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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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술계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낸 본격 예술 스릴러! ​소호의 이름난 미술품 컬렉터 어맨다 올리버가 총에 맞고, 24시간이 지난 후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녀의 남편 필립은 "제가 아내를 죽였어요."라며 경찰에게 자백하지만 곧장 풀려나게 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사를 외우 듯 연신 고백을 해도 울프심 증후군이라는 뇌질환에 시달리는 그의 말은 관연 진실일까? 의구심만 자아낸다. 예술계 거물인 그는 겉으로 보기에도 멀쩡해 보이지 않는 정신 상태에 그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가는 증상을 보이니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 부부의 친구였던 미술품 딜러 잭슨과 필립의 변호사 번스타인에게 정보제공을 위해 고용된 전직 형사였던 사립탐정 호건이 이 사건을 파헤치지 위해 연막작전을 펼치고, 하나씩 추적하는 과정에서 예술계의 치부가 은밀하고도 발칙하게 드러나며 생각지 못한 그들만의 세상 속으로 이끌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술과 죄악의 경계가 어디인가?' 한 끗 차이인 범죄적 예술 앞에 선뜻 답을 내리지 못 할 만큼.

 

미술계에서 '소호의 부부'로 떠받들며 누구나 친해지고 싶어 하는 유명인사가 되어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이들 부부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얼굴이 날아간 상태로 발견된 그녀는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녀에게 총을 쏜 진짜 진범은 과연 누굴까? 거기에 남부러울 것 없던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들의 화려한 삶처럼 마냥 축복받으며 행복하기만 했을지 그 내면을 들여다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등장인물들과의 연결고리 속에서 거듭되는 충격적인 반전 스토리에 허를 찔린다.

 

필립은 외도와 불륜을 저지르다 전부인 앤젤라가 딸 멜리사를 낳은 지 1년 만에 어맨다와 결혼했다. 그의 잘못된 행실은 어맨다가 암과 싸우는 결혼생활 중에도 반복됐으며 그녀가 차도를 보이자 신인 화가 클리우디아 실바에게 첫눈에 빠져 바람을 피우다 어느 날 공식 석상에 그녀를 데리고 나타난다. 부부간의 불화를 자초했지만 죄의식 1도 없이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쾌락과 욕정을 자유분방하게 즐긴 남자,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는 듯 그는 현재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을 찾아 늘 그래왔던 대로 정신없이 빠져들고 만다.

 

결국 '소호의 거리'에서 낯부끄럽게 대놓고 쇼윈도 부부가 됐으니 어맨다의 자존심과 위신은 땅으로 뚝 떨어졌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소호에서 불륜을 특별하게 눈에 띄는 일이 아니라고 잭슨을 포함해 그 세상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그나마 소호와 연관성이 없던 잭슨의 친구 호건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느껴져 불행 중 천만다행이다 싶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 였다는 사실. 걍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다며 시원하게 확답을 해주니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쭉 빠져 쪼글쪼글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하룻밤의 불장난을 즐기며 서로를 이용하고 버리는 쿨한 사이. 내 세상에서는 죽어도 용서가 안 될 일들이라 놀랍고도 놀랍다.

 

그리고 등장한 또 한 사람, 미술계 모든 일을 기록하고 영상을 촬영하는 폴 모스는 여러 가지로 올리버 부부와 연관되어 있는 인물이다. 어맨다의 남자친구이자 마이너한 취향을 갖고 있던 그는 필립의 딸 멜리사에게도 접근을 한다. 차츰 드러나는 그의 정체는 너무 불순했으며 예술 앞에 거짓된 양심을 팔고 사는 변태적인 성향의 모순 덩어리였다. 필립과 앤젤라와 클라우디아의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어맨다가 죽은 건물엔 CCTV가 없다. 살인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하다가 죽은 어맨다의 노트북을 멜리사가 갖고 있는 걸 잭슨은 알게 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줄 비밀의 열쇠가 숨겨진 이 증거물은 어떤 반전을 가져다 줄까? 살인의 동기는? 어맨다가 죽으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대가는? 마지막으로 소호에서 울고 웃게 될 사람은?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범인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터, 하지만 의심되는 여러 범인들을 간출이며 집중해도 거듭되는 반전에 끝까지 읽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는 그 덫에 자의든 타의든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이기적으로 취하며, 누군가는 치명적인 유혹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아름답지만 잔인한 소호의 거리, <소호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그 민낯을 직접 마주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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