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 관계를 잇는 나무 인문학
이흥재 지음, 강석태 그림 / 아시안허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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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잇는 나무 인문학.


사람들도 삶의 궤적인 나이테를 듣고 말하고 싶어 한다.

어떤 이는 자랑, 어떤 이는 반성, 어떤 이는 다른 꿈으로

이어간다.


감옥에서 갓 나온 이순신은 지긋지긋한 전쟁터로 또 갔다.

묵묵히 길을 걸었다. 돌아가신 어머니, 바람 앞 촛불 같은

나라를 생각하니,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존경 받던 분이니

험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지레짐작하지 말라.

딱 죽고 싶은 마음이라고 일기장에 툭툭 던지듯 쓰곤 했다.


방을 나와 뜰에 내려섰다. 하얀 꽃이 핀 나무 한 구루가

눈에 살포시 들어와 앉았다. 매화나무였다. 아무도 봐주는이

없이 컴컴한 밤에 홀로 피어 있었다. 얼마 안 가 질 텐데도

그저 홀연히 피어 있는 모습이 곡 자신과도 같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저 스스로 환하게 피어있구나."


"백이와 숙제는 오래된 악을 마음에 두지 않는지라

이 때문에 사람을 원망하는 일이 드물었니라"

사람을 평가할 때 과거를 묻지 말고, 감정을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다.


오늘날 도시 한복판에도 숲이 있다. 대나무만큼이나 빽빽한

'빌딩숲'에서 무슨 소리가 자꾸 들린다. SNS에는 꽃뱀들이

득시글 득시글하다. 거짓말이든 뭐든 밑도 끝도 없이 갖다

붙여 권력 근처에서 꽃놀이를 즐긴다.


살기는 어렵지만, 살아보는 것이다.

인간에게서 상상과 꿈을 쥐어짜 모두 앗아가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나무 끝에 주렁주렁 매단 꿈은 그냥 꿈이 아니다.


권력과 문화는 혼자 놀면 위험하다. 가슴을 맞대고 짝춤을

추며 서로 향기를 나눌 때 하나가 된다. 권력이 빨리 가자

재촉하면, 문화는 제대로 가자고 발길을 바꾼다. 문화가

제자리서 헤매면, 권력이 앞장서 길을 터준다.


해미읍성에도 회화나무가 있다. 천주교 순교자들이

이 나무에 쇠줄을 걸고 목을 매달았다. 나무가 볼 것,

못 볼 것을 다 본다.


꿈을 꾸는 개혁가들은 유난히 나무를 사랑한다.

생명, 자연, 미래 가꾸는 첫발이기에.

요즘 개혁가들은 자연을 마구 뒤집어 엎는다. 소종한 땅,

물, 바람, 햇빛에까지 몹쓸 손을 댄다. 알량한 생각으로

자연을 흐트러뜨린다.


지구의 눈에는 우리 인간들이 바이러스다. 숨죽이며

보내고 나니 생명이 모두에게 우선이 되었다. 역병에 

짓눌리고 나니 왜 그리 지구를 괴롭혔는지 뒤늦게

후회가 밀려든다.


원래 인간이란 상처를 받으면 오래 못 잊고 친절하게

대해 주면 금방 잊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나무가

치료해준다.


삶에서 진정 중용한 것은 마음을 실은 관계이다.

서로 도우며 함께 푸른 빛을 지켜나갈 수 있다.


"달리는 길이나 인생길이나, 굽이진 데서는 속도를

줄여야 오래간다"

놀아움도 잠시, 산책 내내 그 말을 곱씹었다. 마침내

생활의 지혜 한 토막으로 파고들어 자리 잡았다.


나무가 가득한 숲속에서 힐링을 느끼는 건 자연의 이치다.

나무의 뿌리를 달며 마시고 몸이 회복되는 것도 순리다.


나를 힘들게 하면 그 운명, 놓아줘버려라. 놓아줬는데

다시 돌아온다면 그것은 내 것이다. 만일 돌아오지

않으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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