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호조 기에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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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 어울리지 않는 소녀에게』 · 호조 기에

호조 기에는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서늘한 감정선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처음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유령과 소녀가 나누는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독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림자처럼 스며드는 공포,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기류,
그리고 “완전범죄”라는 단어와 결코 어울리지 않는 한 소녀의 존재감이 대비되며
이 소설만의 독특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지 않지만,
대신 한 컷 한 컷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심리적 압박감이 깊게 파고든다.
특히 유령이 단순한 공포 요소가 아니라
소녀의 감정, 상처, 죄의식을 둘러싼 상징으로 자리하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늘함이 축적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범죄'보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는 방식이 탁월하다.
사건을 해결하거나 반전을 쫓기보다
그 인물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어떤 고립과 침묵을 안고 살아왔는지를 따라가게 만든다.
그래서 ‘완전범죄’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독자는 점점 소녀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가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장르적 재미도 충분하다.
긴장감은 서늘하게 유지되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지나치게 어둡지 않고
호조 기에 특유의 “일상 속의 기묘함”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읽는 재미가 쌀알처럼 톡톡 튀어난다.

색다른 소재, 묘하게 중독되는 서늘함,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의 조합.
그래서 이 책은
“무섭기만 한 소설”이 아니라
“이 분위기,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을 남긴다.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면—
특히 잔잔한 공포와 미스터리가 어우러진 작품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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