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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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의 『한국도시 2026』은 전망서라기보다 한국 도시의 현실을 해부한 리포트에 가깝다. 막연한 기대나 감정적 낙관 대신, 산업 배치·인구 흐름·교통망·에너지 인프라 같은 구체적인 팩트로 도시의 체력을 짚는다.

3대 메가시티와 6대 소권역이라는 틀로 한국의 공간 구조를 재편해 보여주는데, 경기 동남부 반도체 벨트, 화성·평택·천안·아산·당진으로 이어지는 산업 축, 청주 SK하이닉스와 오송·오창·청주공항을 묶은 중부권 메가시티 구상까지 흐름이 또렷하다. 지도 위 점들이 아니라, 왜 이 지역이 움직이고 저 지역이 정체되는지를 설명하는 방식이 설득력 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정보 비대칭’을 걷어내는 태도다. 언론 헤드라인이나 부동산 홍보 문구 대신, 발전소·고압 송전선·교정시설·군사시설 같은 불편한 요소까지 포함해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경북 청송, 전북 임실, 충북 증평, 경남 거창 같은 압축도시 사례는 지방 소멸을 구조의 문제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 책은 “어디가 뜬다”는 말보다 “왜 여기가 갈 수밖에 없는가”를 묻는다. 반도체 산업의 혜택과 동시에 지역 주민이 감당해야 할 부담까지 함께 다루며, 동남권 방위 벨트나 정치·사회적 구도 변화 같은 변수도 도시의 미래를 가르는 요소로 짚는다.

부동산 책을 가장한 경제지리 보고서.
투자자보다 시민에게 더 필요한 책.
내가 사는 도시의 다음 10년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꽤 믿을 만한 기준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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