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킬 - 이재량 장편소설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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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이렇게 무섭고 심장 쫄깃한 소설책이었는지 난 진심 몰랐다요! 더는 같이 못 살겠다는 아내의 이혼 통보로 아들 배식이 일곱 살 되던 해에 광남 씨 부부는 각자의 의견과 삶을 존중해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게 된다. 내막을 알고 나니 나 같으면 하루도 못 버틸 것 같은데 그런 광남 씨에게 그럴만한 가정환경과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공동체 생활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청결에 집착하던 아버지 영향으로 강박증 증세가 심해졌고, 트라우마까지 생겨 사회생활이 쉽지 않았다는 사실. 이혼 후, 마지막으로 아내의 조언에 따라 결혼생활 중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병원에 들려 강박신경증 진단을 받는다. 깔끔 떠는 게 어때서? 마음의 병? 내가 정신병자야? 치료는 무슨 돌팔이 의사 같으니라고! 어리석게도 본인만 심각한 증상을 인지하지 못 할 뿐.


더럽고 피해만 주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자연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자 시골 생활을 선택한 광남 씨는 제천 금수산 자락 오두막에 거처를 마련한다. 인적이 드문 산골, 별 탈 없이 혼자 속 편하게 생활한지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평온하기만 했던 어느 날, 별안간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옆집 이층집에 건축가 노상용과 살림 연구가 서영실이 유일한 이웃으로 이사를 오면서 그의 멘탈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사를 오기 전에는 공사 소리에, 이사를 온 후는 이웃 소음에 시달리던 광남 씨는 그동안 신세를 많이 졌다며 노상용 부부에게 저녁 초대를 받게 된다. 그 집 앞에서 처음 반긴 더럽고 냄새나는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를 보고 광남 씨는 식겁한다. 청결에 목숨 걸고 남들에게 피해주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광남 씨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려움과 불길함은 예상을 비껴가지 않고 그날부터 모든 게 꼬이고 뒤틀리고 말았으니 확실히 타인은 지옥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안 그래도 결벽증이 심한 광남 씨 눈앞에 느닷없이 등장한 바퀴벌레 한 마리! 우짜스까잉, 이놈을 찾아내 때려잡는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한 마리가 보이면 백 마리가 숨어 있는 것, 그렇게 시작된 바퀴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 바퀴벌레를 박멸하기 위해 우연히 전단지를 보고 알게 된 수상쩍은 해중 구제 전문기업 (주)올 킬에 의뢰를 한다. 광남 씨가 살기 위해선 하루빨리 이놈을 없애야 했으니 금액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올 킬이 박멸 못 하는 생물은 이 지구상에 없다고 호언장담 한 안희수 대리가 그의 집에 찾아온다. 집을 둘러보고 속전속결 빠르게 작업한 후, 몇 번이고 완전 박멸할 때까지 끝까지 책임진다며 광남 씨를 안심시키고선 쿨하게 퇴장한다. 너무 자신만만해서 의심스러운 이 여자, 과연 믿어도 될까? 일단 간만에 꿀잠 드는 광남 씨.


하지만 잠시 눈앞에 안 보인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 언제든 기회를 포착해 제멋대로 기습 방문을 하니 긴장하시라. 생명력 하난 정말 끝내주는 이 지긋지긋하고 소름 끼치는 바퀴벌레가 그렇게 쉽게 사라지면 얼마나 속 편할까마는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안희수 대리를 다시 소환해 박멸 작업을 해도 그때 뿐, 숨바꼭질하는 바퀴벌레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입맛도 없고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는 광남 씨는 악몽에 시달리다 정신줄 놓기 직전에 추가 금액을 지급하고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는 올 킬의 마지막 히든카드 VIP 끝장 서비스를 신청한다. 그런데 웬걸? 하루아침에 진짜로 다 사라졌다. 바퀴벌레도 옆집 사람도 음식물 쓰레기도 모두!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알 순 없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천만다행.


바퀴벌레를 너무 리얼하게 묘사해서 상상이 되니 책을 읽는 동안 온몸이 자꾸 가려운 것 같아 광남 씨와 같이 박자 맞춰 벅벅 긁어댔고, 왠지 불청객이 짠하고 나타날 것 같아 방안을 연신 두리번대기 바빴으며, 무슨 소리라도 날까 싶어 귀를 쫑긋하며 신경을 곤두세웠기에 어찌나 속 시원하고 통쾌하던지. 진작에 이 서비스를 알려줬어야지! 진짜 노이로제 걸리고 화병 생길 만큼 보는 내가 다 불안하고 소름 끼쳐서 어휴. 그런데 행복도 잠시 또다시 등장한 새 이웃과 그를 괴롭히는 존재가 약속이나 한 듯 연이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안 미치는 게 이상할 정도로 그저 순결하게 살고픈 광남 씨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한순간에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검은 세균 악당과의 사생결단! 도망칠 수도 물러설 수도 없으니 미칠 노릇이지만 결정은 당신 몫, 하지만 그 선택에 후회도 원망도 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명심해야 할 터. 그 이름 하나 거창한 원 샷 올 킬 되시겠다.


그리고 깜짝 놀랐던 건 양 씨에게 배달된 돼지죽, 얼마 전에 읽은 <카니발> 소설책 내용이 순간 생각나서 설마 했는데 이럴 수가! 게다가 VIP 끝장 서비스의 민낯을 알고 나니 공포소설과 스릴러소설을 읽은 것처럼 긴장감 100배였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몰입도 최상이었던 <올 킬>. 진짜 막장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끝판 대장이었고,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본 듯 등골이 오싹해서 식은땀이 줄줄. 생각만 해도 징그럽고 토 나오는 바퀴벌레 한 마리 때문에 어이없다가 황당했다가 어마 무시하게 무섭고 끔찍한 결말에 말문이 턱 막히더라는. 광남 씨에게 주어진 미션과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나 자신도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술술 읽히지만 단언컨대 상상 그 이상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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