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구 -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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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마츠 기요시, 김대환 옮김, 『열구』, 잇북, 2010.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장을 넘겼지만, 다소 느린 템포에 기대감이 반감되었던 첫 부분, 야구의 흥미진진함보다는 인생의 깨달음이 잔잔한 감동과 함께 조용히 밀려온 중간 이후 부분. 가볍게 들뜨고 쉽게 식어버리기보다는 뚝배기처럼 묵직한 감동과 오랜 시간의 감동을 은은하게 전해주는 기분 좋은 작품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유년 시절, 청년 시절의 추억을 갖고 있는 중, 장년층만 독자로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꿈이 있고, 이를 실현하건 실패하건 한때 꿈이 있던 모든 이들에게 충분히 가슴 울림을 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부제는 ‘그때 우릴 미치게 했던 야구’이다. 내게는 그것이 꼭 야구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단지 ‘그때 나를 미치게 했던 그것’이 존재했음이 중요했다. 일본의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인 고시엔. 일본에서 야구를 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다. 별볼일없는 실력을 가졌으나 간절한 염원과 행운의 여신 덕분에 고시엔 문턱까지간 야구부. 그리고 선발투수였던 에이스 아버지가 딸에게 그 당시의 이야기를 전하며 시골로 돌아가 생활하는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흥미진진할 만할 때 쯤이면 어김없이 현실 이야기로 돌아가 이야기의 화제가 바뀌는데 그렇다고 아쉬워할 것은 없다. 시골로 돌아갔을 때 어릴 적 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또한 유년 시절과, 야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꿈을 잃고 식당을 운영하고, 꿈이 없어진 것을 자책하며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고, 실패한 꿈을 잊기 위해 고향을 떠나기도 한, 이들은 모두 같은 추억과 같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해피앤딩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논란이 되는 한 영화의 결말과 마찬가지로 해석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그 영화나 ‘열구’ 모두 해피앤딩으로 본다. 좋은게 좋은거니까. 그렇지만 야구에 우승하고, 뒤늦게 꿈을 이루고, 모든 것을 성취하는 등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그랬다면 다소 재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인생은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을 때 더 의미있고 행복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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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최정원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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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원, 『카르마』, 어문학사, 2010.

 

 

오랜만에 보는 SF소설, 게다가 청소년 소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SF소설과 청소년 소설이라는 각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 충족시킨 수작이라고 본다. SF소설이라함은 Science Fiction, 즉 공상ㆍ과학소설을 뜻한다. 그리고 청소년 소설이라함은 성장통을 겪으며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을 뜻한다고 구분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상 과학 소설과 삶에 대한 이야기인 청소년 소설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궁금해했는데, 작가는 이 이질적인 장르 속에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찾아내었다. 상당히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청소년 소설이라 했을 때 막연히 느끼는- 이것은 애들 대상으로 쓴 평범한 수준의 작품 아니야- 그런 수준이 아니다. 사실 이 책은 1990년대 중반에 출간되었다가 몇 번의 우여곡절을 반복해서 겪고 출간된 책이다보니 결말도 달라지고, 독자의 수준 설정도 바뀌게 되고, 그렇게 손을 많이 대고, 신경을 많이 쓰게되다보니 자연히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지게 된 작품이다. 결코 만만히 볼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목의 카르마란 등장 인물의 이름이다. 아니, 등장 로봇의 이름이다. 아니, 인격을 갖추고 마음이 있고, 감정이 있는 대상이니까 인간이라 볼 수 있다. 아니, 모르겠다. 그냥 등장 캐릭터의 이름이라고 해두자. 카르마라는 개념은 쉬운 부분이 아니므로, 작가의 표현을 빌려 살펴보고 넘어가려 한다. 작가의 집필 의도가 엿보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죄송합니다. 별로 기사 거리가 없군요. 단지..., 설명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카르마라는 이름에 대해 잠시 말씀드릴까요? 아시다시피 카르마라는 것은 업(業)을 뜻하는 말이지요. 이 아이가 살아 숨쉬는 동안 아무리 무거워도 감내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행복과 평화를 지켜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아들이 ‘꺼지지 않는 희망의 빛’, 영원한 빛줄기 ‘아미타바’가 되기를 원합니다. ‘아미타바’란 옛 티베트 지방의 말이지요. ‘육신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영혼의 빛’이라는 뜻입니다.”

