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말랑말랑하고,끈적끈적한 연애소설인줄 알았다.호기심 많은 15살 어린남학생과 36살의 육감적인 유부녀(아줌마)의 불장난.. 차탈레 부인의 사랑이나 개인교수 같은...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간염에 걸린 소년(미하엘)이 전차 개표원으로 근무하던 그녀(한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소년은 그녀를 만나면  책 읽어 주고, 샤워하고,사랑을 나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라진 그녀...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건 법과대학생이 된 소년이 세미나를 위해 가게된 법정에서이다.소설은 여기서 부터 갑자기 2차대전후의 전범재판 상황으로 확 바뀌어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분위기(악의 평범성)로 당황하게 만들더니, 후반부 여주인공이 18년간의 감옥생활(이때까지 소년은 성장하고, 결혼하였다가 이혼하였는데 그녀를 위해 책을 읽어 카세트 테입에 녹음해 보낸다) 이후 출옥을 앞두고 그녀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는 결말부분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여주인공 한나의 자살... 유서에 있는 내용대로 남주인공 미하엘은 2차대전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성을 찾아가 그녀가 남긴 돈을 전달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발음도 어려운 베른하르트 슐링크로 독일의 법학교수이자 헌법재판관이라고 한다(처음에는 이런 점잖은 양반이? 하다가 결국 그럼 그렇지..)강제수용소에서의 유대인 죽음과 관련해된 여주인공인 한나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 죄로 본인도 유죄라는 논리(아버지같은 전쟁세대에 대한 전후세대의 입장인듯 하다), 그리고 명령과 그에따른 복종이라는 그 당시의 상황논리(더군다나 여주인공은 문맹이었다!)로 변호하면서, 마지막에선 여주인공의 충격적 결말을 통해 2차대전시 강제수용소에서의 만행에 대해 독일인의 사과를 받아주기를 원하고 있는듯 하다.(1970년 서독수상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 방문시 전쟁희생자비앞에서 무릎꿇고 울던 모습이 떠오른다.)

 

초반의 말랑말랑한 연애장면 등에 힘입어 유명배우를 캐스팅한 상업영화로도 개봉된 모양이지만 영화를 보지 않아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모르겠다.어찌됐든, 2차대전당시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에서 억울하게 죽은 수백만명(600만명이라던가?)의 목숨에 대해 이런 방식의 사과로는 어림없다는 생각이다. 저자도 아직까진 용서받을 때가 아니라는 듯 소설에서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여인은 여주인공이 전달해 달라던 돈을 받지 않는다. (하긴 일본은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이런방식의 사과표명조차도 여전히 하지 않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한가지를 사족으로 덧붙인다면 "향수"를 쓴  쥐스킨트 처럼 독일남자들은 왜 이리 냄새에,특히 여인의 체취에 민감하고 환장하는지...궁금하다.(내가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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