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스릴러 마니아라면 믿고 보는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시리즈와 연관된 첫 번째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책과 영화로 많이 알려졌기에 모르는 분이 없을 것 같다. 특히 남성분이라면 더! 겁 많은 나도 어릴 때 오빠들이랑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데 너무 충격적이고 무서워서 끝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 결말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잊고 있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장면들로 인해서 자연스레 내 머릿속에 지우개 있는 것처럼 싹둑 잘라낸 듯하다. 책을 기다리다 궁금증에 못 이겨 검색만 해도 곧장 알 수 있는 내용들을 그마저도 꾹 참았으니 꽤 소름 끼치고 설렜었나 보다. 사실, 꿀잠 자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고 행복인데 괜히 미리부터 악몽에 시달리긴 싫었다고 솔직히 고백해본다.

 

아무튼 세월이 흘러 겁쟁이인 날 또 한번 유혹한 요 책! 이번에 아주 특별하게 출간 3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신간도서로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맘에 보자마자 냉큼 찜했더랬다. 과연, 마지막 페이지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심호흡 후, 겁 없이 책장을 넘겼다가 이젠 나이만큼 강심장이 됐는지 혼자서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더랬다. 일반 소설책보다 분량이 조금 더 많은 편이지만 몰입도가 높아서인지 그만큼 더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진심 꿀잼이었고, 평소 원작 소설이 있다면 영화보단 책으로 먼저 보는 걸 더 좋아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굿 초이스였다.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연쇄 살인을 다루는 FBI 내 행동과학부 특수요원 잭 크로포드 부장은 5명의 여자를 살해하고 부분적으로 살가죽을 벗기고 강에 내다 버린 연쇄 살인범 버팔로 빌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목격자나 단서가 일절 발견되지 않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또 한 번의 살인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시신의 입안에서 검은마녀나방이 발견된다. 연수생 신분인 클라리스 스탈링을 눈여겨본 그는 그녀에게 숙련된 임상 심리학자이자 엽기적인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 박사를 수감소로 가서 직접 만나보라고 지시한다. 아홉 명을 살해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고도 죄의식 1도 없는 식인종 괴물!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는 렉터 박사가 그녀에겐 입을 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니발 렉터 박사와 스탈링이 안면을 트게 되고, 상대방과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며 진실 혹은 거짓 사이를 밀당하듯 기막힌 두뇌게임이 시작된다. 버팔로 빌의 범행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상원의원 외동딸이 납치되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니발이 준 선물 덕분에 클라우스 머리를 발견하고 목안에 있던 곤충을 발견하게 된 스탈링. 한니발은 그녀에게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몇 가지 더 제시하고 점점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한니발 렉터 박사의 사람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심리를 건드려 이용하는 능력은 가히 탁월해서 신기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힌트인지 트릭인지 알 수 없는 검은 속사임을 내뱉는 렉터 박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아주 똑똑하게 잘 활용하는 스탈링의 활약이 참 흥미진진했다. 왜 책 제목이 양들의 침묵인지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사람을 살인하고 인육을 먹거나 가죽을 벗기는 살인자들,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이 있었다. 버팔로 빌보다 한니발 렉터 박사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완벽한 악마였으니. 페이지를 넘길수록 조각났던 영화 속 장면들을 새록새록 상기시키며,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하니 오랜만에 심장 쫄깃해져 서늘이 간담했다. 순간 방심하다 한니발 렉터 박사의 완벽하다 못해 허를 찌르는 탈출 방법과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범인과 스탈링을 맞닥뜨릴 땐 정말 놀랬다. 그 긴장감에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급 전개되는 스토리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하루 만에 뚝딱 읽어버렸다. 흘러간 시간 동안 기억력이 나빠진 것에 감사할 정도로 천재들의 활약을 마냥 넋 놓고 집중할 수 있어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의문투성이인 한니발과 스탈링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닐 터, 다시 만나게 되면 또 어떤 기막힌 숨바꼭질이 시작될까?
 

시리즈 마지막 책인 <한니발 라이징>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책을 봐서 더 기대가 된다. 어떻게 내 심장을 더 쿵쾅쿵쾅 뛰게 하고 깜짝 놀래켜줄지 빨리 만나보고 싶다. 스릴러소설 &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영화를 봤어도 꼭 책으로도 만나보시길 추천한다. 왜? 또 봐도 정말 재밌고 소장하고 싶어질 테니까! 나처럼 너무 예전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분과 내용을 전혀 모르는 분들은 더 호기심을 유발해 책을 곧장 펼쳐보고 싶게 유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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