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마
최정원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최정원, 『카르마』, 어문학사, 2010.

 

 

오랜만에 보는 SF소설, 게다가 청소년 소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SF소설과 청소년 소설이라는 각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 충족시킨 수작이라고 본다. SF소설이라함은 Science Fiction, 즉 공상ㆍ과학소설을 뜻한다. 그리고 청소년 소설이라함은 성장통을 겪으며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을 뜻한다고 구분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공상 과학 소설과 삶에 대한 이야기인 청소년 소설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궁금해했는데, 작가는 이 이질적인 장르 속에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찾아내었다. 상당히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진다. 청소년 소설이라 했을 때 막연히 느끼는- 이것은 애들 대상으로 쓴 평범한 수준의 작품 아니야- 그런 수준이 아니다. 사실 이 책은 1990년대 중반에 출간되었다가 몇 번의 우여곡절을 반복해서 겪고 출간된 책이다보니 결말도 달라지고, 독자의 수준 설정도 바뀌게 되고, 그렇게 손을 많이 대고, 신경을 많이 쓰게되다보니 자연히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지게 된 작품이다. 결코 만만히 볼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목의 카르마란 등장 인물의 이름이다. 아니, 등장 로봇의 이름이다. 아니, 인격을 갖추고 마음이 있고, 감정이 있는 대상이니까 인간이라 볼 수 있다. 아니, 모르겠다. 그냥 등장 캐릭터의 이름이라고 해두자. 카르마라는 개념은 쉬운 부분이 아니므로, 작가의 표현을 빌려 살펴보고 넘어가려 한다. 작가의 집필 의도가 엿보이는 중요한 부분이다.

“죄송합니다. 별로 기사 거리가 없군요. 단지..., 설명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카르마라는 이름에 대해 잠시 말씀드릴까요? 아시다시피 카르마라는 것은 업(業)을 뜻하는 말이지요. 이 아이가 살아 숨쉬는 동안 아무리 무거워도 감내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행복과 평화를 지켜주는 일이 될 것입니다. 저는 아들이 ‘꺼지지 않는 희망의 빛’, 영원한 빛줄기 ‘아미타바’가 되기를 원합니다. ‘아미타바’란 옛 티베트 지방의 말이지요. ‘육신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영혼의 빛’이라는 뜻입니다.”

어렵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책장을 끝까지 넘기며 깨닮음이 밀려왔다. 로봇이면서도 인간인 카르마. 그 업을 지고 태어난 카르마, 인간에게는 영원한 영혼의 빛이 있고, 그 빛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것임을 의미하고 있었다. 스스로는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저자는 의도했는지, 아니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인간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고뇌하는 카르마 아미타바를 그림으로써 이 고도의 불교 사상을 그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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