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 농촌총각의 투르크 원정기
안효원 지음 / 이야기쟁이낙타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터키. 안효원의 [고맙습니다]를 읽으면서 비로소 생각난 듯 터키, 라는 나라를 찾아봤다. 아침마다 크로와상을 그렇게 먹어대면서도(크로와상은 오스트리아가 오스만투르크(터키)의 침공을 막아내고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만든 빵이다. 터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국기인 초승달을 포크로 찍어먹는 치욕적인(?) 역사인 셈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라가 터키다. 누군가 내게 터키로 여행가지 않을래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거기 뭐가 있는데요,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검색을 좀 더 해보니 세계문화유산도 가득하고 지중해에서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세계 3대 음식 중 하나가 터키 음식이라는 것도 나온다. 슬슬 무식(?)한 티가 나는데... 여하튼, 그런 나라에 그가 다녀왔다.

터키에 관심도 없는 내가 터키 여행기를 집어들었을리 만무하다. 이 책을 손에 쥐게 된 건 순전히 책 표지에 비뚤비뚤하게 쓰인 ‘고맙습니다(테쉐큐르 에데림)’라는 글씨 덕분이었다. 책을 두어 장 넘기면 진해보이는 커피 사진 옆에 “그동안 만난 사람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만날 사람들 모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고맙습니다”라는 글도 적혀있다.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이 책에는 터키의 유명 관광지라던가 음식점에 대한 소개가 없다. 터키 지도라던가, 여행한 루트도 그려져 있지 않다. 심지어는 터키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다른 여행 서적들(사실은 여행 서적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이라고 표현할 만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이 보란 듯이 적어놓은 정보들과 큼지막한 사진들이, 이 책에는 없었다. 이 조그만 책에는 관광지보다, 음식점보다, 풍경보다, 이야기가 있었다.

여행작가 노동효씨는 추천의 글에서 이 책을 두고 ‘터키 세밀화’라고 표현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 말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글쓴이 안효원이 그려낸 터키의 풍경들을 두고 한 말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곳의 사람들 혹은 여행하는 사람들 때로는 자신의 이야기가 세밀화 같았다. 터키 생활 세밀화 같은 느낌이랄까. 그는 꽤나 덤덤한 말투로 이야기하지만 그가 그려내는 사람들이 매우 따뜻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그리고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터키가 아니라 한국에서도 볼 수 있고, 앙카라가 아니라 서울에서도 볼 수 있는 사람들. 불쑥, 여행이 생각만큼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19일 동안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을 여행한 저자의 특별함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먼 곳에 있는 사람들도 언어와 피부색이 다를 뿐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는 ‘평범함의 진리’를 생각했을 뿐이다.

그는 터키 여행을 마치며 이렇게 쓴다. “터키 여행의 끝자락에서, 인생이란 긴 여행을 다시 시작한다.” [고맙습니다]는 내게 터키의 특별함보다 터키 사람들의 평범함을 이야기해주었다. 나를 둘러싼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생각에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터키’로 떠나기보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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