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아티스트
조너선 무어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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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SF 메디컬 센터에서 독성학 연구소를 운영하며 통증의 화학적 효과를 연구 중이던 케일럽은 화가 난 여자친구 브리짓과 싸우고 집을 나선 후 팰리스 호텔 <피리 부는 사나이> 바에서 술을 마신다. 그러다 검은색의 새틴 드레스 입고 어두운 꽃향기를 풍기는 낯선 여자와 순간 마주치게 된다. 술을 마신 후 호텔 방으로 향하던 그는 발렛 부스 근처에 서 있는 그녀를 보게 되고, 본인의 방으로 올라가 잠시 눈을 붙이다 잠에서 깬다. 정신이 말짱해진 케일럽은 다시 외출해 길 건너 붐비지 않는 <실즈 하우스> 바를 찾게 된다. 그가 앉은 옆자리에서 먼저 압생트를 마시고 있던 의문의 그 여자를 또 한번 더 만나게 되고, 그렇게 둘은 자연스레 같이 술잔을 기울이다 서로의 이름도 모른 체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한순간에 케일럽을 홀려버리고 홀연히 떠난 안개 같은 여자, 그녀의 정체가 뭘까?

 

다음 날, 또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바를 찾은 그는 경찰 두 명을 만나게 되는데 어제 바에 있던 한 남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케일럽은 5분가량 만난 그 여자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입을 꾹 다문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나 그곳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아무도 그녀를 보지도 기억조차 못 하는 상황, 고로 케일럽만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브리짓과 틀어진 관계를 회복할 겨를도 없이 그날부터 한시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그 여자가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어진 케일럽. 그녀를 찾기 위해 초상화를 그려 그녀가 갈만한 바를 순회하며 연락을 기다린다는 메모를 남긴다. 애인이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관계나 감정을 정리하지 않은 채 그녀가 얼마나 좋았으면 5분 정도 만난 여자를 그렇게 애타게 찾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납득은 되지만 본인 잘못으로 싸워 놓고 사과는커녕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나쁜 놈을 보았나.

 

한편, 케일럽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헨리 뉴컴 박사의 부탁으로 시체 검시를 도와주게 되는데 경찰이 말한 실즈 하우스에서 마주친 그 남자 시체를 마주하게 된다. 사망 원인은 독성 약물 중독으로 죽기 전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며 죽었으며, 연이어 발견되는 시체들도 모두 같은 약물 중독과 끔찍한 고문으로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쇄살인임이 명백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물증도 없는 상황이라 다들 애가 탄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에멀린이었고, 두 가지 약속을 서로 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한 전단지 속 이름들과 가정환경의 중요성...

 

충격적인 반전이 너무 기묘하다 못해 넘 강렬해서 뇌리에 박힌 요 책! 한동안 바빠서 못 읽었던 스릴러 소설책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진짜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모르겠다. 일단 책 소개 글귀 중 먼저 눈에 띈 독성학 박사, 여자, 술 3가지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해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냉큼 읽어버렸다. 그럼에도 뭐라고 써야 될지 머릿속이 멍해져 책 리뷰를 바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 웃픈 상황. 입은 근질근질 거리지만 딱 한 마디만 잘못 발설해도 책 전체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어떻게 정리를 하고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을 해야 될지 도저히 감도 오질 않아서 망설여졌다. 하지만 쓰다 보니 줄 수 있는 힌트는 다 줬다는.

 

이젠 놀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주는 나이라 피곤에 쩔었으면서도 밤만 되면 술을 마시고, 뒷날 걱정은 하면서도 늦은 새벽까지 잘도 달리는 케일럽의 체력이 부러웠다가 정신이 번쩍! 순간순간 뭐지? 마지막까지 응? 뱉고 싶던 딱 한 마디가 막히니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을 덮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과연 내가 생각하고 해석한 게 맞는 건지. 신비스럽고 미스터리한 등장인물과 살인 사건의 연결고리가 얽히고설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면서도,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고파 머릿속은 정신없이 의문을 품은 채 한 사람에게 끝까지 이목을 집중하게끔 만들었으니. 그럼에도 꿈인지 환상인지 현실인지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아니, 왜 끝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믿으려 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왠지 이상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술로 진전된 관계, 계속 뭔가 숨기 듯 드러내지 않고 찝찝하게 겉도는 느낌, 아리송한 그림의 비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았던 통증 논문까지 한번 갖게 된 의심은 꼬리를 무는 법이니 그래서 페이지를 앞뒤로 넘기기 바빴더랬다. 그러다 점점 수면으로 떠오른 소름 끼치고 잔인한 실체의 민낯, 그러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집착과 광기에 입이 떡 벌어져 멘탈이 흔들리고 말았다. 특히 끔찍하다 못해 엽기적인 방법으로 고문하는 장면에선 진짜 며칠 전 읽고 바로 꼽혀버린 한니발과 진심으로 맞짱 뜨게 해주고팠다는. 초록요정, 악마의 술로 불린다는 압생트와 각설탕의 조합! 술꾼들이 어떤 맛과 매력에 중독되는지 넘 궁금해서 맛보고 싶지만 당분간 술은 자제해야겠다. 뉴스만 봐도 무서운 세상, 겁도 없이 혼자 미쳐서 정신줄 놓기 전에. 책을 보는 내내 술이 땡기지만 결국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금주를 하게 만드는 요 책!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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