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제전 1 - 개정판 김원일 소설전집 15
김원일 지음 / 강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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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의 대하 소설 불의 제전1,2,3,4,5을 읽었다. 전체 5권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작가의 말대로 어린 시절 체험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자전적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6.25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어린 소년의 성장행로를 따라 펼쳐지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성장소설이라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말미에 나와 있는 작가에게 듣는다에 따르면 우선 불의 제전이라는 제목부터 은 곧 전쟁이며, ‘제전은 남북이 통일이란 대 원칙을 걸고 쟁투를 벌였던 광란의 축제란 뜻이며 남북 모두 엄청난 희생만 치르고 말았기에 반전의 뜻을 담았으며 희생제의란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해방공간 좌·우익의 이데올로기 대립과 6.25 한국전쟁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선굵은 남성적 필체와 세심하고 가녀린 감수성 짙은 문체, 경상도 남부지방의 사투리를 적재적소에 배합하여 뛰어난 사실감과 드라마틱한 구성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인간성의 회복과 화해를 지향한 것이 본 소설의 주제가 아닌가 싶다

 

일제말 학병출신의 한팔 없는 불구자이며 소설의 중심인물 심찬수와 김원일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한 공산주의자 조민세, 작가의 화신이랄 수 있는 조민세의 둘째아들 중학 일학년생 조갑해, 중학교 훈육주임이며 농민운동가 인 지식인 박도선, 사리판단이 분명하고 근엄한 읍내 유식자 안시원, 지주를 살해한 후 빨치산으로 입산한 차구열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경남 진영읍내를 배경으로 좌·우이데올로기의 대립과 토지 분배를 둘러싼 계급갈등, 외세의 개입에 따른 삼팔선의 고착화와 6.25전쟁이라는 우리나라 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아치골댁이나 봉주댁처럼 자식을 먹이고, 키워서 어떻게든 살아가려 발버둥치는 어머니들의 모습에 대한 묘사가 눈물겹고도 감동적이다. 이는  언젠가 김원일이 고백한  장자의식(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도 겹치는 부분이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내 기억으로는 이런 내용이었을 것이다. " 빨리 늙고 싶다 이젠..삶의 부담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뒷방 늙은이 처럼..."

 

문학평론가 고 김현이 김원일 문학에 대해 평한 내용으로 마무리 한다

 

김원일 문학속 어머니는 하늘에 닿을 듯 쌓인 원과 한의 더미에 허우적거리며 자식을 이끌고~ 자식들과 함께 살아야 하기에 죽을 수 조차 없는 어머니의 고난의 행로는 당대 한국인 일반의 삶을 대변한다.~

김원일 문학의 중심은 아버지의 행로가 아니라 어머니의 행로인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우리는 김원일 문학이 비범한 인물의 자기 개진, 세계와의 대립, 이상의 추구를 문제삼는 문학이 아니라 어머니와 같은 약자의 수난을 문제 삼는 문학이며 타파가 아니라 견딤을 문제삼는 문학임을 새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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