어렵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책장을 끝까지 넘기며 깨닮음이 밀려왔다. 로봇이면서도 인간인 카르마. 그 업을 지고 태어난 카르마, 인간에게는 영원한 영혼의 빛이 있고, 그 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것임을 의미하고 있었다. 스스로는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저자는 의도했는지, 아니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인간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뇌하는 카르마 아미타바를 그림으로써 이 고도의 불교 사상을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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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음모를 읽어라 - 세계 경제의 조종자, '그놈들'에게 당하지 않는 생존 투자법
정철진 지음 / 해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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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진, 『투자, 음모를 읽어라』, 해냄, 2010.

 

 

이게 진짜일까? 사실 겁이 난다. 얼마되지 않는 액수이지만, 주식 투자를 하는 중인 나. 물론 그 돈 없어도 살 수는 있지만, 이 책에서처럼 결국 이 모든 판을 주도하고, 세계의 모든 일들을 결정하는 그놈들이라는 세력이 존재한다면 끝이 결정되어 있다는 뜻이 아닌가. 오늘처럼 코스피가 급등했을 때, 그냥 담배값이라도 번 것으로 감사하며 딱 손털고 나와버리고 생활에 집중하며 평범하게 살아야하나. 솔직히 책을 덮고 한참 고민했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소위 주식 게시판에 상주하는 알바생이나 일반인이었다면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음모론이냐며 흘려 듣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알고 보니 내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 <작전>의 원작자이자, 내 20대 중후반을 함께한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등의 저자였다. 아, <작전>. 난 이 영화를 보고 절대 주식투자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덧 발을 담구고 말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저자 정철진은 가장 큰 결정은 ‘그놈들’이 하지만, 그래도 이 바닥에서-꼭 주식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우승국을 결정하기도 하고, 금값을 높이고, 석유값을 결정하며, 친환경 에너지의 가치를 조절하고, 한 나라를 국가 부도로까지 밀어버리는 말 그대로 세계 경제를 좌우하니까 전 세계 모든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살아남을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결코 쉬운 방법은 아니다.

저자가 제시함 그놈들에게 당하지 않는 투자의 몇가지 원칙 중 하나를 소개하려한다. ‘버그(bug)'가 되라’는 것이다. 그놈들이 짜놓은 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놈들이 예측한 경로를 벗어나 버그를 발생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막연한 돌출행동으로 그치면 안되기에 버그 아닌 버그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문득 만화 타짜에서 탄을 맞을 위기에 처하였을 때 실수로 다른 패를 내려놓듯 일부러 판을 흔들어놓는 노련한 타짜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히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 외에도 가격을 쉽게 믿지 말라는 점과 예측하지 말고 대응하며, 시장 하락에 대응하는 매도 마인드를 가지라는 저자의 충고는 선생님의 잠언처럼 뼛속 깊이 새겨야 내가 생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은 일반적인 음모론을 다룬 책이 아니라, 내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존과 직결된 유용한 책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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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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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영, [러브 차일드], 자음과 모음, 2010.

