게다가 사고의 원흉인 친족회의 차명지분이 담긴 태블릿을 비밀 금고에 숨겨둔 진환이 그것을 되찾기 위해 몰래 숨어서 들어간 집에선 생각지도 못한 복제인간이 진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

 

그렇게 얼굴을 대면한 둘은 서로가 진짜 진환이라고 생각하고 우기지만 어떻게 증명을 해야 될지 난감하기만 하다. 한 명은 온전한 바디로 진환의 원래 모습이지만 태블릿을 숨겨둔 위치는 모르고 있고, 한 명은 컨티넘 기계 인간의 모습이지만 그 비밀을 다 알고 있다면 누가 진짜 석진환 회장일까? 그런데 방심은 금물! 아이러니하게도 복제된 데이터로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메모리 진환까지 등장해 지도 지가 진짜라고 우기니 우짜스까잉. 더 복잡하고 미묘해진 진환의 정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될지 대략난감. 그리고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과의 한판 승부로 섣불리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기상천외한 대반전의 연속.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닐 터, 순진하게 쉽게 흔들리고 아무나 믿지 마시길! 상상을 초월하는 스토리에 분명 후회하게 될 테니.

 

그리고 진환이 갖고 있던 태블릿과 인공장기 기술을 가진 트라이플래닛 회장 자리를 노리는 배다른 이복동생 미진의 대한 두려움. 사랑했지만 다른 여자를 선택해 결혼하진 못했어도 진환의 상태를 가장 잘 이해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든든한 지원군으로 남다른 의리와 신박한 로맨스를 그린 여울의 등장. 생체 인증, 스마트팜, 배양수조, 자율주행, 원격조정,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뉴럴링크, 블록체인 가상화폐, 사이보그 등 독특하고 신선한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 먹을 필요도 없고, 잠을 잘 필요도 없이 배터리를 충전하면 어마어마한 힘과 능력을 갖는 기계 진환의 고군분투와 복제된 진환들, 경영권 다툼, 사랑, 믿음, 욕심, 의심, 복수, 배신, 죽음, 생명 등을 포괄적으로 다룬 스토리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탐났던 비상시 대체 인격과 백업용 몸도 너무 신기했고, 죽음 앞에서 영원불멸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이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 내심 들떴던 시간.

 

 

치밀하게 채워진 암투와 반전, 첨단과학과 철학적 요소가 곳곳에 배치된 흥미로운 결합! ​평소 관심 밖이었던 ​​과학 기술이나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있다고 해서 많이 ​어렵고 난해하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을 한방에 잠재우고 거침없이 술술 읽히니 완전 취향저격이었다. 초반 레이스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치게 하는 동시에 페이지를 넘길수록 쏟아진 의문투성이던 상황 정황들로 인해 궁금증을 한껏 유발하니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 더 흥미진진했더랬다. 기대 이상으로 완전 스릴 넘치면서 예측 불가능한 짜릿한 두뇌게임에 동참하고자 정신없이 몰입하며 집중하기 바빴으니까 말이다. 곳곳에 헷갈리는 교묘한 트릭과 함정이 숨겨져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도 전에 일단 먼저 꼽힌 컨티넘 기계 진환을 주시하며 자기동일성과 각자의 생존 전략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했더랬다. 안타깝고 비극적이지만 그럼에도 순간 부러웠다가 곧장 내 현실에 만족하기로~

 

기왕 벌어진 일,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꼭 필요한 존재였기에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해서 세 명의 주인공이 힘을 모아 하나가 되면 천하무적으로 감히 그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하겠다는 깜찍한 생각을 하다 정신이 번쩍! 언제 누구 하나가 순간 악한 맘을 먹으면 진짜 게임 끝. 생각만 해도 심장 쫄깃하고 아찔한 어마 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진짜 안 봤으면 어쩔 뻔, 내가 책 읽는 스타일이 폭주족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었고 요근래 읽은 소설책 중에서 진심 대박 꿀잼이었다. 특히 부산에 사는 작가분이 쓴 책이라 더 반가웠으며 창의력과 상상력이 너무 대단해서 내 추리력이 빛을 발하지 못했으니 존경심을 표하며 원작소설이 되어 대한민국 SF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은 요 책 읽어보시길 강력추천한다. 난 빨리 그래비티북스의 다른 SF 시리즈와 새로운 GF 시리즈를 하나씩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