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 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
틱낫한 지음, 진우기 옮김 / 불광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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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진우기 역, 화해, 불광출판사, 2011.

 

 

이 책의 부제는 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이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자, 이 책의 기본적인 전제는 내 안에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로부터 휘둘리고 있기 때문에 삶이 힘든 것이며, 그 아이를 달래고 화해함으로써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틱닛한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돌아보니 내 안에도 보란 듯이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아마도 7살인 것 같다. 요즘 교육학 용어에는 미운 7살이라는 용어 대신, 미운 4, 미친 7살이라는 용어가 돌고 있다고 한다. 좀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존재, 가히 미쳤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나이의 아이가 내 안에 떡! 하니 들어앉아서 나를 조종하고 있으니 나의 마음이 평안할 리가 없다. 그리고 그 아이를 내가 무시하고 모른 척한다고해서 그 존재가 부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눈길과 관심을 받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일종의 발악을 하기도 한다. 이 아이의 존재가 귀찮고 부담스럽다고해서 모른척하고, 무시하고 밀쳐내는 것은 결코 능사가 아닌듯하다.

그렇지만 그 아이의 말을 귀기울여 듣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아이는 상처받은 아이이기에 결코 곱고 따스한 말로 내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번 실망시키고, 여러번 홀로 두고 떠났기에 그 상실감과 외로움, 상처 등을 치유해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 방법을 모르기에 또 문제다. 그냥 내 안의 아이를 떠올리며 아이야 미안해, 상처를 내가 치유해줄게, 앞으로는 너에게 소홀하지 않을게. 하며 중얼대면 되는 것일까? 그렇다. 이러한 대화와 명상이 내 안의 아이를 치유하는 기본 태도였다. 이 책에는 숨을 들이쉬며, 숨을 내쉬며-라는 행동 지침과 함께 따라함으로써 내 안의 아이를 치유할 수 있는 따스한 문구들이 많이 실려있다. 내 안의 아이를 보듬어주고, 아이와 화해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나같은 독자들에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의 기능도 충실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뜬구름잡는 대사와 행동인 듯 하겠지만, 매일 아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따스한 말을 건넨다면 어느새 그 아이와 화해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의 삶은 변화하여, 더 이상 아이의 변덕스러운 횡포에 휘둘리지 않으며 보다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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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프레데리크 에브라르.루이 벨 지음, 정기헌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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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에브라르, 루이 벨, 정기헌 역,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었다, 다른세상, 2011.

 

집으로 가는 길에는 항상 고양이들이 돌아다닌다. 소위 말하는 길고양이, 길냥이들이 그들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길고양이들은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아니, 아예 무시하거나 엄청나게 경계한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한번도 고양이의 집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에 그네들은 내게 항상 생소하고 호기심을 끄는 존재였지만, 그만큼 접근해보기 어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저자들이 키우는 고양이들은 좀 특별했다. 아니, 고양이는 원래 특별한데 내가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들은 대단히 이색적이다. 이름부터 보뇌르, 샤르봉, 샹티에, 펠라르동, 세브놀 등인 것을 봐도 그렇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한 나로써는 고양이=야옹이=나비야의 도식을 갖고 있는데, 작가는 보뇌르는 우아하면서도 말썽꾸러기고, 샤르봉은 수줍고 정이 많은 성격이고, 샹티에는 흰색과 검은색 털이 섞인 고양이고, 나중에 외딴집의 주인이 되고, 세브놀은 영리하고 모험을 즐기는 아이에요 하며 마치 가족, 친구, 아이들을 소개하듯 자랑스럽고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소개한다. 사실 외딴집이라는 작가의 집에 이사오면서 이 고양이들은 가족이 되고 선생이 되고 친구가 되어 작가와 함께 삶을 보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반려 동물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는 듯 싶다. 그네들과 함께하는 삶, 고양이들의 삶과 죽음, 모든 순간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러한 유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고양이들과 함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TV프로그램에서 동물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녀가 알려준 고양이 키스-눈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살짝 깜빡여주는 것-를 길고양이에게 아무래 해봐도 고양이들은 나를 그냥 노려볼 뿐이다. 작가는 말한다. 고양이와 인연을 맺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그래도 나는 고양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기를, 내게 언젠가 그 비단 같은 털 위에 손을 얹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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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영화를 만나다
김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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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그림책, 영화를 만나다>, 교보문고, 2010.


신선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가을을 타는지, 나이를 먹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요즘 매사에 자극을 못 받고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었다. 자극이 안된다. 무덤덤하다. 이러한 기분이 보다 울적함으로 바뀌는 밤이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괴로워하고는 했다. 이러던 찰나에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큼한 책을 발견했다. 바로 이 작품, <그림책, 영화를 만나다>이다.
일단 삽화가 있는 책은 반갑다. 뭐랄까? 책장이 쉽게 넘어가니까 기분이 좋다. 물론 이 책은 책장이 쉽게 넘어가서 좋기도 했지만 종내에는 더 보고 싶다는 마음에 아쉽기도 했다. 사실 그림책- 난 아직도 그림책과 동화책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기는 한다 - 은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접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몇몇 작가가 있기는 하지만 김영욱 작가가 소개한 작가들 틈에서 그 이름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작가의 지극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작가만 소개하는 편협한 글이냐? 그건 그렇지 않다. 일반인, 구체적으로는 나와 같은 그림책 문외한에게 숨겨진 보배를 발굴하여 소개시켜주는 귀중한 책이자 나름 훌륭한 소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다.
그 중 책 속의 책인 ‘유열이 된 할아버지’에 대한 소개가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나도 내 방이 있으면 좋겠어’와 ‘그림 속으로 떠난 여행’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림판 본 사랑과 영혼인 유령이 된 할아버지는 우연한 사고로 할아버지를 잃은 손자의 침실로 할아버지의 영혼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면서도 그림책의 주 독자층인 어린이들에게 까다로운 소재인 죽음과 영혼이라는 문제를 심각하지 않게, 담담히 보여주기 위해 그림체에 많은 신경을 썼다. 내용과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조를 썼다는 작가의 설명은 그럴 듯 했고, 그림책 작가의 숨은 따뜻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작품의 창작 의도와 숨겨인 배려 등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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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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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성인식』, 자음과모음, 2010.