 

 

난해했다. 그리고 매우 날카로웠다. 그녀의 문장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녀가 펼쳐놓은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인간을 폐기물로 처리하는 기계적인 과정을 묘사하는 첫 부분부터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제목은 러브 차일드인에 왜 이런 내용부터 시작되는거지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인간을 쓰레기로 처리하는 현장에 대한 묘사는 결국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 내용이자,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인간이 인간을 쓰레기로, 폐기물로 처분하고 구분하는 과정은 이 시대 문명의 폐단을 떠올리게 하기에 어욱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싫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부감이 있었다는 것은 결국 우리 시대의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니까. 인간을 쓰레기로 보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대로 인간을 처리하는 세계. 이 작품의 배경이자 핵심 모티프는 내 표현과는 달리 매우 생생하고, 그렇기에 매우 충격적으로 나타난다.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어딘가를 작가는 들추어내며 내게 반성을 요구하는 듯 했다. 형식면에서 그녀는 명사화 구성을 취하는 문장을 많이 썼다. 현실에 대해 가급적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봐라, 여기가, 이것이 네가 사는 세계라며 냉소적인 조롱을 하는 것 같았다. 마치 작가가 제시한 인물군 - 노동에 착취당하거나, 이러한 착취의 시스템에 동조하거나, 혹은 그러한 세계를 만들고 운영하는 집단 - 중에 너는 어디에 속해있냐는 선뜻 대답 못한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무서웠다. 그리고 정말 묵직했다. 사실 이 작품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죄를 스스로 깨닫고 반성하는 부분이 나온다. 작가는 우리에게 이러한 반성과 자각을 요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느 정도는 자서전적인 내용일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작품을 통해 작가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는 고백이었을까? 뭐, 사실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문제는 나. 나의 반성과 자각이 얼마나 일어났느냐니까. 그녀에게 이 작품은 흥미나 유희를 위한 막연한 허구적인 작품이 아니었다. 작품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 여기’와의 연계를 통해 우리에게 심각한 고민화 반성이라는 과제를 던져주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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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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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시간,


13번째 시간이란 뭘까? 왜 이책은 거꾸로 시작하는 구성인거지? 왜 끝까지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걸까? 뒤를 뒤적여보고 싶은 충동이 물 밀듣이 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나의 호기심을 이토록 자극하는 책은 얼마 없었다. 마지막 장을 펴보라는 충동이 또 일었다. 그렇지만 참았다. 범죄 소설이나 스릴러물을 볼 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를 먼저 보는 바람에 재미가 반감- 반감된 정도가 아니지 -된 작품들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작품들은 왜 그리도 하나같이 걸작인지.... 나의 못난 저질 인내심을 탁한 적이 많았기에 이번에는 이러한 충동을 참고 또 참았다.
다행히도 간질대던 내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시간에 얽힌 이야기. 이 책의 핵심 모토이자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 때문이다. 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두 시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몇 번의 기회. 주인공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주위에 얽힌 사람들(당연히 기억 못하는 상황 설정 탓에 이런 구성을 택한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역순행적 구성이 이렇게 멋진 방법으로 작품에 반영되고 형상화될 줄이야). 그리고 이러한 단순하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구성이 그토록이나 나의 흥미를 유발하고 작품을 이끄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아내의 죽음이다. 아내가 죽고 누명을 쓴 채 경찰서에 끌려갔다가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시계를 수수께끼한 사내로부터 받게 된다. 그 시계에는 “Fugit Inreparabile Tempus"라고 쓰여 있다. 예전 베르길리우스의 말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간이 몇 번이나,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을 될돌리기 위해 모든 일을 바로 잡으려는데에 혼신을 힘을 다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게 되고 이를 풀어가는 시행착오 중에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행기 테러의 계획과 마주치게 된다. 사실 여기에서 이 작품의 결말은 뻔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창의적이고 재미난 발상과 플롯의 흥미성 때문에 헐리웃에서 영화화를 결정했을만큼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기에 작품의 끝을 확인할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법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주인공에 감정이입되어 작품에 몰입하다 보니, 아주 짧은 시간에 작품을 완독하게 되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시각적으로도 강한 여운이 남을 정도로 상황과 인물, 심리 등에 대한 매우 세심한 묘사가 되어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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