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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더 포스 1~2 세트 - 전2권
돈 윈슬로 지음, 박산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008/pimg_7645181292022376.jpg)
경찰을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바로 그려지시나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365일 시민의 안전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나쁜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혈 형사들을 보면 통쾌하고 스릴 넘치면서 참 멋지고 믿음직스럽죠. 그런데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착한 경찰이 있으면 남은 물론 가족, 친구, 동료들까지 가리지 않고 뒤통수치며 양심까지 팔아먹는 나쁜 경찰도 꼭 있기 마련이죠. 경찰도 유혹 앞에 한순간 홀려버리는 평범한 한낱 인간일 뿐이니까 말이에요.
게다가 남자든 여자든 '약유강불굴' 대신 '여유토강' 하는 찌질한 인간 유형은 특히 더 극혐합니다. 그런데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의지하고 믿었던 대한민국 경찰이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미친 세상 뉴스를 접할 때면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그만큼 실망감이 더 크기 때문이겠죠. 이 책은 일반인들이 감히 상상도 못할 뉴욕 경찰 조직의 민낯과 인종차별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올바르고 정직한 경찰 이미지를 확 바꿔주는 돈 윈슬로의 장편소설로 예상보다 살짝 더 오래 기다린 만큼 반가운 맘에 냉큼 읽어봤어요.
뉴욕 맨해튼 북부 특별 수사대 '다 포스'의 리더 데니 멀론. 그는 시민들에게 영웅 경찰로 존경받으며 경찰청 최고 엘리트팀 소속 베테랑 경사 에이스로써 독보적인 존재인 만큼 모두가 인정하고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왕 중의 왕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거창한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첫 페이지부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으니.. 아니, 왜? 진짜 어찌 된 영문일까요? 그 이유가 뭘지 너무 궁금해서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답니다.
"선을 어떻게 넘을 수 있냐고? 한 발 한 발 가다 보면." 그가 원한 건 오직 좋은 경찰이 되는 것뿐이었지만 경찰로 일하면서 서서히 신념을 잃고 타락한 부패 경찰이 된 데니 멀론.. 앞뒤 1도 맞지 않지만 분명 처음엔 그랬다고 합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웃고 우는 더러운 세상, 어떤 나쁜 짓이든 결국 검은 돈과 연결되어 있다죠? 마피아든, 갱이든, 경찰이든 신분을 내려놓고 뒤에서 지켜보면 누가 더 나쁜 놈인지 정말 분간이 안될 정도로 나쁜 놈들이 판을 치더라고요.
피라미드 먹이사슬의 끔찍한 연결고리..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새빨간 거짓말일 뿐, 다들 자신들의 실속과 헛된 욕망을 하나씩 채우기 위해 다른 희생양을 내세워 서로 물고 뜯고 맛보기 바쁩니다. 그렇게 양심은 개나 줘버린 듯 용서받지 못할 부끄러운 행동들을 일삼다 필요하면 살인까지도 스스럼없이 저지릅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과시하고 정의와 복수를 핑계삼아 상대방의 약점을 파헤치고 덫을 놓으면서, 자격도 없는 인간들이 뻔뻔하게 지들끼리 벌을 주고받겠다며 생쇼를 하니 난장판이 따로 없습니다. 돈과 명예에 눈이 멀어 서로 숨기고 봐주고 때리고 죽이고..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우니까 말이에요. 더군다나 혼자가 아니기에 의기투합해 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더 신나게 일을 벌였겠지요. 미끼를 던지면 덥석 물어줄 인간들은 곳곳에 많으니까 판은 더 커지는 게 당연하겠죠.
살인, 총기, 마약, 폭행을 일삼는 여러 범죄조직과 경찰조직의 피비린내 나는 두뇌게임, 그리고 새롭게 속속 등장하는 복잡하게 얽힌 인물과 색다른 사건들로 정신없이 이리저리 이끌리다가 멀론의 진짜 속마음과 민낯을 하나씩 드러내는 글귀에 멈칫하길 여러 번. 사실, 겉으론 누구보다 강하고 듬직하게 보인 멀론 형사였지만 여러 사건들로 그도 많이 고통받고 힘들어했어요. 매일 밤 악몽을 꾸고 약을 먹지 않으면 하루도 버틸 수 없는 그의 처지가 많이 안쓰럽긴 했지만 사람은 미워하지 않더라도 그가 저지른 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고 엄청났기에 냉정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이야? 누가 날 쫓고 있지? 모두 다." 애초에 본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자꾸 변명하지 마라며.. 꿈에서 깨어나라며.. 빨리 정신 좀 챙기라며.. 속 시원하게 내뱉다가 또 한편으론, 그렇게 된 상황이 살짝 안타깝기도 해서 저도 모르게 조금씩 그를 동정하며 열심히 응원을 하게 되더군요. 많은 잘못과 엄청난 실수들의 연발이었지만 그는 뉴욕을 사랑하는 의리 있고 책임감 넘치는 경찰이며, 이 책의 당당한 주인공이기에 마지막까지 멋진 진짜 사나이로써 옳은 선택으로 반전 드라마를 제대로 보여주길 희망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책을 읽을수록 진짜 생각지도 못한 빠른 전개에 깜짝 놀랐고, 잠시 심호흡 포인트를 주다 또 쫓고 쫓기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의 연속에 어마어마한 반전 스토리가 거듭되니 정말 실제 상황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잼나서 푹 빠져 읽었던 것 같아요. 끝까지 마음 졸이며 지켜본 멀론의 마지막 선택.. 뭉클하면서 폭풍 감동했답니다. 그럼에도 데니 멀론은 좋은 경찰이었을까요? 나쁜 경찰이었을까요? 스포가 될만한 중요한 부분은 거의 적지 않았기에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해보시길 추천해요. <더 포스>를 원작 소설로 영화화 확정되었다고 하니 더 심장 뛰는 리얼한 스토리와 실감 나는 액션까지 책과 비교하며 조만간 두 눈으로 직접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넘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