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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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10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이야기!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유 불문 일단 믿고 보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도서가 출간되어 반가운 맘에 냉큼 펼쳐 보았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엽기적인 살인 등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하루 종일 뉴스에 보도되고,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과 극도의 공포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읽어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살인사건과 범인의 범행 수법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에 더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

 

어릴 적 가출한 가가 형사의 엄마 다지마 유리코의 죽음과 그리고 몇 년 후 일어난 오시타니 미치코 실종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밝혀지고 거기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연이어 추가된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이 사건들이 한순간에 수면 위로 올라 어느 순간 하나의 교집합이 완성되고, 제3자의 시각에서 사건의 내막을 면밀히 따지고 파헤쳐 자연스레 범인이 누굴지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치게끔 유혹한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아닌가? 이리저리 시선을 분산시키며 설마 시시하게 이렇게 쉽게 밝혀지고 끝나는 거야? 신나게 코웃음칠 때 설마! 안도감과 통쾌함을 느낄새도 없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혼란스러움과 의구심만 가중시키니 책을 읽는 독자는 점점 더 맘이 바빠진다.

 

"헛걸음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결과가 달라진다" - p.200

 

가가 형사 엄마가 죽기 전에 특별한 만남을 가졌던 와타베란 남자와 살인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집주인이었던 코시카와 무쓰오라는 남자의 행방이 묘연하다. 게다가 또 한사람 아사히 히로미 중2 담임 선생님 나에무라까지 행방불명이다. 그리고 오시타니 미치코가 죽기 전 요양원인 "유락원"에서 우연히 연극을 연출하는 동창생 아사이 히로미의 엄마를 만난 후, 도쿄에 들러 그녀를 직접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거기에 살인사건이 연쇄살인사건이 되는 순간 그럼 범인은 1명이란 말인가? 아님 공범이 있다면 또 누구란 말일까? 살인을 한 동기는 뭣 땜에? 가가 형사가 니흔바시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의 집요함과 간절함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열심히 머리 굴려 보지만 뒤통수 맞기 딱 좋아 섣부르게 판단을 하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그렇게 히가시노 게이코의 필력에 몇 번 휘둘리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디에 교묘하게 트릭을 숨겨 놓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을 가지며 다시 심호흡 후, 놓친 게 무엇인지 차근차근 되새기며 열심히 두뇌게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

 

경시청 수사 1과에 근무하던 가가 형사가 니혼바시 경찰서 형사과에 파견 나가 있었던 이유, 그리고 가가 형사가 소년 검도교실에서 히로미를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 엄마가 죽고 장례시과 유품 등을 부탁하며 자신의 번호를 알려줬다는 남자, 복잡하게 얽히고 뒤섞인 등장인물과 남겨진 흔적을 쫓아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 서서히 맞춰지고 결국 짜여진 각본대로 마지막 하나의 연결고리가 완성될 때 온몸에 전율하는 짜릿함과 배신감을 직접 겪어 보시길 바란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아닐까 싶단 말이지" - p.231

 

결국 이유 없는 살인은 없다! 하지만 그 어이없고 황당한 핑계와 결말에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다 진이 빠지는 그 허탈감이란. 한편으론 그 뻔뻔하고 추악한 민낯이 당돌하다 못해 안쓰럽고 안타까운 맘에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고 공감이 돼서 더 씁쓸하고 농락당한 기분... 나만 아니면 돼? 너만 잘 살면 돼? 그게 희생이고 사랑이야? 욕하면서도 허를 찔린 듯 고개가 끄덕여지더라는. 그렇다고 살인이 용서가 될까마는.. 암튼 간도 크고 피는 못 속인다고 정말 읽는 내내 소름이. 어릴 적 가정환경과 부모에게 배우는 인성교육, 그리고 경찰의 초동수사와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정말 중요한지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집필 기간 33년, 시리즈 최대의 수수께끼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그 긴박함과 절박함 속에서 마지막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비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순간 마냥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가가 형사 시리즈를 더는 만날 수 없다고 하니까 너무 아쉽기만 하다. 다행?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다 읽어보지 않아서 이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책도 빨리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범인을 밝히는 것도 완전 꿀잼이었지만 그 사건에 숨겨진 베일을 하나씩 벗기고 등장인물들 간의 연결고리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벌어진 사건의 내막을 몰입해 추리하고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반전 매력이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안 읽었으면 어쩔 뻔? 아베 히로시, 마쓰시마 나나코 주연의 영화 원작 소설이라고 하는데 진짜 무더위를 날려줄 한 편의 스릴 넘치는 영화를 푹 빠져 본 듯 진심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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