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혁의 『기억의 문법』은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사랑의 기록이다.이 책은 KBS 인간극장 〈나는 선생님과 결혼했다〉로 알려진 실화를 바탕으로, 8년의 시간과 8,500km의 거리, 8살의 나이 차를 건너온 한 사랑의 여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드라마틱한 사건을 앞세우기보다, 시간이 어떻게 마음을 증명해왔는지를 차분히 보여준다.완벽주의자였던 한 청년이 사랑을 통해 조금씩 삶의 결을 바꿔가고, 결국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은 과장 없이 진솔하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첫사랑을 낭만화하지 않는 데 있다. 사랑은 설렘만이 아니라 기다림이었고, 말보다 오래 남는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끈기 있게 전한다.특히 김작가의 추천사에 담긴 편지 같은 문장은 이 책의 정서를 잘 대변한다. 요란하지 않지만 가슴을 천천히 설레게 하는 문장들, 오래 바라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언어가 이 이야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기억의 문법』은 사랑 이야기이자 삶의 기록이다. 어떤 관계는 말로 설명되지 않고, 오직 시간으로만 증명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납득시키는 책이다. 사랑의 속도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