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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시간
리처드 도이치 지음, 남명성 옮김 / 시작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13번째 시간,
13번째 시간이란 뭘까? 왜 이책은 거꾸로 시작하는 구성인거지? 왜 끝까지 읽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는 걸까? 뒤를 뒤적여보고 싶은 충동이 물 밀듣이 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나의 호기심을 이토록 자극하는 책은 얼마 없었다. 마지막 장을 펴보라는 충동이 또 일었다. 그렇지만 참았다. 범죄 소설이나 스릴러물을 볼 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뒤를 먼저 보는 바람에 재미가 반감- 반감된 정도가 아니지 -된 작품들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작품들은 왜 그리도 하나같이 걸작인지.... 나의 못난 저질 인내심을 탁한 적이 많았기에 이번에는 이러한 충동을 참고 또 참았다.
다행히도 간질대던 내 궁금증은 쉽게 풀렸다. 시간에 얽힌 이야기. 이 책의 핵심 모토이자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 때문이다. 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두 시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몇 번의 기회. 주인공은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주위에 얽힌 사람들(당연히 기억 못하는 상황 설정 탓에 이런 구성을 택한 것이다. 학교에서 배웠던 역순행적 구성이 이렇게 멋진 방법으로 작품에 반영되고 형상화될 줄이야). 그리고 이러한 단순하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구성이 그토록이나 나의 흥미를 유발하고 작품을 이끄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가장 핵심적인 사건은 아내의 죽음이다. 아내가 죽고 누명을 쓴 채 경찰서에 끌려갔다가 불가사의한 힘을 지닌 시계를 수수께끼한 사내로부터 받게 된다. 그 시계에는 “Fugit Inreparabile Tempus"라고 쓰여 있다. 예전 베르길리우스의 말이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는 시간이 몇 번이나,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을 될돌리기 위해 모든 일을 바로 잡으려는데에 혼신을 힘을 다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게 되고 이를 풀어가는 시행착오 중에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행기 테러의 계획과 마주치게 된다. 사실 여기에서 이 작품의 결말은 뻔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창의적이고 재미난 발상과 플롯의 흥미성 때문에 헐리웃에서 영화화를 결정했을만큼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기에 작품의 끝을 확인할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법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주인공에 감정이입되어 작품에 몰입하다 보니, 아주 짧은 시간에 작품을 완독하게 되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시각적으로도 강한 여운이 남을 정도로 상황과 인물, 심리 등에 대한 매우 세심한 묘사가 되어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