어른이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어른이 된 그네들은 우리가 어른이 되려고 할 때 맨입으로는 안된다는 듯이 뭔가 시키려고하고, 뭔가 요구하는 것같다. 그네들이 그러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시키는 그런 보상 싴리 같은게 반영된 제의. 예전 같으면 사냥 능력을 검증 받고, 높은데서 뛰어내리는 용기를 봄으로써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자격을 검증받는데, 요즘은 어떤 통과제의가 있나 생각해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 딱히 어른이라는 시기를 구분하기도 어렵고, 그들이 소속된 사회에 편입되려는 것도 다분히 막연할 수 밖에 없다. 그냥 차라리 예전처럼 상투틀면 어른이다, 사냥해오면 어른이다 등의 명확한 기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권의 성인식은 한 작품이 아닌 한 작품이다. 여러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만 같은 모티프를 중심으로 모여 있으므로 결국 한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에서 특히 표제작인 ‘성인식’이 가장 인상적이다. 성장 소설은 아무래도 자전적인 성향이 짙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그러한 편협한 문학관 탓인지, 주인공인 소위 범생이의 모습은 어쩐지 작가 이상권과 겹쳐 보였다. 물론 내가 이상권을 알지는 못한다. 작가 후기에서 그 또한 상여를 멤으로써 비로소 마을에서 어른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이 작품에는 나와 진만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동갑내기 친구인 그들에게 동시에 성인식의 계기가 맞딱뜨린다. 개를 잡아야 되는 사건, 여자 친구의 뜻하지 않은 임신이 그것이다.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사건의 전개나 플롯 구조 자체가 흥미를 끌 만큼 탄탄한 점도 있지만 그들의 생각과 고민, 결정, 결정과 행동을 강요하는 주위의 무언의 압박 등이 마치 직접 경험해본 것과 같이 핍진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스포일러가 될 생각은 없지만 결론적으로 그 둘은 사회에 편입된다. 그리고 그들은 알 듯 모를 듯한 여러 감정 속에서 속시원함과 편암함을 느끼기에 이른다. 이 외에도 여러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갈등과 성장을 다루고 있어 쉽게 공감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어른인가? 나의 성인식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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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 - 소설로 읽는 3만 년 전의 인류사 에듀 픽션 시리즈 8
마르크 클라프진스키 지음, 양진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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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클라프진스키, 양진성 역, 『마지막 네안데르탈인, 아오』, 살림출판사, 2010.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을까? 이 책 참 기발하고 재미있다. 나보고 소설로 읽는 3만 년 전의 인류사를 쓰라며 네안데르탈인을 다루라고 한다면 ‘우어~ 우오! 크르릉~ 어어우! 와아~ 우와아가각 푸르르! 삥빵삥빵!’ 이런 식으로 200여페이지를 채웠을 것이다. 소설이 반쯤 허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개연성 있는 허구가 아닌가? 우오! 라고 쓰고 난 배가 고프다 라고 읽을 수도 없는데, 이 의사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가 글 한줄 못적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 마르크 클라프진스키는 이 문제를 기가 막히게 해결했다. 내가 스포일러가 되는 듯하지만, 작가는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이자, 주인공인 아오가 말을 못하다가 말을 할 줄 아는 종족과의 접촉과 그의 총명한 머리와 센스로 이를 해결하게 만든다. 그렇다. 그네들은 우리가 생각하듯 단순히 원숭이 수준에서 겨우 벗어나서 과일이나 따먹고 수렵이나 하던 원시동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역사가 있기 전, 그들은 만나고, 사랑하고, 생존했고 결국 우리에게 역사가 된 것이다.

사냥꾼이자 곰인간인 아오는 사라져버린 그의 동족을 찾으러 길을 떠나다가, 아키 나아를 만난다. 아키 나아는 호수 부족인간 중에서도 독특한 캐릭터인데 아이를 낳고, 자신의 주장이 강한 여성이다. 사냥꾼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오를 데리고 그들의 종족이 사는 마을로 들어가지만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갈등을 풀어나가며, 결국 아오는 인정을 받지만 자신의 동족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이 작품이 기발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한 플롯 문제가 아니다. 그 속에 묘사되어 있는 생생한 묘사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구석기 시대 초기 단계에서의 단순한 돌 조각의 무기에서부터 도구를 사용하여 날카롭게 벼른 무기까지의 묘사. 인물들이 치장하고 있는 장신구들도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따라 짐승의 이빨을 걸기도 하고, 둥글거나 날카롭게 갈아서 치장하기도 한 점을 충실히 반영하여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이는 역사적 지식이 충분히 뒷받침 되지 않고는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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